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결과는 넘쳐나는 미사여구에 비하면 내용은 별로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유로존 위기 해소 관련 G20 정상들이 채택한 선언문을 보면 유로안정화기구(ESM)의 즉각적인 설립과 스페인의 은행 자본확충 지원 결정을 환영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또 유럽연합(EU)의 신(新) 재정협약을 유럽 재정 통합을 향한 중대한 진전으로 평가한 것과 재정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성장지원에도 나서기로 했다는 것이 포함됐다.
이미 EU 정상회담 등에서 결정된 사안에 대해 지지 입장을 천명한 것이고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유일하게 새로 만들어진 결정이라면 비록 구체성이 부족하지만 유로존 은행시스템을 통합하기로 뜻을 모은 것을 꼽을 수 있다.
유로존 구제 방안으로 거론되는 쟁점은 유로본드, 구제기금의 은행 직접 지원, 은행연합 등이다. 유로존 은행시스템 통합은 이중에서 은행연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은행연합은 스페인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수면위로 부상하자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이 내놓은 아이디어다. 은행의 예금을 공동으로 보증하고 중앙집권적인 시스템으로 감독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 방안에 대해 독일은 "결국 독일 납세자들의 부담을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유로본드 등과 마찬가지로 거부 입장을 보여왔다. 실제로 이날도 독일 은행연합회 등에서는 같은 이유로 이를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G20 정상회의에서 은행시스템을 통합하기로 합의한 것은 은행연합으로 가기 위한 수순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가 이에 동의한 것은 유럽의 은행연합을 조기에 이루겠다는 것보다는 은행에 대한 유럽의 감독권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메르켈은 그동안 유로본드 도입 등에 대해서 먼저 재정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며 거부해왔고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치적 통합을 외치고 있다.
유로존 위기를 해소하는 궁극적인 길은 정치 연합으로 가는 길이라면서 정부의 권한을 더욱 유럽에 넘겨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은행에 대한 감독권한을 유럽이 갖게하는 것은 재정통합과 정치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독일의 마나거 마거진 온라인은 이날 "메르켈이 은행 연합 대신 은행 감독을 관철시켰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메르켈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유일하게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정상으로 기록됐다.
오는 22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4개국 정상회의와 28-29일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특정한 입장에 구속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은행 시스템 통합에 대해 가장 할말이 많은 사람이 메르켈이지만 입을 다물었다. 대신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이와 관련 독일 언론에 정부의 입장을 내보였다.
쇼이블레 장관은 이날 주간지 차이트와 인터뷰에서 유럽의 재정정책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통합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은행연합에 대해 "공동의 재정정책 없이는 부채에 대한 책임 공유도 있을 수 없다"며 유럽 재정정책 통합을 전제조건으로 찬성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그러면서 은행구조조정 기금, 예금보장 체계, 은행감독 등에 대한 규정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힌트를 줬다.
성장을 기치로 내걸며 선동적인 정책으로 메르켈과 거리 두기에 나섰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그다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고 예전과 달리 메르켈에 최대의 존경심을 표했다.
총선에서 압도적인 정치기반을 확보한 느긋한 상황이어서 메르켈과 부딪히기 보다는 구체적인 해결책 모색을 위해 협력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오는 22일 유로존 4강 정상회의와 월말 EU 정상회의에서 뭔가를 내놓아야 하는 다급한 유럽 정상들이 메르켈의 뚝심에 또 한번 끌려가게 될지 주목된다.
(베를린=연합뉴스)
뚝심의 메르켈, 은행연합 요구에 역공
獨 언론 "은행연합 은행감독으로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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