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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민주통합당 작전명 '안철수 고립작전'

민주통합당의 총체적 압박전술…안철수의 해법은?

[취재파일] 민주통합당 작전명 '안철수 고립작전'
이해찬 대표 체제 출범과 함께 민주통합당이 색깔을 '확' 바꿨습니다. 대선 경선을 의식한 듯 범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교수를 향해 공세를 이어갔습니다. 포문은 이해찬 대표가 먼저 열었습니다. 안철수  교수의 민주통합당 당내 대선 경선 참여 의사를 타진했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대표는 "안철수 교수 측과 접촉했는데 태도가 결정이 돼 있지 않다"고 말했고 "7월 중순까지 대선출마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당내 대선주자들도 '안철수 때리기'에 나섰습니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문재인 고문이 안 교수에게 제안한 공동정부 구성과 관련해 "아무 실상도 없는 이미지만으로 공동정부를 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고, 김두관 경남지사는 "무소속 후보가 국정을 맡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경고하는 등 견제 움직임에 동참했습니다.

4.11 총선 전후만 하더라도 안철수 교수는 야권이 함께해야 할 소중한 자원이라며 연대의사를 분명히 했고 안 교수도 UCC를 통해 투표 독려 메시지, 민주통합당 인재근, 송호창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로 화답했습니다. 두 달 전에 비하면 180도 달라진 국면에 안철수 교수 측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 역력합니다. 잇딴 안철수 때리기에 유민영 언론담당 특보는 "근래 민주당 일부인사의 발언은 안 원장에 대한 상처내기"라며 "그런 발언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렵다".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생각하기 바란다"며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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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전술, '히딩크의 압박축구'

민주통합당의 '안철수 때리기'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압박축구를 연상케 합니다. 미드필드에서 상대팀이 공을 잡으면 순식간에 2-3명의 선수들이 1미터 이내로 다가서 압박합니다. 고립되기 전에 공을 다른 선수에게 넘겨줘야 하지만 당황한 선수는 패스미스를 범해 공격의 빌미를 주게 되는 셈입니다. 압박축구가 가능하려면 공격-미드필드-수비진의 간격이 촘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10명의 선수가 반복적인 훈련으로 조직력을 끌어올릴 때 가능합니다. 물론 체력은 필숩니다. 이 전술로 히딩크 감독의 한국축구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냈습니다.

이해찬 대표의 신호탄을 중심으로 대선주자들이 안철수 교수를 견제하는 발언들을 잇따라 쏟아낸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원내 제1 야당이라는 조직력을 십분 활용해 불과 일주일도 안 돼 주요 언론들이 안철수 교수 관련한 민주당 인사들의 발언들로 도배가 됐습니다. 안철수 교수를 극복해야 야권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당내 대선주자들의 이익이 맞아 떨어진 점도 한 몫 했습니다.

야권의 정치 행위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던 안철수 교수 측도 부리나케 입장을 밝힌 점, 그리고 반응의 강도 역시 안철수 교수 측의 기존의 초식과는 다른 경고성 메시지였다는 점에서 민주통합당의 도발은 어느정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안 교수 측의 격한 반응에 다소 소강상태도 있었지만 안철수 교수를 둘러싼 정치인들의 발언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앞으로도 이해찬 체제의 민주당은 안철수 교수를 겨냥한 공세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범야권 1위 후보에 대한 압박과 공세를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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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의 '안철수 상처내기'…원내 1당의 텃세(?)
 
민주통합당의 안철수 교수를 바라보는 입장이 달라진 이유와 배경을 추정하려면 주변 인사들의 발언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의 발언이 힌트가 될 것 같습니다. 문 상임고문은 자신이 "민주통합당이라는 전통이 있는 국민들로부터 폭넓게 지지받은 정당에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안 교수의 지지는 "막연한 지지"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습니다. 문 고문은 "민주통합당의 힘이 하나로 모아져서 대선 후보가 선출됐다고 하면, 그 후보는 막연한 지지와는 비교할 수 있겠는가, 저는 질 수가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 의식을 드러낸 발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민주통합당의 한 당직자는 지난 10.26 서울시장 재보선의 경험이 민주통합당의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줬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원내 제1 야당 후보가 사실상 안철수 교수의 지지발언 외에 정치적 세력이 없던 박원순 후보에게 후보 자리를 내주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태도는 다를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민주통합당이 대선 후보를 내지 못하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인데 결국 안철수 교수를 넘어 당내 대선주자를 후보로 옹립하느냐, 그게 아니라면 안철수 교수를 민주통합당에 영입해서라도 후보로 만들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압박의 제1전술, '안철수 교수 입당'

민주통합당 인사들의 발언의 공통점은 안철수 교수의 당내 대선 경선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달 가까이 계속될 당내 경선을 통해 국민들에게 검증을 받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선주자들마다 온도차는 있지만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해 당내 세력이 없어도 불리하지 않는 공정한 경선을 약속하겠다고 주장합니다.

민주통합당 입장에서 안철수 교수의 입당 후 당내 경선 참여는 경선 흥행을 위한 최적의 카드입니다. 자칫 안철수 교수 쪽으로 일방적으로 흘러가게 될 경우 초반부터 김이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만 부인할 수 없는 건 안철수 교수가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에 버금가는 야권의 이슈메이커라는 점입니다. 안 교수의 등장만으로도 민주당 대선경선을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될 것이고, 이는 다른 야권 대선주자들의 인지도와 경쟁력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안철수 교수는 입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여러 차례 대학 강연에서 밝혔든 안 교수는 현재의 정당을 중심으로 한 여야의 정쟁과 색깔론, 네거티브 공세를 '구태'라고 규정하고 명확한 선을 그어왔습니다. '정치 참여를 결심하더라도 특정 정파와 함께 하지 않겠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정당 정치의 관행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기존 정치권과의 거리를 두며 독자적인 정치행보를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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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 제2 전술, "단일화 여론조사 봉쇄작전"

민주통합당도 안 교수의 생각을 모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 대선경선 참여를 촉구하고 입당을 권유하는 것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또 다른 명분쌓기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해 문성근 전 대표 대행이 발언을 주목해 볼만 합니다. 당 내에서 모바일 투표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기도 한 문 전 대표 대행은 "모바일 투표를 도입해 선거인단이 4~500만 명 가까이 모일 경우 사실상 역선택에 대한 우려는 없어진다", "안 교수가 400만 명이 참가하는 완전국민경선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말했습니다.

현재 범야권의 대선 후보 선출 방식으로 유력하게 검토되는 시나리오는 '박영선-박원순 단일화'와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의 크게 두 가지 방식입니다. 선거인단 모집과 여론조사 방식이 혼합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빠른 시간에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단일화 방식은 여론조사입니다. 안철수 교수 측은 구체적인 방식을 공식 언급하진 않았지만 여론조사 단일화 대해 크게 거부감을 갖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역선택과 당내 인사가 아니라는 불리함에서 벗어나 여론조사 기관의 공정성만 확보되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반면 여론조사 방식은 민주통합당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선 경선 이후 어느 정도 흥행을 거두느냐가 변수가 되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당내 다른 대선주자들과 안철수 교수와의 지지율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 친노계 인사는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교수와의 단일화는 여론조사가 아닌 정치협상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두 달 간의 대선경선을 거쳐 선출한 원내 제1 야당의 대선후보를 여론조사로 주저앉히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발언입니다. 결국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은 최소 10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모바일 국민경선으로 치러져야 하고 수백만의 국민의 표심으로 선택된 대선주자라는 명분으로 여론조사 카드를 받지 않겠다, 원내 세력을 지원군으로 해 안철수 교수 1명을 고립시켜 주저앉히겠다는 '힘의 논리'를 이용한 숨은 전략을 깔고 있는 셈입니다.

고립무원 안철수…해법은(?)

앞서 민주통합당 인사들의 '안철수 때리기'에 대해 안철수 교수 측의 '상처내기'라는 반응에서 엿볼 수 있듯 거대한 세력을 등에 업은 정당의 집중공격은 홀홀단신의 안철수 교수에게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상처내기'라며 발끈한 안 교수 측 태도 역시 기존의 화법과는 다른 반응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안 교수 측이 이해찬 대표에게 말려들었다고 평가하며 '정치 아마추어'의 불안함을 드러냈다고 혹평하기도 했습니다. 범야권 여론조사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대선주자가 직접 감정을 드러내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이유에섭니다.

안철수 교수 측에는 나쁜 소식입니다만 경선이 임박할수록 야권 대선주자들은 안 교수에 대한 공세적인 입장을 더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군소후보들이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1등 후보를 언급하는 것은 우리 정치구도에서는 당연한 전략입니다. 안 교수 측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야권 대선후보 1위를 달리는 후보가 군소후보들의 또 다른 압박전략에 당황스러운 태도로 일관한다면 효과적인 현명한 대처방식은 아닐 겁니다. 실수는 한 번뿐, 활로를 찾아야 합니다.

안철수 교수는 강연을 통해 기존 정당의 '네거티브 공세'를 구태정치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고 구태정치와 거리를 둔 채 홀로 정치를 하겠다는 건 '나이브'한 발상입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던 안 교수는 이미 대선이라는 큰 전쟁에 참전한 셈이 되버렸습니다. 정치불참을 선언하면 집중포화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아직 고민이 끝나지 않았다면 포격의 원점을 지원사격 해줄 우군이 필요합니다. 안 교수 개인의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엄호사격은 필숩니다.

그러나 현재 공식적으로 드러난 안철수 교수의 지원세력은 전무한 실정입니다. 유민영 언론담당 특보는 '안철수의 입'이라 섣부른 대응은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는 야인입니다. 여의도에서 총으로 통하는 '금배지'를 단 지원군이 필요합니다.

얼마 전 새누리당의 대선주자인 이재오 의원의 '분단 국가에서 여성 리더십 시기상조' 발언에 대해 '정치 9단'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측의 대응방식을 참고해 볼만 합니다. 정작 박근혜 전 위원장은 이재오 의원 발언에 대해 "21세기에도 그런 생각을 하는 분이 있느냐"는, 나름 분명한 입장 표명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여유있는 태도로 넘겼습니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의 지원세력인 이른바 '친박계' 조원진 의원은 "연세로 봐서 정신줄 놓은 아니는 아닌데 결코 새누리당을 위해 옳지 않다"는 등의 강도높은 발언으로 이재오 의원을 정면 공격했습니다. 안 교수가 말하는 구태라면 구태방식일 순 있겠지만 지원세력이 있는 대선주자의 이 같은 대응은 '여성비하' 논란을 한 방에 잠재웠습니다.

 안철수, '구태'정치 넘으려면 원내 지원세력 확보해야

현재의 정치권을 송두리째 바꿀 수 없다면 바꾸기 위해서라도 기존의 정치문법을 이해하고 적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로 대선이 6개월 남았습니다. 수많은 검증과 폭로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강한 권력의지와 지원세력 없이는 험난한 고비를 넘기기가 수월하지 않습니다. 안철수 교수 측은 야권의 정치인과의 회동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자신의 패를 보이지 않으려는 '신비주의' 전략을 구사하는 것 일까요? 아니면 정치인과의 회동이 자칫 '구태'와의 야합으로 비춰질까 우려해서 일까요?

정책방향과 가치관을 함께할 수 있는 정치인들과의 교류는 더 이상 숨길 일이 아닙니다. 원내 지원세력이 얼마나 더 많은가에 따라 국민들은 안철수의 국정 철학과 실천의지를 평가할지도 모릅니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입니다. 선거는 뺄샘이 아닌 덧셈정치, 은둔이 아닌 활동의 정치로 영역을 확장해야 이길 수 있다는 게 여의도의 정설입니다.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 중에 하나가 정치일 수 있다고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이제 친구들과 함께 여의도로 나와야 할 때입니다. 대선이 이젠 정말 6개월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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