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정부는 스파이 가능성을 이유로 외국인과 얘기를 나누지 말라는 내용의 TV 공익광고를 방영했다가 외국인 혐오증을 부추기고 지난해 민중봉기 시위대를 겨냥한 것이라는 비난이 일자 방영을 중단했다.
미디어 담당 관리는 외국인과의 대화를 경고하는 내용의 공익광고가 아흐메드 아니스 공보장관의 방송중단 지시가 내려지기 까지 수일간 국영과 민영 2개 방송국에서 방영됐다고 10일 밝혔다.
미 폭스뉴스가 AP 통신을 인용해 보도한바에 의하면 공익광고는 젊은 외국인이 염탐 목적으로 카페에 들어와 이집트인들에게 서툰 아랍어로 인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이집트인들이 반갑게 악수하고 자리를 권하자 이 외국인은 이집트인들이 경제에 불만을 털어놓거나 집권 군부세력을 겨냥한 시위 계획을 논의하는 것을 엿듣는다.
외국인들에게 경제나 정치상황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지 말라는 해설자의 경고가 곁들여지면서 공익광고는 "모든 말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말 한마디가 나라를 구할수 있다"는 멘트와 함께 끝난다.
'외국이 뒤에서 조종하거나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은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많은 이집트인들에게 먹혀들었다.
반정부 시위는 인터넷의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를 주로 이용하는 젊은층 운동권이 주도했다.
이집트 국민가운데 일부는 그러나 외국인에 대해 나쁜 감정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고 미국과 이스라엘 등이 이집트정부와 이슬람을 겨냥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졌다.
이들은 주요 수입원인 관광산업이 무너지는것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외국인과의 대화 금지령이 정부 어느 기관의 작품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오랜 외국인 혐오 문화에 젖어있는 정보기관일 것이라고 일부는 지적한다.
이집트 정보기관은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가 민중봉기로 축출되고 군력이 군사평의회에 넘어간 이후에도 건재해왔다.
민중봉기의 핵심역할을 한 청년단체의 하나인 'April 6'의 주도자인 아흐메드 마헤르는 공익광고가 음모론을 확산하고 외국 언론인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누설한 것 처럼 반정부 시위 참가자들의 이미지를 왜곡, 기만했다고 비난했다.
마헤르의 'April 6'에 대해 군부 지도부는 지난해 해외로 부터 자금과 훈련 지원을 받았다고 비난, 마치 외국의 도움으로 정부전복 음모를 꾸민 것 처럼 보이게끔 했다.
마헤르는 공익광고와 관련해 군장성 출신인 아니스 공보장관을 소환할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그후 아니스는 미디어 전문가들에게 공익광고 내용을 검토해 방송 금지 여부를 결정토록 했다.
이집트 군부와 관영매체는 이집트가 미국으로 부터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원조를 받고 있음에도 반정부시위를 통한 민주화 이행과정에서 반미 감정을 부추겼다.
작년 7월 한 관영 잡지는 앤 패터슨 신임 미국대사가 성조기로 감싼 폭탄에 불붙은 달러뭉치를 갖다대려는 모습을 표지에 실었다.
이때부터 미국의 자금지원을 받는 민주화 운동단체들에 대한 광범위한 탄압이 펼쳐졌다.
이들 단체의 직원들은 불안조성 목적으로 불법 해외자금을 사용한 혐의로 공식 기소됐고 군인들이 4개의 미국인 운영 비영리 단체를 포함해 다수 민주화운동 시민단체 사무실에 난입했다.
43명의 관련자들이 재판에 회부됐고 미 정부의 강력한 압력으로 미국인 6명에게 출국이 허용됐다.
레이 라후드 미 교통부장관의 아들 샘 라후드도 이 가운데 한명이다.
이들 미국인은 민주화 운동단체 소속 이집트인들과 함께 여전히 궐석재판을 받고 있다.
이집트 민중봉기 당시 외국인들 특히 언론인들이 공격대상이 되어 시민들에게 구타당하거나 사복 기관원들에게 붙잡히기도 했다.
국영TV는 목격자와의 전화통화 내용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위대가 외국인으로 부터 유로화를 받고 잠입을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TV 프로 진행자이며 반정부 운동가인 보티아나 카멜은 "아무것도 바뀐것이 없다"며 "이번 TV 공익광고는 국민들로 하여금 반정부시위에 등을 돌리게 하려는 술책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외국인과의 대화 금지를 촉구한 공익방송에 대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는 조롱섞인 농담이 많이 올라왔다.
트위터에 올라온 글을 하나 소개하면 이렇다.
"오늘 택시운전사 옷차림을 한 스파이를 만났습니다. 그는 '어디로 모실까요'라고 물었지만 물론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그런데 회사에 지각했지 뭡니까".
(서울=연합뉴스)
이집트TV '외국인과 말하지말라' 광고
스파이 가능성 이유 '외국인 혐오 부추긴다' 비난에 방영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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