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가능성의 극대화라는 전략적 측면에서 정당들이 검토해 볼 수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최근 전개되는 논의 양상은 전략적 측면을 넘어 이런 접근 방식에 당위성까지 부여하려 한다. 정당이나 당원이 독점했던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논거다.
이런 인식은 지난 4.11 총선 전 여야 대표 회동에서도 나타났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문제가 화두였던 지난 1월 17일,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상견례를 겸한 회동 자리에서 주고 받은 대화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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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우리 정치가 한단계 더 발전을 하려면 공천이 어떤 힘있는 몇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국민들께 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한나라당에서는 개방형 국민경선제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또 민주통합당에서도 국민경선을 추진하실걸로 그런 계획이 있으신걸로…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
네, 저희 민주통합당에서도 공천혁명을 반드시 이루어야겠다는 국민적 약속을 했습니다.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고 완전 국민참여경선으로 돌려드려서 이제는 직접적으로 국민들이 주권행사를 하시겠다고 나서시고, 국민들의 요구가 아주 폭발적이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돌려드리면 국민뜻에 맞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혁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저는 확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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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대화 요지는 "몇몇 힘있는 사람이 갖고 있던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바로 공천 혁명이며 국민도 주권 행사에 나서겠다는 욕구가 강하다"라는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다. 두 사람이 제시한 구체적인 방법론에는 차이가 있지만 큰 틀의 취지는 일치한다. (박근혜 위원장은 개방형 국민경선제를, 한명숙 대표는 완전국민경선제를 제시했다.)
◈ 공천권이 국민 것?
정당(政黨)은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한 단체다. 정당은 정치적 이상 실현을 위해 그에 적합한 인물을 추천해야 한다. 그 과정이 바로 공천이다. 공천은 정당의 독점적 권한이자 책임인 셈이다. 따라서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논리는 애초부터 성립하지 않는다. 국민은 정당들이 각자 내놓은 여러 후보들 가운데 국가 발전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뽑는 선거권만 있으면 된다. 최종적 선택권인 선거권을 갖고 있는 국민이 굳이 공천권까지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논거로 제시했던 당내 공천권 전횡도 국민에게 공천권을 '퉁'쳐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당내 의사결정 과정의 민주화를 통해 정당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당내 민주화도 해결 못하는 정당에게 국가 운영을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말하는 이면에 오히려 당선 가능성 높은 후보를 손쉽게 가려내기 위해 정당의 책무를 국민에게 떠넘기는 '꼼수'를 쓰는 건 아닌지 정당 스스로 자문해봐야 한다.
◈ 완전국민경선제는 공천권 포기
위의 논거를 종합할 때 공직 후보자 선출을 국민 손에 맡기는 완전국민경선제는 정당의 공천권 포기로 비칠 수 있다. 갖은 명분을 붙여본들 본질은 정당이 해야 할 공천 작업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일에 불과하다.
특히나 완전국민경선제는 그 후보자 선택 기준이 해당 정당이 추구하는 정치적 명분이나 이상보다 본선에서의 당선 가능성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완전국민경선제는 공천권 포기로, 공천권 포기는 정당 정치의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 정당이 정치적 이상이나 대안 제시는 하지 않고 정권 획득에만 골몰한다면 그 나라는 방향성을 상실한 채 표류할 수밖에 없다.
◈ 현행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민의 반영
운영 면에서 미국식 지지자 정당의 성격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감안할 때 정당 정치의 고전적 이론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다. 당원, 대의원 만으로는 광범위한 지지자들의 뜻을 반영할 수 없다는 견해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 고충을 감안한다 해도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대통령 후보 선출에서 이미 상당수 보완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 선출의 경우, 새누리당은 당원과 국민 의사를 각각 50%씩 반영하도록 하고 있고 민주통합당도 제한적이나마 이미 완전국민경선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정당 경선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은 지금 제도 하에서도 얼마든지 자기 의사를 반영시킬 수 있다.
형식상 본인이 원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과 달리 새누리당의 경우 일반국민 선거인단 숫자와 반영 비율이 제한되고 여론조사 결과도 자신의 뜻과 배치될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 선거인단의 투표율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적극 참여 의사를 가진 층이 배제될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 여론조사도 개개인의 뜻과 배치될 순 있지만 전체적인 지지층의 여론과 크게 괴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따라서 정당 후보자로서의 대표성 확보와 민의 반영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오히려 당원과 대의원, 국민 의견을 적절히 혼합한 현재의 경선제도가 더 효과적이라는 반론이 가능하다.
◈ 단점① 정당 정치의 약화
완전국민경선제는 당원을 중심으로 하는 정당 정치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 당비를 납부하고 자원봉사를 하는 등 정치적 이상 실현을 위해 의무를 다한 진성 당원들의 고유한 권리를 박탈하고 당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새로운 정치 집단의 출현과 비전 제시도 어렵게 한다. 선거인단 구성이 개방적일수록 정당 응집력이 약화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 단점② 정치 신인의 입문 방해
완전국민경선은 당내 경선과 달리 전 국민을 상대로 득표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일반적인 선거의 특성상 지지율은 인지도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따라서 인지도가 떨어지는 정치 신인은 기성 정치인에 비해 경쟁력이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정당이 선거운동에 개입하는 본 선거와 달리 경선에서는 각 후보자가 개별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밖에 없어 대규모 선거운동이 가능한 기성 정치인이 정치 신인에 비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따라서 정치적 자질이나 정책적 입장보다 조직과 돈이 당락을 좌우하게 될 위험성이 크다.
◈단점③ 비효율성
당내 선거인 경선이 국민을 상대로 한 본 선거와 동일하게 치러지면서 선거를 두 번 치르는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당연히 경선 비용도 당내에서 치러질 때보다 커진다. 또 당내 경쟁이 격화되면서 과열될 가능성도 높아져 당내 분열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본 선거에서 당의 결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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