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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차 보험료 환급액이 830만 원…더 걷고도 나몰라라

[취재파일] 차 보험료 환급액이 830만 원…더 걷고도 나몰라라
자동차 있으신 분들은 당연히 차량 보험에 가입하실 텐데 자신이 내는 보험료가 어떻게 책정되는 지 알고 계십니까? 아마 대부분 그저 보험사들이 “당신의 보험료가 이겁니다” 라고 하면 그 가운데 조금이나마 싼 곳을 고르고 계실 겁니다. 보험사들은 어떻게 보험료가 책정되는 지에 관해선 영업비밀이란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소비자들은 그저 맞게 책정됐겠거니 하고 보험료를 내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소비자가 보험료를 더 내야 할 때는 매년 꼬박꼬박 사유를 찾아서 갱신을 시키고 있는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깎아줘야 하는 항목에 대해선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잘못 입력한 정보 때문에 보험료를 더 걷어놓고선 소비자가 이를 알고 구체적으로 환급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그대로 모른 채 합니다.

취재 중에 만난 자영업자 백 모씨도 그런 경우였습니다. 백씨는 차량 2대를 10년 넘게 보험에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한 대당 백 만원 가까운 보험료를 냈었고, 매년 조금씩 낮아졌지만 만만치 않은 보험료를 내 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보험 갱신 때가 된 백씨는 보험대리점 직원이란 사람으로부터 자동차 보험료 환급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속는 셈 치고 이 직원에게 맡겼더니 몇 번의 전화 뒤 여러 보험사들로부터 갑자기 더 걷어간 보험료 환급이 시작됐습니다. 합쳐보니 무려 830만원이나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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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씨는 기쁘기도 했지만, 화가 났다고 합니다. 어떻게 10년 동안 이렇게 잘못된 보험료 책정이 고쳐지지 않았냐는 겁니다. 그것도 여러 보험사를 바뀌면서 계약 갱신이 이뤄졌는데 이를 자신에게 알려준 곳은 한 곳도 없었다고 합니다. 백씨의 환급 내역을 살펴보니 적용되는 할인 할증율이 2배나 높게 책정돼 대인배상, 대물배상 등 기본 보험료가 2배 가까이 비싸게 부과됐습니다.

이유는 보험사들이 바뀐 규정을 전혀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0년 법이 개정되면서 차량 2대를 보유한 운전자는 무사고 기간이 각각 다를 경우 자신에게 유리한 할인율을 2대에게 모두 적용할 수 있도록 됐고, 승용차를 타다가 승합차나 화물차로 바꿨을 경우에도 11인승 미만, 1톤 미만 차량의 경우 승용차 할인율을 그대로 적용 받도록 했지만 보험사들이 아무 말도 안 해 줬고 백씨 역시 이를 몰랐던 겁니다.   

보험사가 제대로 할인 조건을 알려주지 않거나 가입자가 잘 몰라서 자동차 보험료를 더 낸 사례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어떤 기관도 정확한 통계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자동차 보험 건수 10개 가운데 1개는 될 것이란 비공식 추산도 있습니다. 실제 최근 3년 동안 소비자가 청구해서 받아낸 과오납 보험료 실적만 10만 건에 116억원이나 됩니다. 매년 3~40억원씩은 됐는데 이렇게 알고 환급 요청을 한 숫자보다 신청을 안 한 숫자가 많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규모는 훨씬 늘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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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자동차 보험료를 환급 받을 수 있을까요? 앞서 설명 드린 경우 외에 주로 환급을 받은 내역을 보면 군에서 운전병으로 복무했는데 이를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보험료를 낸 경우입니다. 군 운전병은 보험료를 최대 38%까지 할인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가입해 보험료를 내오다가 돌려받은 사례들인데 군 운전병 외에도 관공서나 기업의 운전기사로 일했을 경우에도 운전경력으로 인해 보험료 할인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적용 받지 못했습니다.

또 근무나 연수, 유학 등으로 해외에 머물면서 자동차 보험에 가입했던 경우도 보험료 할인 혜택을 볼 수 있는데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한 분들도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보험에 가입을 하지 않았으면 무보험 기간으로 간주하는데 1개월 이상 무보험 상태이면 재가입 할인율을 인정받지 못하고 3년 이상 무보험 상태라면 전 계약 할인율을 적용 받지 못합니다. 문제는 보험 가입시 해외에서 자동차 보험을 들었다고 말해도 이를 잘 모르는 상담원이 온라인 등으로 신청을 받았을 경우 할인 적용을 하지 않고 한 번 잘못 입력되면 이 등급이 계속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보험사들이 알아서 고쳐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가입자는 최대 68%까지 할인되는 기회를 놓치는 겁니다. 

이 밖에도 대리운전 기사가 사고를 내서 할증이 됐거나 자신이 가해자로 지목돼 보상을 해줬던 사고가 보험사기로 판명됐을 경우 할증됐던 부분을 수정하게 되고 보험사들이 사고점수를 잘못 적용하거나 차량 종류를 잘못 입력해서 보험료를 더 낸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할증이 더 적용했다는 사실은 가입자가 스스로 알아내기 쉽지 않습니다.

이런 불만 때문에 올해부터는 보험개발원 사이트 http://aipis.kidi.or.kr 에서 환급 대상을 조회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결국 환급을 받기 위해선 가입했던 보험사 고객센터를 일일이 방문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아직은 이용자 천 2백여명 정도로 많지 않습니다.

금융감독원은 SBS 취재 이후 보험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환급 대상과 요건 등을 소비자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앞으로는 보험 갱신을 앞두고 정보를 제공할 때나 가입 시 상품설명서에 환급 요건을 명시해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밝혔습니다. 대표적인 정보의 비대칭 부문인 보험에서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 보험사들이 적극적이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은 손 놓고 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말 실질적인 정보 제공이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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