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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업계-행정부 밀월에 비판론 고개

미국 영화업계-행정부 밀월에 비판론 고개
할리우드와 행정부의 부적절한 동거.

미국에서 백악관, 국방부, 중앙정보국(CIA) 등 정부 기관과 영화업계의 유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관행화되고 있다고 27일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보도했다.

최근 문제가 된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그린 영화 제작 과정에서 제작진은 군사 시설과 CIA 공작원들에 무제한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대신 영화에서 국방부와 CIA는 멋진 모습으로 그려지는 반대 급부를 얻었다.

최근 개봉한 공상과학(SF) 영화 '배틀쉽'을 연출한 피터 버그 감독은 해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해군 전함 5척을 동원할 수 있었고 레이 마버스 해군장관은 카메오로 출연했다.

영화 개봉 과정에서도 해군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대신 영화 내용에 대한 간섭도 감수해야 했다.

버그 감독은 "다소 뚱뚱한 배우에게 해군 병사 역할을 맡겼더니 해군 관계자가 '저 친구는 군함에 탈 수 없다'며 압력을 넣어 결국 캐스팅을 취소했다"고 털어놓았다.

해군과 유난히 관계가 좋은 버그 감독은 다음 작품 '외로운 생존자' 작업을 위해 이라크 서부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해군 특전단 네이비실 부대에 한달 동안 머물기도 했다.

이런 특혜는 아무한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영화 제작에 협조하고 이를 홍보 수단으로 삼는 관행은 미국 정부에서 오래됐다.

국방부는 1920년대부터 군인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영화를 활용했다.

CIA가 영화 업계와 밀월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냉전이 끝나면서 CIA 예산 감축의 필요성이 정치권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1996년부터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 CIA 공보관으로 일했던 빌 할로우는 "그때는 영화업계와 협조 관계 구축이 최우선 업무였다"면서 "CIA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언론 보도보다는 영화에서 훨씬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99년 '스파이 회사'라는 영화 제작팀은 CIA 본부에서 촬영허가를 받았다.

50여 명의 직원이 엑스트라로 출연하기도 했다.

2001년 CBS 드라마 '정보부'는 아예 CIA 본부 내부에서 촬영됐다.

지난 25일 미국 하원 국토안전상임위원회 피터 킹 위원장(공화당.뉴욕주)은 백악관과 국방부가 1급 비밀인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 정보를 영화제작자에게 흘렸다며 "정권과 영화 제작사 사이에서 전례가 없고 위험한 거래"라고 비판했다.

작전의 전개 과정은 물론 작전에 참여한 네이비실 부대원들의 이름까지도 국가기밀로 분류됐지만 국방부는 감독을 비롯해 제작팀에 작전에 관여한 네이비실 부대 관계자의 인터뷰를 허용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오바마 행정부에서만 있는 게 아니다.

9·11 테러 당시 백악관의 숨가쁜 대응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D·C 9/11 위기의 순간'을 제작한 라이오넬 체트윈드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1시간에 걸친 단독 인터뷰를 했다.

'할리우드 작전: 백악관의 영화 검열'이라는 책을 쓴 데이비드 롭은 국방부나 CIA의 협력을 얻어 영화를 만들다 보면 이들의 입김을 받아 자칫 선전 도구가 되어 버릴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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