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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학점 졸업작품, 70만 원 줬어요" 충격 실태

<앵커>

얼마 전 국회의원들의 논문 표절이 크게 문제가 됐었는데, 요즘엔 대학원도 아닌 학부에서 논문 대신 제출하는 졸업작품을 사고 파는 행태가 만연해 있습니다. 돈만 주면 학위도 살 수 있다는 도덕불감증이 대학생에게도 번진 겁니다.

정규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사람의 위치에 따라 알아서 세기를 조절하는 선풍기.

간단해 보여도 꼬박 한 학기 동안 정성을 들인 전자공학과 학생들의 졸업작품입니다.

[김병준/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 이만큼 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이거 밖에 안되고 그런 면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청계천의 한 전자상가를 가보니 이런 고민에 빠진 공대생에겐 솔깃한 문구들이 걸려 있습니다.

졸업작품을 대신 만들어준다는 겁니다.

[전자상가 상인 : (음성 인식판 작품을 만드려는데?) 어떤 식으로 해달라 그것만 알려주면 다 만들어줘.]

내가 만든 양 속이기 위한 자료도 줍니다.

[전자상가 상인 : 회로도 주고 그 다음 소스 주고 그 다음에 물건 주고. 지금 50만 원 딱 주면 지금 바로 다 가져가요.]

제품 난이도에 따라선 100만 원을 훌쩍 넘깁니다.

[전자상가 상인 : 스트롱게이지를 만약에 쓴다면 150만원이 넘어가요.]

찾는 학생이 늘면서 인터넷상엔 졸업작품을 대행하는 이른바 '졸작 카페'까지 등장했습니다.

잘 나가는 졸업작품의 견본품까지 내걸렸습니다.

이렇게 사온 졸업작품은 또 다른 학생에게 되팔리기도 합니다.

졸업작품을 사고 팔겠다는 글은 어디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중 팔겠다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빛의 양을 감지해 자동으로 걷히는 커튼, A학점을 받았다고 자랑하는데 알고 보니 남의 작품을 산 겁니다.

[졸업작품 판매자 : 저희는 완성품을 바로 샀거든요. 직거래로 해서 70만 원 줬어요.]

돈을 주고 학위를 산 꼴인데도 거리낌이 없습니다.

[졸업작품 판매자 : (동기들은) 시각장애인 위해서 소리나는 것, 로봇 같은 것도 하는데 거의 다 구매하죠. (본인 과는 어땠나요? 교수님께서…) 그건(산 걸) 알겠죠. 그냥 넘어가는 거죠.]

학생들은 졸업작품 대행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공대 졸업생 : 전공공부도 하고 스펙같은 것도 신경쓰면서 준비해야 하고 상대적으로 졸업작품에 투자할 시간이 적어서…]

전문가들은 학계에 만연한 성과주의를 꼬집습니다.

[윤태웅/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 : 7학기 내내 레포트를 베끼다가 졸업작품을 해야되면 당연히 베끼고 싶겠죠. 결과만 평가하는 것, 평가에 과정을 보지 않는 데서 생긴 문제가 아닐까.]

학위만 따면 그만이라는 일부 학생들, 대학 캠퍼스 마저 정직한 땀의 의미가 퇴색해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준식, 영상편집 : 위원양, VJ : 김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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