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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잠자는 '일제 징용 피해 지원금' 2100억 원

[취재파일] 잠자는 '일제 징용 피해 지원금' 2100억 원
어제(29일) SBS 8뉴스에 "잠자는 지원금 2000억 원"을 리포트한 후 여러 시청자께서 문의를 주셨습니다. 부친이 강제징용 당하셨는데 지원금 신청 대상이 되는지, 또 노무자로 끌려가 강제로 저금을 들었는데 찾을 수 있을지를 물어보시는 분들. 멀리 필리핀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연을 전하며 궁금함을 풀고 싶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SBS 보도국으로도 수십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한분 한분마다 애달픈 가족사를 토로하면서 지원금 신청 방법을 문의하셨습니다. 1분20초의 짧고도 충분치 않은 리포트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걸 보면서 저 스스로도 일제 강점기의 가슴 아픈 민족사를 다시금 되돌아봤습니다.

징용피해지원금, 누가ㆍ어떻게 받을 수 있나?

징용피해지원금을 규정한 것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지원 특별법’에 따른 것입니다. 법 이름이 좀 길어서 아래부터는 특별법으로 부르겠습니다. 만주사변 이후 일제의 징용이 본격화한 1938년 4월1일부터 광복이 된 1945년 8월15일까지 징용 피해를 입은 분들이 지원대상이 됩니다.

이 법에서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의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는데요, 첫 번째는 위로금입니다. 국외로 강제동원돼 숨지거나 행방불명인 경우 희생자 1명당 2000만 원이 지급됩니다. 부상으로 장해를 입은 피해자에게는 정도에 따라 최대 2000만 원이 지급됩니다. 두 번째 유형은 의료지원금입니다. 강제동원 생존자 가운데 노령이나 장애 등으로 치료가 필요한 분들에 대해 연 80만 원 범위에서 지급됩니다.

마지막 유형이 미수금 지원금으로 제가 29일 리포트에서 다룬 내용입니다. 당시 일본 정부나 일본 기업에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은 이런저런 명목으로 급여와 부조금 등을 다 받지 못한 채 귀국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가 책임을 차일피일 미뤄오다 2008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17만 5000건의 미수금 공탁금 기록 사본을 우리 정부에 넘겼습니다. 이로써 우리 정부가 피해자들을 찾아내 못받았던 돈을 돌려줄 근거가 확보된 겁니다. 정부는 공탁금 1엔을 2000원으로 환산해 돈을 지급하는데요, 이 돈은 일본 정부가 주는 건 아니고 우리 정부가 특별법에 따라 예산을 확보해 지급하는 돈입니다. 국무총리 산하 대일항쟁기 피해조사 위원회 관계자는 “지원금을 받는다고 해도 지난주 대법원 판결 취지처럼 일본 정부와 기업에 대한 청구권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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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 미신청 15만 건, 2100억 원 잠자고 있어


그럼 미수금 공탁금은 얼마나 될까요? 일본이 보내온 기록을 종합하면 모두 1억 2600만 엔입니다. 1엔당 2000원씩 곱해보면 2520억 원이나 됩니다. 그렇다면 피해자들은 얼마나 지원금을 받아갔을까요? 현재까지 2만 4000여 명이 신청을 해서 이 가운데 피해 사실이 확인된 2만 3000여 명이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금액으로는 430억 원입니다.

산술적으로도 아직 신청을 안 한 분들이 15만 명을 넘는데요, 문제는 신청 기한이 다음달로 마감된다는 겁니다. 특별법 27조에는 미수금 지원금의 신청기한을 올해 6월 30일로 못박아 놓았습니다. 또 이런 일을 하는 지원위원회의 활동 기한도 올해 말까지로 정해놓았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신청자가 나타나리라고 본건데요, 하지만 실상은 보시는 것처럼 전체의 86%가 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신청이 저조한지 피해조사위원회에 물어봤습니다. 위원회 관계자는 “피해자 본인들이 일찍 돌아가시는 경우 유족들이 피해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살아 계신 당사자들은 고령이라 신청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추세를 보아하니 이런 문제가 생길 것을 예상한 국회의원이 몇 명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말 신청기한을 1년 더 연장하고, 환산기준을 1엔당 2000원에서 10만 원으로 대폭 인상하자는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무관심 등이 겹쳐 처리되지 못하고 결국 어제자로 18대 국회가 끝나면서 이 개정안들도 자동 폐기됐습니다. 오늘 개원한 19대 국회에서 재입법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신청대상 확인과 신청방법은 이렇습니다 

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당장은 6월이 가기 전에 지원금 신청을 해놓는 게 급선무겠죠. 아직 신청하지 못한 피해자나 유족들은, 또 내가 신청 대상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는 분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피해조사위원회에서는 먼저 전국 시군구청 민원실의 ‘강제동원 피해 지원금 신청 창구’를 찾아달라고 말합니다. 꼭 본인이 살고 있는 시군구청이 아니라도 전국 어디서든 가능합니다. 여기서 전산단말기를 통해 민원인이 신청 대상인지 검색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아니라 유족이라도 고인의 주민번호와 함자를 토대로 검색이 된다고 합니다.

신청대상이 맞다면 신청서와 신분증 사본, 제적등본 등을 첨부해서 피해조사위원회에 신청하시면 됩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02-2180-2613~2616)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리포트로 다 전해드리지 못한 이야기를 취재파일로 풀어봤는데요, 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덜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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