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의회인 '베르호프나야 라다'에서 24일 저녁 러시아어 지위 문제를 논의하던 중 여야 의원들 간에 난투극이 벌어져 일부 의원이 병원에 실려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이날 난투극은 의회에서 러시아어에 지역 공식어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을 심의하던 중 일어났다.
법안은 특정 지역에서 소수 언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전체 주민의 10%를 넘을 경우 이 지역 소재 국가기관들이 국가 공식 언어인 우크라이나어 외에 해당 소수 언어를 지역 공식어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내용을 담은 것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전형적인 이중언어 국가로 중서부 지역에 거주하는 약 2천400만 명의 주민은 우크라이나어를 주로 사용하고 러시아에 인접한 동남부 지역에 거주하는 약 2천700만 명의 주민은 대부분 러시아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헌법상 우크라이나어만을 국가 공식 언어로 허용하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여당 의원들은 이 법안이 채택되더라도 우크라이나어의 국가 공식언어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동남부 지역엔 러시아어 사용인구가 많아 법안이 제시한 10% 기준을 쉽게 넘어설 것이라며 법안이 사실상 러시아어를 제2의 국가 공식 언어로 허용하는 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법안과 관련한 의원들간의 치열한 토론이 끝나고 표결이 이루어지기 직전 여당인 '지역당' 의원들이 호위하고 있던 의장석 주변으로 야당인 '바티키프쉬나'와 '국민자위당' 의원 여러 명이 뛰어올라갔다.
곧이어 여야 의원들 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시작됐고 서로 주먹질이 오가면서 일부 의원들의 얼굴에서 피가 흐르고 옷이 찢겨 나가는 난투극으로 번졌다.
야당 의원 미콜라 페트룩은 머리가 깨져 결국 병원으로 실려갔다.
블라디미르 리트빈 의장은 폐회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고 법안 심사는 중단되고 말았다.
이날 의회내 여야 의원들 간의 난투극 배경엔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친(親)서방 성향의 야당과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동부 지방을 지지 기반으로 한 친러시아적 여당 간의 대립이 깔려 있다.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주먹다짐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12월에는 여당의원들이 법안 통과를 방해하는 야당의원들에게 의자를 집어던지고 주먹질을 해 6명의 의원이 병원에 실려갔다.
같은해 4월에는 러시아와의 해군 협정을 체결한 데 대한 항의로 야당의원들이 의장에게 계란과 최루탄을 던져 의장이 우산 뒤로 숨어 몸을 피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의회서 의원들 피 튀기는 난투극
러시아어 지역공식어 지정 법안 놓고 여야의원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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