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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카드사들의 위험한 과당경쟁…혜택 줄일 땐 언제고

[취재파일] 카드사들의 위험한 과당경쟁…혜택 줄일 땐 언제고
카드사들이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춰줬기 때문에 수익이 줄어든다며 기존 고객들의 부가서비스를 축소한 것이 불과 얼마 전입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부가서비스 축소를 고지하고 있는 카드사들도 있습니다. 금융감독당국이 부가서비스 변경시에는 6개월 전에 사전 고지를 하도록 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경실련이 조사해 봤더니 카드사들이 지난해부터 지난 4월까지 발표한 부가서비스 변경 사항 300건 가운데 64.3%가 서비스 축소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존 고객들 부가서비스는 열심히 줄인 카드사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신규 고객에게는 가입하면 부가서비스를 더 주겠다며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수익에 부담을 주는 마케팅 비용이 들기는 마찬가지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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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는 신용카드는 물론 연회비가 없는 체크카드까지 신규 카드 가입한 고객에 대해선 상해보험을 무료로 가입시켜 주고 있고, 신한카드는 이달 말까지 플래티넘 카드 3종에 신규로 가입한 고객의 경우 두 달동안 20만원만 이용하면 2만 포인트를 무조건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대카드도 이달까지 다이렉트 카드 가입 고객이 100만원을 사용시마다 만원씩 캐시 백을 제공해 월 최고 7만5천원을 캐시 백으로 돌려줍니다.요즘 가장 공격적인 신규 고객 가입 마케팅을 하는 하나SK카드는 부가서비스를 늘린 '클럽 SK카드'를 출시해 놓고 이용금액에 상관없이 1번만 결제하면 추첨을 통해 4만5천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이런 마케팅 방식은 문제의 소지가 많습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은 연회비의 10% 이상 경품을 주는 것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금품을 동원한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신규 가입 고객에게 부가서비스를 잔뜩 주는 방식의 마케팅이 형식적으로는 이 조항에 해당되지 않을 지 몰라도 사실상 우회적으로 같은 위법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 금융감독당국의 판단입니다. 이미 법 위반에 관한 법률검토에 들어갔고 법을 바꿔서라도 막겠다는 입장입니다. 카드사들을 상대로도 경고에 나설 방침입니다.

가맹점 수수료 체계 변경과 중소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이 줄어든다며 울상이던 카드사들이 이렇게 다시 출혈경쟁을 벌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앞다퉈 기존 고객들의 부가서비스를 줄이다 보니까 불만을 갖고 이탈하는 소비자들이 생겼고, 이번 기회에 가입자를 일단 늘려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오는 8월부터 신용등급 7등급 이하는 소득을 증명하지 못하면 아예 카드를 못 만들게 하는 등 금융감독당국의 발급기준이 강화되기 때문에 미리 가입자를 늘리려는 겁니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현재 경영 상황을 보면 과열 경쟁을 통해 마케팅 비를 쓰면서 고객 유치를 할 만큼 좋지 않습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올 1분기 순이익 규모가 1년 전보다 26.9%나 감소했습니다.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매각 이익 같은 일회성 요인은 제외한 수치입니다. 수익이 감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카드 연체율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7개 전업카드사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올 1분기 현재 2.09%로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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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통계 수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그 이면에 있는 실상은 더 좋지 않습니다. 카드 연체자 가운데 상당수는 금융기관 3곳 이상에 빚을 진 다중 채무자입니다. 돈 빌리기 어려운 이들이 카드 돌려 막기를 하면서 버텨왔던 고리마저 무너져 카드를 연체했다는 것은 벼랑 끝에 몰렸다는 뜻입니다.

카드사는 연체 정보를 서로 공유하기 때문에 한 곳에서 연체가 생기면,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게 돼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되고 결국은 불법 브로커나 사채업자에게 손을 벌릴 수 밖에 없습니다. 카드 대출 변제일이 되면 이자만 갚아주면서 카드 연체는 막아주는 대신 5% 이상의 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들이 판을 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실질적인 카드 연체율이 통계에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경기가 좋아서 어떻게든 소득이 생기는 구조라면 사정이 나을 텐데 경기 둔화가 길어지면서 중소 자영업자와 서민 등 약한 고리부터 무너지고 있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점이 심각합니다. 카드 연체 내역을 보면 6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채권의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 그만큼 빚을 돌려 막을 능력마저 없어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 빚으로 빚을 갚는 다중채무자들은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대책에도 불구하며 증가세를 보이면서 200만명에 육박하는 실정인데 유럽 발 위기가 악화될 경우 이들의 연체 율이 급증하면서 금융시스템을 불안하게 하고 소비가 줄면서 내수를 위축시키는 등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의 동반 부실을 가져오게 할 불씨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유럽 발 위기가 가져올 후폭풍 중에 하나로 걱정하는 것이 바로 장기 글로벌 저성장 국면인데 이런 국면을 앞두고 내수가 무너진다는 것은 수출에만 의존하는 우리 경제로선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카드 연체율 증가 원인을 면밀히 따지고 다중 채무자에 대한 만기연장이나 고금리를 저금리로 갈아타도록 하는 방안 등 선제적인 관리에 시급히 나서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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