동네빵집이 몰락하고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죠. 2007년 8034개이던 동네빵집은 지난해 5184개로 34%가 급감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프랜차이즈 빵집은 3489개에서 5290개로 늘었습니다. 이제는 동네빵집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어지간한 동네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어렵지 않게 프랜차이즈 빵집들을 만날 수 있을 정도니까요.
검증된 맛을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쁜 일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빵을 팔아 벌어들이는 돈이 어디로 가는가가 문제이겠지요. 적정한 선의 분배가 아니라는 볼멘 소리가 터져나온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니까요.(이 문제는 추후에 좀 더 깊이 있게 짚어 보겠습니다)
그렇다고 법과 제도로만 바로잡겠다고 나서는 것은 뭔가 꺼림칙해 보입니다. 맛없는 곳을 지원하고 맛있는 곳을 죽이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요. 특히나 미식가들에겐 천인공노할 일이겠지요. 맛있는 집을 선별해 살 길을 터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덮어놓고 무조건 하는 지원은 모두를 죽일 뿐이니까요.
45년 경력의 제과 명장을 만났습니다. 제과분야 명장은 우리나라에 8명 밖에 없습니다. 서울 문정동에서 19년째, 같은 건물에서 빵집을 하고 있었습니다. 프랜차이즈 빵집의 등장으로 매출이 다소 줄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직원 9명을 두고 끄떡없이 운영을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길 건너 프랜차이즈 빵집만 3곳, 그 동안 근처에 있던 동네빵집 6곳은 맥없이 문을 닫았다고 하더군요.
전방위적인 프랜차이즈 빵집의 공세 속에서도 건재한 이유는 다름 아닌 맛이었습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빵이 따라올 수 없는 미묘한 맛의 차이. 손맛이 만들어낸 작은 차이를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거죠. 빵도 결국에는 음식인지라, 평균을 뛰어 넘는 맛에는 프랜차이즈도 당할 재간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배고픈 시절. 밥 대신 빵이 인기를 끌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는 질보다는 양으로, 맛보다는 크기로 잘 팔리는 빵이 결정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종류를 불문하고 음식의 판매를 결정짓는 것은 다름 아닌 맛입니다. 적당히 투자해 적당한 상품을 만들어서는 승산이 없다는 이야기지요.
때문에 이제는 빵집 주인이 맛있는 빵을 만들줄 아느냐 모르느냐가 빵집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더이상 좋은 주방장을 둔 관리자로는 동네빵집으로 승부를 볼 수 없다는 말이지요. 지극히 당연한 말이겠습니다만, 비단 빵집에만 해당하는 말 같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자극적인 사수를 쓰지 않고, 정직하게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좋은 기사를 써야하는 제게도 적용되는 말이니까요.
결과물의 미묘한 차이는 엄청난 노력이 투입될 때만 가능한 법이지요. 모두들 장인이 되십시다. 각자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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