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맞나?.. "알아서 처리해드려요."
금감원과 경찰이 사실상 모텔과 다름없는‘되의뢰병원’보험사기 집중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문제의 병원들을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삼성서울병원, 현대아산병원 등 대형병원들 가까운 송파지역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입원을 한다해도 치료는 사실상 이 병원이 아닌, 대형병원에서 받기 때문에 통원이 가능한 거리에 있는 게 중요하죠. 대형병원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운영되는 건 기본입니다.
가장 먼저 찾아간 병원은, ‘정말 이곳이 병원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유흥가의 모텔이 밀집돼있는 골목의 한 상가. 잘못 찾아왔나 몇번을 주소를 다시 확인하고, 올라가봤습니다.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간판, 상가 앞에 한가롭게 서 있는 구급차 한대가 이 곳이 병원임을 알려줄 뿐이었습니다. 병원 안으로 들어가봤습니다. 숙박공간으로 쓰이는 곳 답게 편안한 분위기의 침대방, 황토방, 그리고 물리치료실, 취사가 가능한 공간 등으로 구성되어있었고, 병실 안에는 빈 침대가 수두룩했습니다. 환자들은 다들 운동을 가거나 쇼핑을 가거나 자유롭게 활동하신다더군요. 병실에 머물지 않아도 입원 처리가 가능한 지, 상담을 해주는 간호사에게 물었습니다. "원칙으로는 들어와 계시는 걸로 하고, 처음부터 원하는 내용을 말하라"고 직접적으로 언급을 했습니다. “운동도 하고 쇼핑도 하고, 자유롭게 집에 갔다 와도 되니, 며칠동안 오지 않아도 별 상관 없으니, 알아서 센스있게 잘 하면 된다, 걱정말라”고 했습니다. 나머지 뒷일은 알아서 다 해주겠다는 거죠.
근처 또 다른 병원. 이곳은 아예 뷰티 프로그램 강좌까지 있었습니다. 안내책자에도 호텔급 시설을 부각했구요. 간판에도 암전문 '클리닉'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사실상 병원이 아님을 인정한다고 봐야 할까요? 병원에 입원해있는 환자들과 편안하게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전혀 터치 안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 의사는 본적도 없으니 걱정말라 했습니다.서너명의 환자가 있었는데, 서로 “의사가 이 병원에 있긴 있냐? 본적이 없다”고 묻더군요.
법 경계 넘나들며 사각지대에서 편법 운영...보험사기에 악용
이런 되의뢰병원은 빅5 병원 주변에 5-6곳씩 서울 시내에만 어림잡아 30여곳이 성업중인데, 운영 단속과 제재 권한을 갖고 있는 보건복지부도, 보험사기 조사하는 금감원도 사실상 감독에는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치료 안하고 머물기만하는 '이상한 병원'이지만, 암환자들이 머무는 곳이기 때문에 무조건 없애라고 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이유였습니다. 병원이지만 병원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사실상 숙박공간에 다름없는 되의뢰병원의 존재는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대놓고 악역을 맡는 건 꺼리는 분위기라고 해야할까요?
실제 되의뢰병원은 비용 부담과 입원일수 제한 때문에 대형병원에 마냥 있기 어려운 암환자들이 협력병원이란 명목으로 대형병원의 소개를 받아 찾아오는데, 실제 진료는 대형병원에서 받다보니 중복 처방하면 안된다는 이유로 진료는 거의 하지 않고 숙박공간처럼 운영된 겁니다. 겉으로는 협력병원이란 타이틀에 '상생'이라는 명목까지 갖추고, 대형병원을 오가며 외래진료를 받아야하는 지방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생겨난, 틈새시장을 공략한 새로운 형태의 의원인거죠. 문제는 법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넘나들며 사각지대에서 편법 운용되면서 보험사기에 악용되고 있다는 겁니다.
다섯곳의 병원에 들러봤지만, 상담요청 하면 간호사들은 고민조차 하지 않고, “보험금 받아야 할테니 입원처리 해주겠다”고 대놓고 언급하더군요. 실손보험은 중복보장이 안되지만, 암보험 등에 가입한 경우 얼마든지 중복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입원일당 등의 명목으로 하루 10만원, 30만원까지 지급되는 상품이 있으니, 여러 개 들어놨다면 치료비 부담도 만만치 않은데, 보태쓰면 된다고 간호사가 친절하게 설명해주더군요. 오히려 “보험회사 단속 나오면, 보호자들만 말조심 잘하면 된다. 알아서 서류는 다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의료법상 ‘의원’은 의사 1명에 침대가 30개를 넘지 않으면 설립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3-6만원 되는 입원비 챙기고, 사실상 치료는 거의 안 하니 의사는 면허증만 걸어두고 등장하지 않아도 되고, 간호사 1-2명만 상주해도 손쉽게 운영이 가능하니 손해날 것 없는 장사인 셈이죠. 암 환자 입장에서도 힘겹게 암투병 하면서 어떻게든 비용부담 덜 수 있고, 많게는 수십만원 까지 보험금 탈 수 있게 해준다는데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겠죠. 문제는 이런 유혹들이, 허위로 입원하고 서류 꾸며 보험금 타낸다면 ‘보험사기’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되의뢰병원’ 자체는 치료 안 하는 ‘이상한’ 병원이라 할지라도, 암환자들 보존적 치료 돕고, 서로 어울려 힘을 얻는 공간으로서 긍정적인 역할도 있으니, 사실상 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단속 자체를 받지 않고 합법의 테두리 안에 숨어있다고 해도, 법을 어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당국이 칼을 빼들었습니다. 모텔 같은 병원에서 환자에게 허위 입원처리 해주면, 보험금은 새나가고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보험사기로 새나가는 보험금은 연간 3조 4천억원. 이로 인해 국민 한사람당 한해 7만원씩, 가구당 20만원씩 보험료가 더 부담하고 있다고 합니다. 암환자들은 힘겨운 투병생활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지만, 이런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병원은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고, 환자들도 보험금 환수에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