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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사할 때 사다리차 이용하시나요?

[취재파일] 이사할 때 사다리차 이용하시나요?
‘미운 자식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다 힘들게 낳았는데 미울 리가 있나요. 조금 과장해 빗대어 보면 기자에게도 ‘미운 기사’ 없습니다. 다 출고(出稿)의 고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더 애착이 가는 기사는 있습니다. <사다리차> 기사가 그렇습니다.

'겨우' 2분30초짜리 기사였습니다. 하지만 섭외와 취재, 기사 출고까지 한 달이 걸렸습니다. 60분짜리 테이프로 11개. 120분짜리 소형 카메라 테이프가 2개. “이 정도면 그것이 알고 싶다도 만들 수 있겠다”며 저희끼리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었죠.

사다리차는 이사를 할 때 상당히 요긴합니다. 저도 지금 5층에 살고 있는데요, 2년 전 이사할 당시 사다리차를 이용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무탈하게 이사를 마쳤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았을 겁니다. 이삿날, 사다리차의 사다리가 땅으로 처박힌다면? 이삿짐이 아래로 떨어져 지나가는 사람에게 큰일이라도 난다면? 생각한 해도 끔찍할 겁니다. 그런데 이런 끔찍한 일이 전국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고 건수와 원인, 대책 등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취재를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제한된 시간에 사다리차의 문제점을 모두 지적할 수는 없었습니다. 많은 문제점 중에 뉴스로 보도할 것을 골라야 했죠. 1톤 트럭과 5톤 트럭 위의 사다리는 28미터와 70미터로 거의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 이를 지탱하는 케이블의 굵기는 똑같다는 게 가장 충격적일 것 같았습니다. 사다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케이블은 쉽게 마모되고 결국 케이블이 끊어지면서 사다리가 갑자기 구부러지거나 꺾이는 거죠. 전문가가 지적한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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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서 다루지 못한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사다리 재질이죠. 주요 재질이 알루미늄이라는 겁니다. 사다리를 눈으로 손으로 살펴본 전문가의 말입니다.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듯이 알루미늄은 강도가 높지 않은 금속으로 꼽힙니다. 손으로 구부려도 쉽게 구부러지죠. 현재 허가를 받은 사다리차 대부분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사다리를 얹고 다닌다고 합니다.

가는 케이블에 약한 재질의 사다리. 이런 사다리차가 출고되는 이유는 바로 중량을 맞추기 위한 제조업체의 꼼수 때문입니다. 사다리차는 25미터~70미터까지 있는데 각각 기준 중량이 있습니다. 이를 초과하면 안 됩니다. 이 때문에 제조업체는 처음 인증 받을 땐 기준 중량을 넘지 않게 생산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기준에 맞게 출고됐는지 검사 받는 차량을 살펴보니 실제 이사를 위해 투입되는  차량과 많이 달랐습니다. 이삿짐 선반에 달려 있는 난간도 없고, 사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유압오일도 거의 바닥 수준이고...이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총중량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것만 장착한 사다리차로 검사를 받고 있는 겁니다. 검사를 받은 뒤 이것저것 다시 장착하면 총중량은 훨씬 늘어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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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모자라 사다리를 더 높게 만들려고 제조업체끼리 경쟁합니다. 사다리차의 높이는 일반 승용차의 연비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는데 소비자들이 연비가 높은 차를 선호하듯 기사들은 25미터보다는 27미터를, 28미터보다는 30미터 사다리차를 더 선호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높이를 높이면 밑의 차량도 커져야 하는데 이러면 가격이 올라갑니다. 하여 제조업체들은 똑같은 차량에 사다리 높이만 높이고 있는 겁니다. 이러니 부러지고 꺾이고 넘어지는 게 당연하겠죠?

정부는 바로 이런 부분들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처음 허가를 내준 설계 도면대로 사다리차가 생산되고 운행되는지, 부적합한 재질을 쓰진 않는지 등을 말이죠. 만약 그렇지 않은 게 있다면 전량 리콜 조치하도록 제조업체에 행정명령을 내리든지 해야 합니다. 자신들이 판매한 사다리차가 이미 전국에 수천 대 돌아다니며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데 단지 '사기업'이라는 이유로 언론의 취재를 철저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사다리차의 차량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국토해양부나 사다리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고용노동부나, 이렇게 이원화 돼 있는 것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긴 하지만 어찌 됐든 누구라도 빨리 나서야 닥쳐올 수 있는 인재(人災)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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