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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위기의 세계 경제-6월이 분수령

그리스, 스페인, 미국의 양적완화…무엇이 문제인가

[취재파일] 위기의 세계 경제-6월이 분수령
세계 경제가 3년째 어김없이 6월과 함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연초에는 장밋빛 전망이 주를 이루다가, 유럽발 위기가 전염되면서 위기가 찾아오는 양상이 비슷합니다. 지난주 토요일 (뉴욕은 금요일), 미국 고용지표가 실망스럽게 나온 것은, 세계금융시장의 투자 심리에 하나의 변곡점이 되었습니다. 유럽 뿐 아니라 중국 등 신흥 시장들의 성장도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만은 괜찮은 줄 알았더니 미국마저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유로존 위기에 글로벌 저성장 위기. 엎친 데 덮치고 눈 위에 서리 내린 격인 현 상황에서, 6월은 중요한 분기점이 됩니다. 어떤 계기들을 주시해야 할지, 문답 형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그리스 2차 총선에서는, 급진좌파 연합인 '시리자'의 집권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는데? 국제경제에는 어떤 여파가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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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 선거 보름 전부터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금지하고 있어서 정확한 상황을 알기는 어렵지만, ‘시리자’는 지금까지 서른 차례 가까운 여론조사에서 가장 많은 1위를 했습니다. 이들은 그리스에 가혹한 긴축을 요구하는 구제금융 협상을 파기하고 재협상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유로존에는 “잔류하겠다”고 합니다. 그리스 국민 80%가 유로존 잔류를 희망한다는 걸 감안한 겁니다.

- 하지만 독일, 프랑스 등 유로존 채권국들과 IMF 등은, ‘협상 파기는 곧 유로존 탈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프랑스 재무장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그럴 경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채권단 입장에선, 채무자가 배짱을 부려 돈을 떼이는 ‘나쁜 선례’를 만들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독일 프랑스 등 채권국들도 각자 자국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문제가 간단치 않습니다.

유로존과 IMF가 현재 그리스에 주고 있는 구제금융은, 기존 국채의 이자를 간신히 갚아나갈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스가 나라의 행정과 국방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돈까지는 주고 있지 않습니다. 즉, 유럽연합과 IMF는 그리스가 무질서한 디폴트에 빠지는 것만 기술적으로 막아놓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시리자가 집권해 배짱 전략을 잘못 구사하다가는, 그리스 정부는 바로 다음달 부도 위기에 몰리게 되고, 이는 곧 유로존에서 쫓겨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국고가 빈 그리스는 돈을 새로 찍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유럽연합이 ‘유로화’의 신규 발행을 허용해 줄 리 없으므로 과거 화폐인 ‘드라크마’를 찍어 쓸 수 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한편으론, 이번 2차 총선에서도 그리스의 집권당이 결정되지 않고 3차 총선이 필요해지면서 불확실성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금융시장에선 ‘악재보다 나쁜 게 불확실성’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리스 사태가 어느 한 쪽으로 정리되지 않고 불씨를 안은 채 계속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2. 유로존 4위의 경제대국인 스페인도 결국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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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그리스와는 문제의 구조가 좀 달랐습니다. 그리스는 기본적으로 세입보다 세출이 훨씬 많은 ‘흥청망청’ 구조인 반면, 스페인은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문제는 부동산 거품을 잘못 다룬 데에서 비롯됐습니다. ‘뜨거운 태양과 지중해’를 벗하고 있는 스페인은 2008년 이전 세계 경제가 과잉유동성으로 흥청거릴 때 엄청난 부동산 거품이 일었습니다. 아무나 은행 대출을 받아 아무 집이나 샀습니다. 그러다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대출을 못 갚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면서 은행들이 줄줄이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스페인 정부는 결국 주요 은행들을 합병, 국유화하는 방식으로 대처할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스페인 정부에 그럴 돈이 없다는 겁니다. 당장 ‘방키아(Bankia)’ 은행만 해도 1천9백에서 2천4백억 유로가 필요한데, 이 돈을 유럽중앙은행에 이런 저런 형태로 빌리려다 사실상 거절당한 게 최근의 상황입니다.

스페인 정부나, 유럽연합과 IMF나, 사실 구제금융 신청까지 가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스페인 정부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국내경제가 어려운데 구제금융에 따라오는 ‘긴축’ 조건까지 받아들여야 합니다. 유럽연합과 IMF는 스페인 규모의 경제대국에 빌려줄 돈을 융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구제금융 상황’은 점차 다가오고 있습니다.

시장이 불안해질수록 스페인 국채를 보유해주는 대가로 투자가들이 요구하는 가산금리는 더욱 높아질 겁니다.  스페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7%를 넘어서면, 스페인으로서는 장기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고, 결국 구제금융을 신청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미국과 독일 국채의 수익률은 1.4% 수준입니다. ).

3. 유럽이 죽을 쑤는데 미국마저 경기가 둔화된다는 우려가 지난 주말 서구, 우리나라 월요일 증시 폭락의 주범인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추가 부양책, 이른바 '3차 양적 완화'를 내놓을 것인지?

3차 양적완화(QE3)를 대규모로 실시하기는 매우 어려울 겁니다. 미국은 올 연말에 대통령 선거를 치릅니다. 알려진 대로 민주-공화 양당이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데, 이런 정치적 지형에서는 아무리 독립성 있는 연준이라 하나, 전폭적이고 과감한 조치를 취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내 권위있는 언론들의 칼럼들도 연일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오는 목요일 연준의장 벤 버냉키의 의회 출석 증언에서 ‘QE3’에 대한 시사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도 합니다. 제가 보기에, 버냉키는 QE3에 대한 ‘희망’을 유발하는 립 서비스 정도에 그칠 겁니다. 당장 대규모의 통화공급에 또 한번 나서겠다고 공언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단기적으로 가장 큰 변수가 될 그리스 총선이 치러지지 않았습니다. 오는 17일 그리스총선 결과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 쪽으로 흘러가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의 분위기는 상당히 달라질 것입니다. 버냉키 입장에선 그 결과를 본 뒤에 태도를 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달 말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인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좀 더 의미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미국 내 경기도 좀 애매합니다. 물론 고용 데이터가 성장률의 ‘둔화’를 시사하고 있지만, 이는 ‘침체’와는 좀 다릅니다. 미국내 자동차 판매가 지난달에도 꾸준히 늘었다는 통계처럼, 느리고 불만족스럽지만 경기가 죽지는 않았다는 지표도 종종 나오고 있습니다.

중앙은행 입장에서 ‘돈을 찍어 새로 공급한다’는 것은 상당한 인플레 부담을 지는 일입니다. ‘미국의 경우 임금 인상 기미가 전혀 없기 때문에 '아직은 괜찮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버냉키 입장에서 현 시점의 추가 양적완화는 기름통 옆에서 불을 다루는 일처럼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버냉키의 연준은 그동안, 실제로 통화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마치 그럴 것처럼 분위기를 잡아 시장 분위기를 개선하는 ‘언어의 마술’에 능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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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국 내에서도 '양적 완화', 즉 통화의 대규모 추가공급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주로 월가의 금융투자가들입니다. 이들은 달러 공급이 늘면 일단 자산가치를 부풀릴 수 있어 좋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 미국민들의 생활은 좀 다릅니다. 미국도 저축에서 나오는 이자소득에 의존해 근근히 살고 있는 장·노년층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이들은 양적 완화 이후 계속된 저금리로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작금의 세계 금융 위기는, 구미 각국간 국제정치, 그리고 각국내 국내정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유로화'라는 통합 화폐 자체가, 경제적으로는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추진한 정치적 프로젝트였습니다. 구소련 붕괴 뒤 프랑스 미테랑- 독일 헬무트 콜 등 유럽 지도자들이 “유럽의 통합과 전쟁 방지”라는 ‘역사적 소명’ 차원에서 추진했던 겁니다.

지금은 그리스든 독일이든, 어느 나라 국내 정치의 모순 때문에 비합리적인 악재가 돌출하여 상황을 파국으로 몰고 갈 가능성과, 비상한 상황에서 비상한 국제정치적 결단이 내려져 상황이 수습될 가능성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그런 점까지 감안해서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뉴욕증시 다우존스 지수 이외에 유로의 달러 대비 가치, 현재 곤란을 겪고 있는 나라들과 미국 국채 수익률 등을 같이 지켜보면 상황 이해에 보다 도움이 됩니다. (우리나라 환율과도 직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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