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원 전투기 사업, 타보지도 않고 평가하라?

<앵커>

우리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 입찰에 뛰어든 미국의 F-35 전투기입니다. 다음 달부터 각 기종에 대한 현지 시험 평가가 진행되는데, 이 F-35는 타보지도 못하고 평가를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김흥수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기자>

우리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후보는 미국의 F-35와 F-15 사일런트 이글, 그리고 유럽연합의 '유로파이터' 등 세 기종입니다.

방위사업청은 다음 달부터 현지 시험평가에 들어가기로 하고, 공군의 베테랑 조종사들을 포함해 30여 명 규모의 평가단을 꾸렸습니다.

그런데 F-35에 대한 시험 평가가 이상해졌습니다.

현지 시험평가의 핵심은 우리 공군 조종사들이 직접 후보 기종을 타보고 성능을 평가하는 것인데, 미국 측은 우리 조종사들의 F-35 시험비행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 : 미 공군 조종사 이외에 탑승을 허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로선 탑승(시험비행)을 할 수 없습니다.]

F-35는 개발이 진행 중인 시제기인데다 조종석이 하나 밖에 없는 '단좌기' 여서 한국 조종사들에게 단독으로 조정간을 맡길 순 없다는 겁니다.

현재로선 모형을 이용한 시험장치인 시뮬레이터로 평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기동 성능이나 첨단 항법 장치 등에 대한 정밀 평가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종대/군사전문가 : 최첨단 전투기를 사는 건데 비행시험이 없다는 것은 이것은 보지 않고 사겠다는 것과 똑같은 겁니다.]

방위사업청은 궁여지책으로 우리 조종사들을 추적기에 태워 F-35를 따라가며 평가하게 해 달라고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에 제안했지만 아직도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체 인수에만 8조 3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 수많은 잡음을 일으켰던 과거 무기 도입 사업의 전철을 밟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오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