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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름이 좋다 '민생 탐방'

[취재파일] 이름이 좋다 '민생 탐방'
국회의원 300명 시대를 연, 대한민국 19대 국회가 시작됐습니다. 새로 지은 의원회관은 반짝 반짝 윤이 나고, 국회의원 되심을 축하하는 난 화분이 화물차에 실려 의원회관 앞에서 연일 대기중입니다.

5월 31일, 이 날 이후로 300명은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임기시작 7일째 되는 날 '첫 집회'를 열도록 한다는 국회법에 따라 6월 5일, 본회의도 소집됐었습니다. 그러나, 아시다 시피, 본회의는 열리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마치 국회 개원의 필요충분 조건으로 들리는 '원구성 협상'이 마무리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본회의를 열어서 국회의장이라도 뽑아 두자, 안그러면 한국의 국회를 탐방하러 오는 외빈들에게 '얼굴 없는 국회'가 돼버려 망신이다'라는 새누리당의 논리나, '상임위원장 배분이 안되면 상임위 구성도 안되고, 그렇게 해서 국회를 열어봐야 일을 할 수 없는 식물국회니 국회의장단 선출을 위한 본회의는 안해도 된다'는 민주통합당의 논리나, 궁색하긴 마찬가지로 들립니다.

보다 유리한 상임위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은, 이곳을 취재하는 저도 정치인이 아닌 이상, 정확히 그 치열함을 알 수 없는 , 그 싸움의 가치를 알 수 없는 영역입니다. 상임위원장의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입니다. 상임위원장은 상임위를 개회하고, 또 안건을 상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현안을 국회의원들이 맹렬하게 비난할 장을 열어 주느냐 그 최종 결정권자가 상임위원장인 겁니다.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쟁점'들을 국회에서 부각시키는 데는 관련 상임위원장을 자기당 의원이 맡고 있느냐 아니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하다면 좀 더 압축적인 일정으로 협상을 해서 결론을 좀 더 빨리 낼 수는 없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을 끄는 것을 '노력'으로 여기고 어떤 '성의'로 여기는 것은 이제 바꾸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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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회의원들은 어느 한 정당 소속이거나 무소속일 뿐이고, 자신이 일할 상임위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정당별로 의원들이 가고 싶어하는 상임위를 1지망, 2지망 이렇게 원내지도부가 받아서 배정을 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으서 하는 일은 대부분이 자신이 속한 상임위 분야에서 이뤄지고, 그 일정에 따라 이뤄집니다. 그런데 지금은 국회의 상임위원회에 위원장도 위원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보니 지금 국회의원들은 국회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당에서 정치활동만 하고 있는 셈입니다.

국회의 '개점 휴업'에 대해서 그동안 비판 여론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여야 원내지도부는 국회 안에서 일을 못하더라도 '민생 현장'에서 일을 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 때문에 국회에서 일을 못하고 있으니, 우리끼리 상임위처럼 분야를 나눠서 현장 탐방을 하고 필요한 정책들을 만들어 입법화 해보자' 하고 있고,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 때문에 국회에서 일을 못하니, 우리끼리 민생 현장을 찾아가서 필요한 정책들을 준비하자'고 합니다.

'민생 탐방'이란 정치인이라면 국회에서 일을 하면서 끊임 없이, 틈틈히 해야하는 필수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국회 문을 제대로 열려고 하지는 않고, 자기들끼리 민생탐방만 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국민들에게 말하는 것은 여전히 국민들을 실망시킵니다. 300명 모두가 국민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면서 한 표를 달라고 호소해서 국회의원이 되신 분들 아닙니까? 그런데 아직도 민생을 모른다면서 탐방만 다닌다고 한다면, 답답합니다.

언제까지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에게 사정을 설명해야합니까? 알았다고 고개 끄덕이고 심지어 눈물까지 글썽이고, 돌아가서는 국회가 안 열려서, 상임위 운영이 제대로 안되서, 새 정책을 담은 법안 통과를 못하게 됐다고 하고, 그리고 내년쯤 다시 찾아와서는 그간 바뀐 사정을 묻고, 또 돌아가고,,그렇게 해서 4년이 지나고 나면 만들었던 법안들은 다 폐기되고, 다시 새내기 국회의원들이 찾아와서 더 어려워진 사정을 묻고....악. 정말 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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