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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보험사 절판마케팅…결국은 소비자 피해

[취재파일] 보험사 절판마케팅…결국은 소비자 피해
요즘 일부 보험사, 특히 생명보험사들이 7월 이후 가입하면 보험료가 큰 폭으로 오른다면서 가입을 서두르라고 고객들에게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보험사가 회사 차원에서 보험설계사들에게 이달까지 가입하면 수당을 더 주겠다고 이를 부추기는 경우도 있고, 보험 판매원들이 고객을 확보하려고 자체적으로 이런 판매 방식을 택하기도 합니다.

절판 마케팅의 근거는 3년마다 바뀌는 경험생명표의 평균 수명이 1~2세 늘었다는 것입니다. 보험개발원에서 3년마다 경험생명표를 내놓는데 보험료 산정의 기본이 되는 생명표의 변화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 보험료의 변동이 있는 것은 맞습니다. 더 오래 살게 됐으니까 사망위험률은 떨어지고, 입원률과 수술률, 암 발생률 같은 생존담보는 다소 늘어나게 됩니다. 보험사들은 이를 기본으로 자신들의 자체적인 자료를 더해 보험료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인상 요인 뿐 아니라 사망위험률 하락 같은 인하 요인도 있어서 어떤 것의 폭이 크냐에 따라 보험료가 낮아질 수도, 높아질 수도 있는데 보험사들은 고객들을 상대로는 인상 요인만, 그것도 과장해서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취재진이 보험판매원들을 만나보니 “보험료가 최대 40% 넘게 오른다. 특약 보험료는 200% 이상 오른다” 면서 보험료가 급등할 것이라고 열심히 설명했고, 연금보험에 대해선 매달 받게 되는 돈이 줄어든다면서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런데 연금보험은 가입자가 연금 개시 시점 전까지 낸 적립금을 연금 개시 이후부터 나눠서 받는 것이기 때문에 평균 수명이 늘어난다고 해서 받아야 할 보험금 총액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1억 원을 90살까지 나눠 받던 것에서 92살까지 나눠 받는 것으로 바뀌면 당연히 매달 지급되는 조건은 달라지겠지만 가입자가 받을 돈이 1억원 이라는 점은 마찬가지라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마치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처럼 설명을 하며 가입을 권유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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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보험사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보험료 인상 폭을 보면 열심히 마케팅 했던 것과 달리 평균 인상 폭이 크지 않습니다. 상품 별로는 보험료가 내린 것도 있다고 합니다. SBS가 내부적으로 인상 폭이 확정된 대형 생명보험사들의 평균 인상 폭을 확인해 보니 평균 2~3% 수준에 그쳤습니다. 일반적으로 대형 보험사들의 인상 폭을 보고 중소형 보험사들이 인상 폭을 적용하기 때문에 다른 보험사들의 인상 폭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보험사들은 올 초 경험생명표가 바뀌면서부터 이런 절판 마케팅에 열을 올렸습니다. 3월에는 4월부터 보험료가 크게 오른다며 조속한 가입을 권유했지만 실제 인상 폭은 크지 않았고, 이제 다시 7월부터라고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겁니다. 금융감독원은 절판마케팅이 다시 기승을 부리자 지난 5월 31일 보험사들에게 경고 공문을 보냈습니다. 인상될 부분만 부풀려 설명하면서 조속한 가입을 유도하는 것은 불완전 판매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보험사들의 이런 판매 방식의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이 나중에 감당하게 됩니다. 지난 2009년 절판마케팅을 펼쳤던 실손 보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본인 부담 분의 100%를 보장하는 실손 보험이 손실을 키워 나중에 경영부실로 번질 우려가 있다며 금융감독당국이 본인 부담 분을 90%로 줄이도록 하자 보험사들은 갱신형 상품인 실손 보험에 대해 절판마케팅을 펼치며 가입자를 대폭 늘렸습니다. 일부는 갱신시점에서 보험료가 크게 오를 수 있다는 특징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불완전 판매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자 덜컥 가입했던 소비자들은 갱신시점에 보험료 인상 폭탄을 만나서 울며 겨자 먹기로 보험료를 더 내거나 손해를 무릎 쓰고 해약하는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이렇게 손해가 뻔히 예상되는 상품을 잔뜩 팔아놓고선 손해 율이 커졌다면서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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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규제를 받는 보험상품의 보험료가 올라 갈 때는 보험사들이 현재의 가격으로는 손해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를 계속해서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이대로는 경영을 못한다며 보험료 인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그렇게 보험료 인상 방침을 받아 놓고선 고객들에게 빨리 가입하라고 권유하는 상술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해당 상품의 구조가 보험료를 올릴 만큼 손해를 보고 있지 않거나 미래의 손실보다는 당장의 사업비만 챙기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나중에 또다시 엄살을 떨며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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