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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불 끕니다" 일부 교회, 새로운 실험 나서

<앵커>

밤에 비행기 타고 서울에 내리다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여기저기 눈에 띠는게 빨간 불이 켜진 교회 십자가입니다. 선교를 위해 그러는 거라고는 하지만 지나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일부 교회에서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십자가 불을 끄는 대신에 이웃들을 향한 마음의 불을 켜는 겁니다.

김범주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기자>

도심의 밤 풍경.

곳곳에 빨갛게 선 교회 십자가를 빼놓을수 없습니다.

교회에겐 당연한 상징이지만 교회 밖에선 빛 공해라는 눈총의 대상입니다.

또 한국 교회의 무분별한 양적 팽창의 상징으로 지적받아 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한 도시에서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경기도 안양에서는 보름 전 부터 교회 100여 곳이 밤에 십자가 불을 끄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십자가 불 끄기 운동에 나선 겁니다.

[한관희/안양시 기독교연합회 회장 : 교회에 첨탑이 높아지는거만큼 교회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아졌어요. 그런 것은 절대 복음의 본질이 아니기때문에 이제는 본질로 돌아가자는 그런 취지로…]

또 높은 첨탑이 안전하지 않다는 점도 인정하고 3미터 정도의 작은 첨탑으로 바꾸겠다고 뜻을 모으자 지자체도 지원에 나섰습니다.

[최대호/안양시장 : 목사님들께서 반대 없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시민들이 조금 더 행복한 그런 삶이 되지 않을까.]

더 나아가서 경기도 전체 교회 대표들과 지자체장들도 이번 달 안에 이 모임에 함께 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아예 높은 십자가를 달지 않는 교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언행일치'라는 간판만 걸려 있는 이 교회, 십자가는 대신 목회자의 가슴에 달려있습니다.

[지형은/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 : 굳이 큰 건물에다가 또 십자가를 위에다 크게 올릴 필요가 있겠느냐, 삶 자체가 십자가처럼 희망의 복음을 전하는 메시지가 돼야 된다. 그게 어떤 면에서 상당히 더 절박하지 않느냐.]

[손봉호/서울대 명예교수 : 사실은 지금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인정을 못받고 있고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거든요. 십자가를 좀 내리고 하는 것이 교회개혁에 자칫 중요한 단초가 되었으면 좋겠고…]

십자가의 불을 끄고, 혹은 아예 내리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가르침의 실천이라는 새로운 실험, 한국 교회를 발전시키는 분명한 진일보입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 공진구, 영상편집 : 김호진, VJ : 김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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