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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안철수, 대선 출마 결심만 남았다

[취재파일] 안철수, 대선 출마 결심만 남았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두 달만에 이른바 '강연정치'를 재개했습니다. 두 달 동안 안철수 교수는 정치적으로 많이 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의 생존을 고민한 듯한 발언들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그만큼 발언의 방식도 정치권을 많이 닮아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안철수 사단'으로 불리는 안철수 참모단도 여의도의 색깔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강연에서 안철수 교수의 진화 속도는 그동안의 강연을 감안했을 때 급하게 빨라졌습니다. 일각에서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6월 활동설'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안철수, '대선 출마' 초읽기 들어갔다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안철수 교수는 그동안 대체적으로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사회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할지 생각 중이며 정치도 그 중 하나 일 수 있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고 기여하는 여러가지 경우의 수 중에 정치도 포함돼 있다는 취지입니다. "대선 출마는 선택이 아닌 주어지는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본인이 직접 정치 참여를 선언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회의 요구, 추대의 방식으로 정치권에 들어올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두 달 사이에 부산대 강연에서 안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만약에 저에 대한 지지의 본뜻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뜻들을 제가 파악하고 결정을 내리게 되면 그러면 분명하게 말씀드릴 겁니다." 대선 출마를 결정하게 되면 본인이 직접 입장을 밝히겠다는 뜻입니다. 출마 선언을 할지 조차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치 참여 방식은 본인의 출마 선언에서 시작된다는 명확한 데뷔 방식을 밝힌 셈입니다.

안 교수는 이어 "사회변화에 대한 열망이 저를 통해서 분출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온전히 제 개인에 대한  지지라고 생각하면 그건 교만입니다. 만약에 제가 정치를 하게 된다면 과연 그 기대를 저를 통한 사회적 열망을 거기에 어긋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사변적인 화법일 수 있지만 미묘한 변화가 느껴집니다. 사회 변화에 대한 열망, 결국 '안철수 현상'에 대해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이 되는지 자문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사회 기여에 다양한 방식 중에 하나인 정치가 아니라 정치에 참여해서 안철수 현상을 현실화 시킬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 고민한다는 취지입니다. 사회 기여방식에 대한 고민을 끝내고 본인의 능력에 대한 자체검증 수순에 들어갔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자체 검증이 끝나면 다음 수순은 정치 참여, 구체적으로 대선 출마 발표만 남게 됩니다. 안철수 교수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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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복지와 경제 정의, 평화체제 구축' 국정 3대 핵심 가치 제시-사실상의 대권행보

사실 안철수 교수의 결심이 임박했다는 결정적인 근거는 따로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라는 주제로 시작된 강연에서 안 교수는 3가지 원칙을 제시합니다. 강연의 마지막 결론 부분을 발췌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시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심각하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해야할 건.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희망 줄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미래가 안 보이는 것 같은 상황에서 우리 모두 벗어나서 희망 행복 찾는 시대로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인 복지 정의 평화를 통해서 다시 행복과 희망을 찾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더 이상 낡은 식의 옛날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통과 합의를 통하고 아무리 적이라고 해도 같은 목표 가지고 있다는 공동체 의식, 신뢰와 믿음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그래야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변화의 중심에 저는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저를 포함한 정치하시는 분들 포함한 우리 모두가 정말 열심히 함께 노력해서 행복하고 미래 희망 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안철수 교수는 3가지 시대적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바로 보편적 복지, 경제 정의, 평화체제 구축입니다. 3가지 시대적 핵심 과제를 이뤄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소통과 합의를 강조했습니다. 상아탑에서의 특강이라는 방식을 취했습니다만, 특강이라는 방식에 얽매이지만 않는다면 사실상 국정 운영의 큰 골격을 제시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민주통합당의 손학규 상임고문, 김두관 경남지사 등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들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포럼과 기자간담회 형식을 통해 대선주자로서의 정책이념과 국정 어젠다를 이미 제시했습니다. 정치권에 데뷔하지 않았을 뿐 이쯤되면 사실상 대권행보를 위한 사전 움직임이 시작된 것 아니냐고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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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논쟁 정면 돌파', 안철수의 승부수

정치인이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는 사회 이슈가 생길 때마다 끊임없이 선택을 요구받는다는 겁니다. 한미 FTA에 찬성하느냐,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느냐, 등등... 특히 대선주자들의 경우 이 문제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슈에 대한 정치인의 선택은 이념 논란으로 확대되기도 합니다. 한미 FTA에 반대하면 그날로 반미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데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하면 정체성이 모호하다며 국정운영에 일관성이 없는 정치인으로 비판 받기도 합니다. 정치인은 선택할 때마다 지지세력이 떨어져 나가는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선택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안철수 교수는 그동안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답변을 강요받은 적도 별로 없을 겁니다. 선택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학자와 사업가의 영역에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랬던 안 교수가 스스로 선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선택의 시작은 최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태로 촉발된 일부 의원들의 '종북 논란'입니다.

"진보정당은 인권 평화같은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잖아요. 그게 진보정당의 근간입니다. 그 잣대가 북한에 대해서 다른 잣대 적용되는 건 동의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대화해야 할 대상이지만 한편으로는 보편적 인권이나 평화문제에서 심각한 문제 갖고 있다는 건 우리 모두 알고있는 사실이죠. 유독 이 문제가 안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국가경영에 참여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이 문제에 대해서 솔직하게 밝히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는 검증의 잣대 중의 하나가 바로 이념 검증입니다. 이 선택은 본인의 대권가도에서 이념적 스펙트럼의 기준점을 정해준 것과 같습니다. 보편적 복지를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진보에 가깝지만 안보적인 측면에서는 비교적 보수적인 정체성을 드러낸 겁니다. 굳이 위치로 표현하자면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중간 지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포석은 향후 대선가도를 염두한 안 교수의 승부수인 셈입니다.

3자구도라면 양쪽으로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취약한 위치지만 안 교수가 범야권의 대선주자, 다시 말해 문재인 상임고문의 지지세력을 비롯한 민주통합당의 표심이 사실상 안 교수의 지지세력으로 흡수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안 교수는 범야권의 가장 오른쪽에서 박근혜 전 위원장과 전면전을 피하지 않겠다는 출사표를 던진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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