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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나를…" 딸 목소리에 '바들바들'

<앵커>

보이스피싱 사기 가운데 가장 악랄한 게 "당신의 자녀를 납치했다"고 속이는 건데요, 최근 이 '자녀납치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런 보이스피싱이 있다는 걸 알아도 막상 자녀를 납치했다는 협박 전화를 받게 되면 놀란 마음에 속아 넘어가기 쉽습니다. 반드시 침착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박세용 기자입니다.



<기자>

고등학생 딸을 둔 이모 씨.

지난주 딸이 납치됐다는 협박 전화를 받고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이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 : 어디 다쳤는데, 어떻게 다쳤는데, 그러니까 이상한 아저씨들이 어디로 데리고 왔대요. 다른 남자 목소리도 들리고 애 목소리, 막 흐느끼는 소리 들리고.]

발신자는 '큰공주', 딸의 실제 전화번호였습니다.

놀란 이 씨는 주변에 경찰 신고를 부탁하고 은행에 갈 때까지도 보이스피싱을 의심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바보라서 의심을 안 한 게 아니라 누구라도 그걸 100% 믿는다고요.]

오모 씨도 '사랑하는 우리딸'의 발신번호로 걸려온 협박 전화를 받고 정신을 못 차렸습니다.

[오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 : 조선족 목소리도 아니었고 약간 경상도 사투리를 쓰면서 아이 이름을 딱 대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그때부터 바들바들 떨리는 거죠.]

중국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가족 개인정보를 통째로 도용해 발신번호를 아들이나 딸 번호로 조작하는 수법입니다.

때론 납치한 아들이나 딸이 옆에 있다며 그럴 듯하게 녹음한 가짜 목소리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실제 보이스피싱 녹취 (아들 음성 흉내)/아들 : 아빠. 흑흑. 학교에서 나오는데 아저씨들이 잡아왔어요. (아빠: 아저씨 내가 5백만 원 드릴게요, 아저씨. 5백만 원, 아저씨.)]

이런 협박에 수천만 원을 송금했다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전화가 문제입니다.

국제전화는 2009년부터 발신번호 앞에 001이나 002 같은 통신사업자 고유번호가 뜨면서 조작 여부가 드러나게 됐지만, 중국에 판매된 불법 인터넷 전화는 사업자 고유번호가 없어 보이스피싱에 악용되고 있습니다.

[정석화/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수사실장 : 인터넷 전화도 식별번호를 사업자별로 부여함으로써 쉽게 위변조가 됐다는 사실을 수신자가 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경찰은 자녀를 납치했다는 전화가 걸려오면 반드시 주변의 다른 전화로 자녀에게 전화를 걸어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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