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 단장들이 모인 실행위원회는 9구단 NC 다이노스의 선수 지원안을 일부 축소시키는데 합의했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후 NC의 특별지명 선수를 5명에서 3명으로 줄이는 내용이다.
원안은 지난 해 6월 KBO 이사회에서 통과된 것이다. 최종 의결기구인 이사회를 통과한 안이 그 아래 실행위원회에서 뒤바뀐 셈이니 어딘지 모양새가 이상하다. 이 날 실행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던 NC 이상구 단장은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안을 실행위에서 뒤집는 경우가 어디있나"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신생팀 지원안 축소 제기한 팀은 삼성
NC 선수지원안 축소 주장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1일 열린 제 4차 실행위원회 회의에서였다. 당시 초미의 관심사는 NC의 2013년 1군 승격 문제였다. NC의 내년 1군 승격에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팀은 롯데였다.
한편 롯데와 보조를 맞춰오던 삼성은 조건부 1군 승격을 제시했다. NC를 1군에 올려주는 조건으로 선수 지원안을 일부 축소하자는 것이었다.
사실 삼성이 내놓은 조건부 안은 자가당착(自家撞着)의 전형이다. 삼성은 NC와 10구단 창단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 초약체 팀의 등장에 따른 리그의 하향평준화를 꼽았다. 그랬던 삼성이 NC에 대한 선수 지원안을 축소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 따로없다. 하향평준화 주장은 신생팀의 창단을 막기 위한 핑계거리에 불과했음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다.
NC 창단에 관여한 한 야구인은 "롯데는 NC 창단 과정부터 일관되게 반대를 해 왔다. 섭섭한 마음이야 들지만 연고지와 관련해 충분히 이해가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롯데가 앞에서 모든 욕을 듣는 동안, 삼성은 뒤에 숨어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해 왔다"고 비판했다.
구단 이기주의 버리고, 야구발전 생각할 때
프로야구 원년부터 참가해온 삼성은 야구단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과감한 FA영입과 선진 야구 시스템 도입, 현대적인 시설의 2군 구장은 타 구단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구단에 대한 투자와 별개로, 정작 삼성이 한국야구 발전에 통 크게 기여한 부분은 많지 않다. 구단 마케팅 측면에서도 삼성이 모기업의 규모만큼 타 구단들을 앞서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삼성의 홈구장인 대구시민구장은 전국에서 가장 낙후됐다. 삼성은 대구시가 추진 중인 새 야구장 건설 비용의 3분의 1 가량(500억원)을 지원키로 했지만, 지역에서는 삼성이 새 홈구장 건설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올해 안에 KBO 이사회에서 10구단 창단 문제가 다시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삼성이 지금까지 보여왔던 행태를 보면 이런저런 논리를 내세워 10구단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10구단 창단은 그로인해 생기는 문제보다, 이익이 훨씬 크다. 신생팀 창단으로 한국야구의 저변은 더욱 확대될 것이 자명하다. 야구인들의 일자리는 늘고, 인프라도 크게 개선될 것이다. 야구발전 측면으로 볼때, 삼성이 프로야구를 대기업들의 '멤버십 클럽' 정도로 여기지 않는다면 10구단을 반대할 명분은 약하다.
10구단 창단 문제가 걸린 지금이야 말로 그간 삼성이 한국야구 발전보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내세워 왔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초일류 기업을 지향하는 삼성답게, 야구계 대의를 위해 통 큰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