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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내가 산 중고차, 정말 무사고 차일까?

보험기록 없으면 알 수 없는 사고 여부

유덕기 기자 dkyu@sbs.co.kr

작성 2012.05.28 18:55 수정 2012.05.29 09:3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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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여서인지 최근 중고차를 구입하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모두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조금 불안하다’는 겁니다. 인터넷을 통하든, 중고차 딜러(매매상)를 통하든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도 혹시 속이 골병들어있는 차이면 어떡하냐는 걱정입니다. 사실 저는 차에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라 ‘걱정이 지나친 거 아닌가’라 생각했는데, 이번 경찰조사결과를 보며 중고차 찾는 문들의 불안함이 이유 있는 불안함임을 알았습니다. 사고 난 수입자동차 40여대를 무사고 차량인 것처럼 속여 판 딜러들과 차량 상태 검사도 않고 1천대 넘는 중고차량의 성능기록부를 작성해 딜러들에게 넘긴 자동차 성능검사소가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게다가 붙잡힌 딜러와 성능검사업자들은 한두 명이 아니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유명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일하는 딜러 30여명에 검사소 3곳이 적발됐습니다. 불과 반년 동안의 수사 결과였습니다.

‘왜 이런 일을 한 건가요?’ 이번에 붙잡힌 딜러 가운데 한명에게 기자가 질문했습니다. 딜러는 약간 황당하다는 어투로 대답했습니다. ‘당연히 돈 때문이죠.’ 기자가 다시 물었습니다. ‘사고차를 무사고로 바꾸면 버는 돈이 다른가요.’ 딜러는 어이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이를테면 사고차를 무사고로 속여 팔면 수  백만원은 더 벌죠. 한 대당 5백(만원) 정도씩 남겼어요’. 이미 같은 범죄로 전과도 있는 딜러였지만 벌금만 물면 되니 또 다시 이런 일을 저질렀다 말합니다.

소비자를 속이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성능기록부’를 중고차 구입자에게 주지 않은 겁니다. ‘성능기록부’는 성능검사소에서 중고차를 진단한 뒤 기계적 상태를 알려주는 검진표입니다. 반드시 소비자가 받고 확인해야 하는 거죠. 붙잡힌 딜러들 가운데 일부는 이를 모르고 있는 초보구입자들에게 성능기록부를 넘기지 않고서 사고를 겪은 차량을 무사고 차량으로 속여 팔았습니다.

문제는 이번에 붙잡힌 이들은 ‘기록부’를 조작했거나 허위 발급했다는데 있습니다. 성능검사소와 짜고서 검사도 하지 않은 차량의 성능기록부를 발급했습니다. ‘무사고’라고 말입니다. 혹은 사고 차량의 기록부를 ‘무사고’로 작성해 발급하기도 했습니다. 큰 사고를 당하거나 지난해 있었던 폭우로 침수를 겪은 폐차 직전의 차량까지도 말입니다. 문제의 성능검사소들은 딜러들로부터 1대당 3-4만원을 받고서 이런 일을 저질렀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차는 멀쩡하고, 기록부는 ‘무사고’라 돼 있으니 소비자는 깜빡 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속아서 산 차량은 달리던 도중 멈추거나 부품이 떨어지는 등 생명의 위협하는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성능기록부까지 믿을 수 없다면 소비자들은 뭘 믿고 중고차를 살 수 있을까요. 그래도 믿을 곳은 ‘카 히스토리’와의 대조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보험개발원에서 제공하는 자동차 사고이력조회서비스(www.carhistory.or.kr)를 말합니다. 보험처리기록은 보험개발원으로 집결되는데, 한 차량의 보험처리 기록을 모두 열람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경찰이 적발한 차량가운데 적지 않은 경우들이 카히스토리를 열람해 비교했다면 사기를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이미지하지만 이 카 히스토리도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보험 처리된 차’의 이력만 기록된다는 약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 사고를 당했지만  ‘전손 차량’처리가 됐다면 카 히스토리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전손차량은 차 주인이 사고 난 차량의 수리비가 중고시세보다 더 나오는 경우 보험금을 받고 보험사에 판 차량을 말합니다. 접촉 수준을 넘어서는 사고를 당한 수입차의 경우 이렇게 전손 처리 되는 경우가 많다 합니다. 수입차 부품가격과 수리비가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폐차직전까지의 큰 사고가 났는데 전손차량이라면 카 히스토리를 보더라도 별 이상이 없는 차로 알고 살 수 있는 겁니다.

더 큰 구멍은 ‘침수차량’들입니다. 지난해 벌어졌던 물난리 기억하실 겁니다. 방송을 통해서울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 강남대로에 많은 차들이 물에 잠겨 버려져있는 장면을 보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기계 전기회로 전문가들은 침수차는 고칠 방도가 없다합니다. 중추신경인 전기회로에 물이 찬 자동차는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기에 포기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 말합니다. 그런ㄴ데 지난해 침수된 차량 10대 가운데 4대가 자차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 합니다. 이 차량들 역시 카 히스토리를 피해가는 중고차입니다. 제가 취재한 침수차량 역시 이런 경우였습니다. 정비소와 관할 구청, 그리고 녹슬어 부식되기 시작한 엔진룸이 침수차량이 분명하다고 말하고 있는 차였습니다. 하지만 성능검사표와 카 히스토리를 보면 무사고, 무침수 차량이었습니다.

성능검사소 관리감독이 더 강화돼야 하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보험기록마저도 사고이력을 말해줄 수 없다면 말입니다. 취재를 하며 마주친 많은 성능검사소 관계자들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성능검사소는 결국 딜러들의 의뢰에 따라 검사차량 수주를 하게 된다. 물론 어느 정도 변명이 섞인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딜러와 성능검사소의 양심이 전제돼야 소비자가 사고차량을 사고차로 알고 사고, 무사고차를 무사고차라 알고 살 수 있다는 결론이 납니다.

다음은 지난 2001년 소비자 보호원이 발표한 보도자료 가운데 하나입니다. ‘소비자 보호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중고차 관련 소비자 상담은 모두 194건 접수됐고 이 가운데 사고 차량을 무사고로 속여 판매한 사례는 119건으로 전체 가운데 60%를 넘는다’. 사람들은 중고차 시장에서의 소비자 불신은 오래됐습니다. 이렇게 사고차를 무사고차량으로 속여 파는 일이 드러나는 것 역시 한 두해 벌어지는 일은 아닙니다. 긴 시간 이런 일이 반복된 만큼 이제 정부에서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다른 방법을 세워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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