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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람들은 왜 조희팔의 죽음을 믿지 않을까?

[취재파일] 사람들은 왜 조희팔의 죽음을 믿지 않을까?
4조 원대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 조희팔이 죽었다. 경찰 발표다. 가족들도 죽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중국에서 같이 생활하다 붙잡힌 최측근도 그가 지난해 죽었다고 증언한다. 사망확인증도 있고, 장례식장, 화장장의 확인도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가 살아있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그의 죽음을 믿지 않는 사람도 많다. 피해자들은 더더욱 그렇다. 조희팔이 죽지 않았다는 증언들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심지어 봤다는 사람까지 나오고 있다. 의문의 열쇠는 사망자의 DNA를 확인하는 작업으로 쉽게 풀 수 있지만, 조희팔은 재가 됐다. DNA 확인이 불가능하다. 한 쪽에선 죽었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살아있다고 말하는 이상한 상황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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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도대체 왜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믿지 못하는 걸까?

2008년 겨울 그는 중국으로 밀항했다. 당시 밀항선을 주선해준 사람을 취재한 적이 있다. 그는 조희팔에게 밀항선을 구해주려다 마음을 바꿔 경찰에 제보를 했다. 밀항자가 있다고 신고한 뒤 경찰에 수사 협조를 했다. 밀항 날짜와 동선, 그리고 밀항선을 띄우는 항구까지 모두 경찰과 사전 협의를 통해 결정했다. 이번에 붙잡힌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처럼 밀항을 시도하는 범죄자를 붙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것도 밀항을 4차례나 시도했다. 날씨가 나빠서 실패하고, 공해 상에서 접선할 중국배가 오지 않아서 실패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희팔은 끝내 밀항에 성공했다. 밀항하는 것을 경찰과 군이 모두 뻔히 아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유유히 중국으로 건너갔다. 경찰은 애초 마약불법거래 시도인 줄 알았기 때문에 마약 거래 현장에서 검거하기 위해 놔뒀다가 밀항을 허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참 옹색한 변명이지만, 그땐 그랬다. 때문에 당시 경찰의 비호 아래 조희팔이 중국으로 건너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경찰이 밀항을 하는 줄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 막지 못했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분명 조희팔의 밀항을 도운 경찰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희팔이 5억 원을 풀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누가 도왔는지 아니면 누가 돈을 받았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태안해양경찰서장만 밀항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직위해제 됐을 뿐이다.

피해자 3만 명, 피해액 4조 원의 다단계 사기 사건.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던 이 사건이지만, 조희팔의 밀항을 놓고 사전, 사후에 당국이 보여준 모습은 분명 철저하지 못했다.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을 감내하고 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올 2월 중국에서 조희팔의 최측근 2명이 붙잡혔다. 일반인들에게 잊혀졌던 조희팔이란 이름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측근  중의 측근이 붙잡혔던 터라 미궁에 빠져있던 조희팔 사건이 해결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적색수배대상이었던 그들은 중국 공안에 붙잡혔고, 이번 달 한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드디어 재수사의 불이 타오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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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불과 열흘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5월 12일, 경찰은 '조희팔 사망' 발표를 한다. 경찰 내부에서도 조희팔 사망 발표를 놓고 논란이 많은 상태였다. 시기도 문제고, 사망 증거를 놓고도 이견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 발표는 ‘강행’됐다. 이제 막 수사가 물살을 타겠거니 했던 기대감에 찬물을 확 끼얹었다. 당연히 의심의 시선들이 쏟아졌다. 굳이 왜 이 시점에 그 정도 증거를 갖고 공개 발표까지 해야 했었느냐, 검찰이 핵심 증인을 데려간 것에 대한 물타기냐, 경찰 추가 연루자가 드러날까 미리 선긋는 거냐. 비난들이 이어졌다. 결국 조희팔의 죽음을 믿지 못하겠다는 사망 조작설이 점점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왜 조희팔의 죽음을 믿지 않을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은 왜 조희팔이 죽었다는 경찰의 발표를 믿지 않을까? 당국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조희팔의 밀항을 막지 못했고, 중국에서 호화로운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검거하지도 못했고, 조희팔과 검경 사이에 검은 고리가 있다는 증언이 숱하게 나왔지만, 자체 반성도 부족했다. 왜 우리를 믿지 못하느냐고 항변하면서 사람들을 원망할 게 아니라 스스로 자초한 불신이라는 것을 왜 모르느냐고 반문하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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