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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귀 맞는 서면 답변' 내면 검찰 소환 안 되나요?

[취재파일] '아귀 맞는 서면 답변' 내면 검찰 소환 안 되나요?
지난해 10월 당시 민주당의 검찰 고발로 시작된 '내곡동 사저 의혹' 수사가 대통령 내외와 외아들 이시형 씨를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들 전원의 '무혐의'로 종결됐습니다. 고발 내용의 핵심은 "사저 구입 과정에서 이시형 씨의 부담금을 줄여줬고 그만큼 나라 세금이 더 들어가 국가가 손해를 봤고, 대통령 내외가 거주할 땅을 아들 명의로 샀으니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라는 겁니다.

고발 내용을 보면 이 사건의 핵심 조사대상자는 누굴까요? 우선 이시형 씨이고, 사저 부지 구입 의사결정권이 있는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일 겁니다. 수사는 여덟달 가깝게 진행됐습니다. 검찰은 지난 3월 수사 시작 다섯달 만에야 이시형 씨에게 서면질의서를 발송했고, 그보다 한달 뒤에야 '대통령 아드님'이 작성한 서면답변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서면답변서는 검찰 질문 포함해 A4 용지 10장이라고 합니다.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검찰 출입 기자들이 "핵심 당사자를 소환 조사도 안 하고 어떻게 수사를 끝내냐"고 물었더니, 검찰 답변이 이렇습니다. "시형 씨 서면답변서가 그간 수사 내용과 '아귀가 맞아서' 더 추궁할 게 없어서 소환 필요성이 없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앞으로 "아귀가 맞는 서면답변서 내겠으니 소환 조사는 말아주세요"라고 하면 검찰에 안 나가도 되는 건가요.

이 사건을 구체적으로 짚어보죠. 그린벨트와 대지가 혼합된 9필지 788평으로 이뤄진 내곡동 사저 부지의 총 매입 비용은 54억원, 이 중 청와대 경호처가 42억8천만원, 시형씨가 11억2천만원을 부담했습니다. 민주당의 당초 고발 내용은 이렇습니다. 시형씨는 공시지가가 비싼 대지 부분을 매입했고, 경호처는 값이 싼 그린벨트 지역을 매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시형씨가 시세보다 8억여원이나 싸게 땅값을 부담했고, 그만큼을 경호처가 국가예산을 추가 부담했기 때문에 업무상 배임 혐의가 있다는 겁니다.

검찰이 밝힌 시형 씨 측의 서면 답변서와 소환 조사를 받은 김인종 전 경호처장의 진술 취지는 이러하다고 합니다. 부지 전체 788평 중 사저가 들어설 140평을 비율대로 따지면 9억6천만원(54억원X140/788)으로, 시형씨가 오히려 2억여 원을 더 부담한 셈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또 전체 788평을 그린벨트와 대지 가격차 반영 없이 통채로 54억 원에 구입했고, 사저가 들어서면 그린벨트 부분 가격 상승이 기대되기 때문에, 미래 가치를 반영해 청와대의 땅값 부담을 높였다는 '석연치 않은 계산법'도 내놓았다고 합니다. 부동산 거래에 미래가치 상승분 반영? 여러분은 이런 얘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이런 서면답변을 검찰은 받아들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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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소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평생에 한번 있을까말까한 일이고, 참으로 두렵고 피하고 싶은 일이란 건 인지상정일 겁니다. 하지만 사건 당사자가 아니라 '참고인' 자격이라도 "나 검찰청 나가고 싶지 않으니 서면으로 답변할게요"라고 하면, 과연 그게 가능할까요? 참고인이 아니라 피의자나 피고발인, 피고소인 등 사건 핵심 당사자면 더더욱 불가한 일입니다. 이시형 씨는 핵심 피고발인입니다.

사안을 판단해 조사방식을 정하는 것은 검찰의 고유 권한입니다. 시형 씨 측에서 먼저 서면질의서를 요구하진 않았을 것으로도 생각됩니다. 그래서 시형 씨 입장에서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 대통령 아버지를 둔 덕에, 서면 조사로 충분할지도 모를 사안에 대해 언론의 질타를 한몸에 받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일로 '서면조사'는 더더욱 사회지도층의 특권처럼 여겨지게 됐습니다.

이랬으면 어떨까요? 시형 씨가 검찰에 나와서 언론을 통해 "절차장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들어 송구합니다"라고 했다면, 최소한 검찰이나 시형 씨나 '서면조사로 면죄부를 주고 받았나'라는 말은 안 들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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