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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모기기피제 봇물…효능은 '천차만별'

[취재파일] 모기기피제 봇물…효능은 '천차만별'
캠핑의 계절 여름...캠핑의 최대의 적은 '모기떼'

6월 중순 기온이 30도를 웃돌면서 여름이 왔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도심 속 캠핑장은 여름을 즐기는 캠핑족들로 주말이면 북새통을 이룹니다. 서울 중랑구 숲캠핑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인터넷 예약이 2분만에 완료될 정도로 인기입니다. 이 곳에서 캠핑을 하는 가족 단위 캠핑족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다름 아닌 모기입니다. 저녁이 되면 모기떼가 활동하기 시작해 텐트 안에 모기향을 피워보기도 하고, 살충제를 뿌려보기도 하지만 모기를 쫓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래서 캠핑장에는 아이들에게 모기기피제를 뿌려주는 부모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숲속 캠핑장에서 발견되는 모기는 일반 집모기와는 다른 '흰줄숲모기'나 말라리아 매개모기인 '중국얼룩날개 모기' 등이 있습니다. 한 번 물리면 심하게 부어오르고 심하면 고열이 나기도 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신경은 곤두설 수밖에 없습니다. 질병관리본부 조사결과 올해 모기 출현율은 지난해보다 일반모기의 경우 두 배, 질병을 옮기는 모기의 경우 50% 가량 급증했습니다. 그만큼 모기에 물릴 확률도 높아진다는 얘기입니다.

식약청 허가 모기기피제 103종...올해만 14종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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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올 여름. 틈새를 노려 모기기피제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모기기피제란 말 그대로 모기를 쫓는 제품입니다. 크게 디에칠톨루아미드(DEET) 성분의 살충성분 모기제와 회향유 등 모기가 싫어하는 냄새를 풍기는 천연물 성분 모기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식약청 자료에 따르면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은 살충 성분의 모기제는 84종, 천연물 성분의 모기제는 19종 가량됩니다. 시중 약국 등에서 판매되는 모기기피제는 대부분 살충 성분이지만 최근에는 천연물로 된 기피제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회향유 뿐만 아니라 정향이나 박하, 오렌지 같은 천연물질로 기피제를 만들면 아이들의 피부에 직접 뿌려도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일반 살충제 성분의 기피제는 판매가격이 2~3천 원대인 반면, 천연물 성분의 기피제는 7천 원 이상 하기 때문에 가격은 천연물이 살충제 성분보다 두 배 가량 비싼 셈임니다. 캠핑, 주말농장 같은 야외활동이 많아지면서 모기기피제의 수요와 종류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지난해 출시된 모기기피제는 모두 22종으로 2006년~2009년까지 4년 동안 출시된 제품 19종보다도 2종이나 더 많았고 올 4월까지 허가받은 제품만도 14종이나 돼 계속 증가추세입니다.

모기기피제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효능실험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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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모기기피제의 효능은 어떨까요? 제품을 사도 효능이 대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건국대 동물생명공학과의 김영봉 교수팀과 직접 실험을 해봤는데,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살충제 성분(DEET)이 24% 함유된 제품을 팔에 바른 뒤 공격성이 강한 '흰줄숲모기'가 2백여 마리 들어있는 상자에 팔을 넣었더니 한 군데도 물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모기들은 냄새를 피해 상자 구석으로 몰리더니 이내 바닥에 떨어져 죽는 모기들이 많았습니다. 냄새만으로도 모기가 죽은 셈이죠. 그만큼 살충성분의 기피제가 모기에게는 치명적이란 얘기일 겁니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팔을 다른 상자에 넣었더니 5분 만에 82군데가 물렸습니다. 물린 곳은 모기의 명성대로 심하게 부풀어 올랐습니다. 살충성분의 효능이 확인된 순간이었습니다. 천연물 성분(회향유)은 어땠을까요? 처음에는 모기들이 피하더니 시간이 지나자 물기 시작해서 5분 동안 18군데 정도가 물렸습니다. 그래도 바르지 않은 것에 비해 확실히 효과가 있었지만 살충제 성분만큼은 아니었습니다.

건국대 김영봉 교수팀도 이런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실험 결과 살충제 성분은 뿌린 뒤 6시간 동안 91%의 모기기피 효능을 유지했습니다. 다시말해 모기 10마리 중 9마리는 물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천연물 성분제의 경우 처음 10분 동안은 90% 가량의 효능을 유지하다 점점 효능이 떨어져 2시간 만에 48%로 떨어졌습니다. 천연물 제품의 경우 2시간 지나면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에 2시간 마다 덧발라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모기기피 팔찌, 패치형 제품은 효능이 얼마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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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시중에서 팔리는 팔찌형 제품의 효능을 실험해봤습니다. 팔찌형 제품은 의약외품이 아닌 공산품이어서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것들입니다. 또 모기기피 효능이 있는 것처럼 광고하거나 모기 그림을 넣는 것은 금지돼 있습니다. 만약 그런 제품이 있다면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제품입니다. 

건국대 김영봉 교수팀의 실험에 따르면 팔찌를 찬 팔과 안 찬 팔을 상자에 동시에 넣었을 때 모기기피 효과는 70% 정도였습니다. 즉, 양팔을 동시에 넣으면 팔찌를 찬 팔은 3군데 정도 물리고, 안 찬 팔은 7군데 정도 물리다는 얘기로 효과는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팔찌를 찬 팔만 넣으면 모기는 팔찌를 찬 부분만 안물 뿐 다른 노출된 부위는 물어버려 기피효과는 거의 미미했습니다. 옷 등에 부치는 패치형 제품도 마찬가지로 효능이 크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모기기피제 선택할 때 이런 점 등을 참고하셔야 합니다.

식약청, 국내 모기기피제 평가 기준 마련 착수...무허가 제품 단속 예정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기피제의 효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지금까지는 업체에서 효능 실험을 갖고 오면 서류를 검토해 허가해주는 방식이었는데, 업체의 실험 방식이 다른 점 때문에 효능이 실제로 있는지를 평가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식약청은 업체들이 동등한 실험 조건에서 효능을 평가할 수 있도록 WHO나 미국 EPA(환경보호국) 처럼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 지금은 제품에 얼마나 모기기피 효능이 있는지 표시되지 않았는데 이 부분도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뿌린 뒤 4시간 동안 90% 효과" 이런 방식으로 표기하도록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이 쉬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허가받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는 올해도 집중적인 단속을 벌일 예정입니다. 

모기기피제는 모기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모두 뿌리는게 좋습니다. 성인의 경우 살충제 성분(DEET) 제품도 무방하지만 피부과 의사들은 어린아이의 경우 천연물 성분의 제품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자극이 덜하기 때문이죠. 올해도 모기에 물리지 않고 건겅한 여름을 보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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