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을 비롯한 각종 강력사건에 사용된 총기의 주인을 파악하는 것은 미국 수사기관이 안고 있는 최대 난제의 하나다.
그런 만큼 현장의 탄피를 통해 해당 총기를 추적할 수만 있다면 경찰의 수사력도 한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개별 총기의 일련번호가 격발과 동시에 탄피에 새겨지도록 하는 기술을 `마이크로스탬핑'(microstamping)이라 하는데 모든 총기에 이 기술을 적용하도록 하는 문제를 놓고 미국 전역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이크로스탬핑은 레이저를 이용해 총기의 공이 끝부분에 아주 작은 크기의 숫자 암호를 양각하는 기법이다.
총기가 발사되면 순간의 압력에 의해 이 암호가 탄피 끝부분에 새겨지게 된다.
따라서 경찰은 현장에서 수거한 탄피를 통해 범행에 사용된 총기를 확인하고 구매자는 물론 개발 연도까지 추적할 수 있다.
경찰은 강력범죄 억제를 위해 마이크로스탬핑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총기 생산업체나 관련 이익단체들은 추가 비용발생 문제와 총기 보유자의 기본권 침해 소지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프레드릭 빌러펠드 볼티모어 경찰국장은 "이 규정이 의무화되면 석기시대에 머물고 있는 수사력이 제트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며 "이것에 반대하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전미총회협회(NRA) 등은 대부분의 범죄가 불법으로 총기를 취득한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점에서 이 기법이 제조업체의 비용부담만 늘릴 뿐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의무화를 해도 범죄 용의자들은 모두 빠져나가고 오히려 합법적인 총기 소유자들만 불편해지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 문제는 뉴욕에서도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뉴욕주 의회가 이날부터 마이크로스탬핑의 의무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지만, 총기 제조업체인 `레밍턴 암스 컴퍼니'는 법제화가 강행되면 뉴욕을 떠날 방침이라며 강력하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
회사측은 "이 법안이 도입되면 뉴욕에서의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주지사가 2007년 관련 법안에 서명했지만 특허침해 소송의 가능성에 대한 논란으로 아직 발효되지 못하고 있다.
주정부가 이 사안은 특허권과 무관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놨음에도 총기 관련 이익단체인 `캘건스 재단'이 계약 연장을 위해 해당 기술 보유업체에 추가 특허료를 지불한 것은 이를 둘러싼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진 호프만 재단 이사장은 "차라리 특허권을 계속 인정하는 것이 소송에 휘말리는 것보다 비용 면에서 낫다"면서 "이 법은 캘리포니아에서 총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한편, 1990년대에 이 기술을 개발한 토드 리조테는 마이크로스탬핑 특허는 이제 소멸될 때가 됐으며 공적으로 활용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美서 `탄피에 총기 번호 남기기' 법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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