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17일 그리스 총선 결과에 한숨을 돌리게 됐다. 신민당을 포함해 구제금융에 찬성하는 정당들이 과반을 확보,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일단 면하게 된 덕이다.
그러나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사태를 비롯한 유로존 위기의 근본은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장단기 대책들을 시급하게 마련하지 않으면 유럽을 넘어서 전 세계 경제에 걷잡기 힘든 혼란이 밀어닥칠 수 있다. 이에 따라 EU와 회원국들은 이번 주부터 그리스와 스페인을 안정시킬 대책에 초점을 맞춰 숨가쁘게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 EU와 G20 등 잇따른 회의 = EU 집행위원장과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8일 오후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유로존 위기 해결 방향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멕시코에서 이날부터 이틀 간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임하는 EU의 의견을 공표하는 자리다. EU는 이 자리에서 그리스와 스페인 불안을 진정시킬 방안과 성장을 촉진할 국제 공조 방안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21일과 22일엔 유로존과 EU 재무장관회의가 잇따라 열린다. 22일엔 유로존의 양대 주주인 독일과 프랑스, 각각 유로존 3, 4위 경제국이자 위기의 새 진원지가 된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4개국 정상이 로마에서 회담한다. 이 `미니 정상회담'에 이어 오는 28-29일엔 브뤼셀에서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모두 참가하는 정례 정상회의가 열린다.
일련의 회의에선 통화동맹을 재정동맹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경제 재정 정책 통제 강화와 `은행연합' 결성, 유로채권 발행 등 중장기 대책들이 논의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 그리스와 스페인 사태의 해결책이 논의의 초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그리스에 줄 `당근' 놓고 논란 예상= 그리스 사태의 경우 신민당 역시 구제금융과 큰 틀의 조건 만을 원칙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조건 완화를 목표로 재협상을 할 것이라는 점을 누누이 밝혀 왔다.
또 신민당 주도로 연정 구성이 빨리 이뤄져야 그리스를 둘러싼 단기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여지가 생긴다. 연정 구성 합의가 늦어지거나 가까스로 구성하더라도 오래 가지 않아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EU로선 당장 그리스 측에 `당근'을 제시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독일의 중도 좌파 신문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EU와 IMF가 구제금융 조건을 어느 정도 완화해주지 않으면 그리스의 어떤 정부도 국민 저항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U 회원국들은 선거 결과가 나오자 일단 구제금융 조건을 완화해줄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독일 외무장관은 구제금융 조건 자체에 대한 재협상은 안되지만 시한은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즉각 밝혔다.
이는 일부 조건을 붙여 재정적자 감축 시한을 몇 년 연장해줄 수 있음을 뜻한다고 EU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시한이 연장될 경우 그리스 정부는 복지와 임금 삭감 등 가혹한 긴축정책을 일부 완화할 수 있게 된다.
시한연장이 이뤄질 가능성은 사실 그리스 총선 전부터 예견돼 왔다. 재정 긴축에 초점을 맞춘 구제금융 방식의 한계에 대한 비판이 확산됐고 이미 스페인과 `모범국가'인 네덜란드마저 지나친 긴축으로 성장이 위축되고 이로써 채무 감축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감축 시한 연장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구제금융 금리 추가 인하와 상환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그리스 공공부문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유럽개발은행(EIB) 지원 등을 비롯한 `성장을 촉진할 유인책'들도 EU 내부에서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금리 인하와 상환기간 연장은 구제금융 조건을 크게 변경하는 것이라며 독일 등이 반대하고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또 당초 조건을 일부 변경할 경우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지 않을 다른 조건"을 덧붙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스페인 구제금융 내용 주목 = 스페인 은행권의 부실채권과 이로 인한 유럽 국채시장과 금융시장 안정책도 초미의 과제다. EU의 스페인 은행권 1천억 유로 지원 결정에 금융시장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스페인 정부의 채무 부담이 커지는데다 은행권 회생이 제대로 이뤄질 지 회의적인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실은행 예금주들의 대량 예금인출(뱅크런)은 멈칫했으나 언제 재발해 유럽 전역으로 충격이 확산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스페인 정부는 아직 은행권 구제금융 규모와 방식 등을 결정하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 평가와 이달 중 나올 민간 컨설팅 결과 등을 기초로 정할 예정이다. EU는 스페인 정부의 공식 요청이 접수된 이후에 구제금융의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하게 된다.
은행권 구제금융이 이뤄져도 지방자치단체의 과도한 부채가 또다른 스페인 위기의 뇌관으로 남아 있다. 지자체 재정 건전화 외에 근본적으론 침체된 경기를 어떻게 부양하고 국민 4분의 1이 넘는 실업자를 줄이느냐가 위기 해결의 관건이다.
이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네덜란드 등 침체에 시달리는 다른 회원국들에도 절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그동안 원론적인 선에서 거론돼온 성장과 고용 촉진 정책, 이를 위한 투자 재원 마련이 이번엔 어떻게 구체적으로 입안될지 주목된다.
(브뤼셀=연합뉴스)
잠시 숨돌린 EU, 위기대책 숨가쁜 일정 이어져
그리스에 줄 `당근'과 스페인 안정책 줄다리기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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