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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관광마차도 동물학대?

[취재파일] 관광마차도 동물학대?
서울 청계천에는 지난 2006년부터 관광마차가 다니고 있습니다. 청계천 가보신 분들은 누구나 한번쯤은 보셨을텐데요, 요금 3만 원을 내면 15분 동안 청계천과 무교동 주변을 한바퀴 도는 코스입니다. 사실 서울 시민들에게는 조금 시시해보일 수도 있지만, 청계천을 찾는 해외 관광객들한테는 제법 인기를 끌었는데요, 이 청계천 마차를 서울시가 폐지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올해초 서울지방경찰청에 마차 운행을 금지시켜달라고 공식 요청했습니다. 경찰은 이런 서울시 요청에 대해 지난 16일 교통안전심의위원회를 열어 검토한 끝에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이틀 뒤인 18일에는 수용 결정을 서울시에 통보했고요, 서울시는 25일부터 청계천에 1km 구간마다 운행금지 표지 10개를 세우고 마차 운행을 중단시키기로 했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엔 2만 원의 범칙금을 물어야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운행한 지 7년 가까이된 마차를 갑자기 금지시키는 이유가 뭘까요? 서울시는 일단 안전상의 문제를 들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한 어린이가 말에 물려 다쳤고, 1년전쯤에는 마차에 한 여성이 치여 다치는 등 그동안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마차가 느리다보니 청계천 주변 차량 통행에 방해가 된다는 것도 운행을 금지시키는 이유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게 다일까요?

일단 표면적으로는 교통과 안전사고 문제를 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동물학대 논란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서울시는 서울대공원 돌고래쇼가 동물학대라는 동물보호단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쇼를 폐지하고 생태설명회 형식으로 변경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번에도 돌고래쇼처럼 마차를 끄는 말에 대한 학대 논란 때문에 운행을 금지시킨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동물사랑실천협회와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보호단체들은 그동안 말이 자연적인 토양이 아닌 아스팔트 도로를 달리는 게 말에 대한 학대라며 운행 중단을 요구해왔습니다. 전임 오세훈 시장 당시에도 있었던 요구지만 그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갑자기 서울시 기조가 바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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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박원순 시장은 과거 한 동물보호단체의 명예이사를 맡을 정도로 동물 보호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때문에 서울시가 돌고래쇼처럼 동물보호단체들의 주장을 다분히 의식할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이 나오는 거죠. 그럼 이제 청계천에서 더이상 마차를 보긴 힘들어지는 걸까요?

청계천 마차를 운행하는 마부는 일단 범칙금 2만 원을 내고서라도 계속 마차 운행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당장 생계가 걸린 문제인데 왜 남의 일자리를 뺏냐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도 서울시대로 마차 운행이 반복될 경우 경찰과 합동단속을 벌여 범칙금 이상의 가중처벌까지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해결이 쉽진 않아 보입니다.

사실 도심의 마차 운행은 청계천 뿐 아니라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나 일본, 이탈리아 등 다른 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그 나라들에서도 마차 운행을 두고 비슷한 찬반 논란이 있다고 하니, 이래저래 마차의 '수난 시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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