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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탱크 최경주의 촘촘한 고국 나들이

[취재파일] 탱크 최경주의 촘촘한 고국 나들이
참 바쁜 사람이다. 1분1초가 아깝다. 골프 선수로, 재단 이사장으로, 친구로, 아들로, 팬들에게는 월드 스타로, 몸이 열 개라도 버거울 만큼 할 일이 많다. 최경주의 고국 나들이 스케줄 얘기다. 그런거 보면 참 건강한 사람이다.

지난 5월14일 화요일 새벽 4시, 인천공항 입국장에 들어섰다. 지난해 우승을 차지했던 제5의 메이저 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시상식을 마치자 마자 플로리다에서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것으로 그립지만 피곤한(?) 고국행 스케줄이 시작됐다. 뉴욕에서 16시간을 날아 도착, 그리고 바로 김포공항으로 옮겨 SK텔레콤오픈 대회 장소인 제주로 향했다. 몸은 천근만근 무거워도 시차와 코스 적응을 위해 바로 골프채를 챙겨들고 후배들과 연습라운드에 나선다. 최근 퍼팅 감각이 좋지않아 걱정이 많다. 여러개의 퍼터를 놓고 감각을 조율한다. 트레이드 마크인 홍두깨 퍼터,일반 퍼터,여러개를 테스트하며 핀크스골프장 그린과 궁합이 가장 잘 맞는 퍼터를 고른다. 숙소에 들어와서도 매니지먼트사 직원들과 9일 간의 국내 스케줄을 정리하고 쌓여있는 모자 등 각종 물품에 사인을 하고나니 두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눈을 붙이자마자 다음날 아침이다.

프로암대회가 있는 날이다. 최경주의 평소 지론 "대회가 열리는 나흘간은 선수가 주인공이지만 프로암대회 하루 만큼은 아마추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선수의 의무이다." 열과 성을 다해 아마추어들과 대여섯 시간을 보낸다. 피곤하지만 한마디라도 재미있는 말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미국의 경험담도 들려주고, 레슨도 해주고, 사진도 찍어주고, 짧은 시간이지만 최경주라는 선수에 대한 좋은 기억을 심어주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면서 틈틈히 코스도 파악하고 그린도 살피고 샷도 점검하며 1라운드를 준비한다. 시차에 체력 난조에 몸은 허공에 붕 뜬 느낌이다. 고국 방문 이틀째 밤 언제 침대에 누웠는 지 모르게 곯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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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대회 1라운드, 조편성을 보니 힘든 시간이다. 새벽 6시50분 티오프,,그렇다면 평소 습관대로 2시간 30분 전에는 일어나야 하니 4시쯤에 눈을 떠야 한다. 최경주는 보통 라운드 전에 항상 동행하는 호주 출신의 체력 트레이너와 함께 스트레칭을 30분 정도 하고, 드라이빙 레인지 샷 연습과 연습 그린 퍼팅 연습을 합쳐 1시간 정도 한다. 이후 가볍게 식사를 마친 뒤 티박스로 향한다. 이른 아침 시간이어서인 지 생각보다 바람이 차다. 얇은 니트를 꺼내 입고 1번홀 티샷을 날렸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 몸도 무겁고 샷의 정확성도 떨어진다. 그래도 고국 라운드는 즐겁다. 동반 플레이한 후배 박상현과 틈틈히 이야기를 주고 받고 웃음을 주고 받는다. 새롭게 들고 나온 퍼터도 잘 말을 듣지 않아 성적은 1오버파 중위권,,기대 이하였다. 그래도 쉴 틈이 없다. 점심 후에는 곧바로 골프 유망주들과 만났다. 최경주가 가장 기다려온 시간이다. 어린이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꿈을 심어준다. 예정된 1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참가한 모든 어린이들의 순서가 끝날 때까지 최경주는 계속 이야기하고 호흡을 함께 한다. 클리닉이 끝나자 어린이들의 깜짝쇼가 이어졌다. 최경주의 생일을 이틀 앞두고 어린이들이 생일 축하 케익을 미리 준비했다. 최경주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어났고 잠시나마 피로를 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대회 도중에도 저녁 식사를 조용히 하는 날은 없다. 대회 첫날은 스폰서 측인 SK텔레콤 스포츠단 관계자들, 그리고 핀크스 골프장 사람들과 함께 했다. 스폰서 업체라 해도 자주 만날 수 없으니 감사함을 전하고 친분을 쌓기 위해서다. 둘째날은 대회장 부스에서 각종 행사에 바쁜 시간을 보내는 최경주 재단 직원들에게 한 턱을 냈다. 세째날은 가족과의 만남이다. 완도에 사는 가족들이 라운드 끝나는 시간에 맞춰 완도에서 배를 이용해 제주항에 도착했다. 부모님과 동생 3명의 가족 등 11명이 총출동했다. 어머님은 최경주가 좋아하는 전복,김치,파래무침 등등 음식을 푸짐하게 싸오셨다. 스케줄이 워낙 빡빡하니 이렇게 밖에 만날 시간이 없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오가며 웃음꽃이 절로 피어난다. 부모님들은 많은 얘기는 없으시지만 눈빛으로 표정으로 큰아들 최경주의 건강을 걱정하고 선전을 기원하고 미국에 있는 며느리와 손자들에 대한 안부를 묻는다. 도란도란 완도 얘기, 옛날 얘기를 나누는 사이 제주의 밤은 어느덧 새벽을 향해 간다.

대회 마지막날 한타라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결과는 공동 13위, 아쉬움은 남지만 1,2라운드에 비해 성적을 많이 끌어올렸다. 시상식까지 참여해 팬들을 만난 뒤에야 대회 행사는 모두 끝이었다. "이제 좀 한가해지겠네요? 좀 쉬기도 하고?" 라는 질문에 "저는 차라리 대회 기간 중이 휴식 시간이에요.." 라는 답이 돌아온다. 일요일 저녁 비행기로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지인들과 밤 1시까지 시끌벅적 이런 저런 수다를 떨며 마지막 여유를 즐긴다. 이제 월요일부터 목요일 출국까지는 최경주프로가 아니라 최경주 재단 이사장으로 더욱 촘촘한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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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이사회를 열고 이사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한다. 하루에 서너명 씩 외부 인사들과도 만나 꿈나무를 위한 재단 사업에 참여를 부탁하고 미래 '골프 아카데미' 건립에 대한 방안을 협의하고 골프 대중화에 대해 논의한다. 후배인 남영우와 홍순상은 대회에서 이글이나 버디를 할 때마다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버디 캠페인 홍보 대사로 위촉했다. 스폰서 업체의 광고 촬영, 각종 언론의 인터뷰와 방송까지,,커피 한잔 여유롭게 마시기 힘들 만큼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이번에 출국하면 10월 쯤에나 다시 귀국하는 만큼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을 하겠다는 의욕에 피곤함도 느끼지 않고 동분서주하는 것이다.

이제 출국,,다시 치열한 PGA 전쟁터로 돌아간다. 지난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1년 넘게 우승이 없다. 본인의 이력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꿈나무들을 위한 재단 사업을 더욱 번창시키고 한국의 골프 대중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라도 꼭 메이저 우승도 하고 싶고 9승,10승도 하루 빨리 달성하고 싶다. "요즘 PGA에서도 젊은 친구들이 멀리도 치고 정확하기도 하고 참 잘 쳐요."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힘 닿는 한 도전하고 노력하겠단다. 한국산 탱크니까,,그리고 탱크처럼,,"지난 몇 년간 통계를 보니까 한국 왔다가 미국 들어가서 바로 출전한 대회는 성적이 신통치 않더라구요,,그래도 마음 비우고 쳐 봐야죠." 최경주는 고국 나들이 후 첫 대회로 이번주 메모리얼 토너먼트에 출전한다. 2007년에 우승컵을 차지한 적이 있는 친숙한 대회다. 피곤함을 딛고 탱크의 저돌적인 질주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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