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빈혈 걸린 고용 성장, 아시아 경제성장 둔화, 유럽의 점점 악화하는 채무 위기.
이런 요인들이 각국 정치 지도자들로 하여금 세계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새로운 행동을 취하라는 압력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정확하게 필요한 처방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워싱턴 포스트(WP)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워싱턴 정가의 교착상태 때문에, 민주당과 공화당이 일자리 창출 필요성에 대한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정치적 수사를 쏟아내고 있음에도 의회에서 어떤 의미 있는 경제적 조치가 나올 공산이 거의 없다.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 측근들이 방송 프로그램에 총출동해 최근 나온 저조한 5월 고용 지표를 놓고 한바탕 '폭탄 돌리기'를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캠프는 데이비드 액설로드 전 고문, 스티븐 래트너 전 특별보좌관 등이 대통령의 정책과 재선 전망을 방어하는데 하루를 몽땅 썼다.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 캠프도 온종일 에드 길레스피 및 에릭 펀스트롬 고문, 라인스 프리비스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위원장 등이 모두 나와 오바마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실패한 것은 물론 리세션(경기후퇴)이 재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에서는 부국인 독일 지도자들의 긴축 재정 편향 정책과 새로 선출된 위기국 포퓰리스트 정치인의 정부 지출 확대 정책 간 틈새가 크다.
그나마 시간도 촉박한 상황이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는 지난주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을 구하는데 시간이 3개월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시금석은 2주 앞으로 다가온 그리스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국민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구제금융 계획에 계속 참여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 계획은 정부 지출과 각종 수당의 감축을 요구하는 것으로, 강력한 금융 처방책을 동반하는 만큼 그리스가 유로화를 포기할 수도 있다.
그리스의 단일 통화권 이탈은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로 파급될 공산도 크고,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이들 국가의 자본이 독일, 영국, 프랑스, 그리고 심지어 미국으로 대이동하면서 금리를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 둔화도 유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국 경제에 부담될 공산이 크다.
각국 정치권과 리더 간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짐에 따라 시장의 기대는 '비선출직'으로 옮겨가고 있다.
유일한 희망은 정부로부터 독립 운영되는 중앙은행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만간 성장 촉진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벤 버냉키 의장은 5일 의회에서 증언하면서 새로운 부양책의 힌트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준이 경제 악화의 확실한 기미가 없다며 새 행동을 취하는 것을 꺼려왔다는 점에서 이 또한 보장할 수 없는 상태다.
연준이 움직인다면 4천억달러 규모의 단기채를 장기채로 바꿔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프로그램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고, 수천억달러의 미국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사들이는 3차 양적완화(QE3) 정책을 시행할 수도 있다.
한편, 경제의 튼실한 회복을 토대로 재선 성공을 노리는 오바마 캠프에도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저조한 5월 고용 성적표를 내놓은 상태에서 대선 때까지 실업률이 8%를 웃돈다면 아무리 자동차 산업을 살렸다고 강조하고 의회에 일 좀 하라고 다그치더라도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오바마의 이번 주 일정은 선거 유세와 경제 문제가 그의 관심사를 나눠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4일 뉴욕과 6일 샌프란시스코 및 로스앤젤레스에서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하고 7일에는 경제적 타격이 큰 라스베이거스를 찾는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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