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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서민은 돈도 못 빌립니까?”

서민들은 이용 못하는 서민금융

[취재파일] “서민은 돈도 못 빌립니까?”
저축은행 문 닫고, 대부업체 위축되고.. 서민 돈줄 비상

지난 해 2월부터 세차례 구조조정을 통해 20개 저축은행이 문을 닫았습니다. 저축은행들, 대주주의 사금고처럼 비리로 줄줄이 엮이고 부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그래도 서민금융기관이었지요. 문제 많은 저축은행들 크게 솎아내고 나니, 2010년말 87조 원에 육박했던 저축은행 자산은 올 2월 말 현재 22조 원 이상 크게 줄었습니다. 64조 6000억 원이었던 저축은행의 대출 규모도 비슷하게 줄었습니다. 저축은행 퇴출로 큰 타격을 입은 건 예금주들 뿐 만이 아닙니다.

담보 없어서 이런 곳들 이용해 돈 빌리던 서민들은 더 애를 태우게 됐습니다. 사업 자금이며 생계자금이며, 아이 병원비며 꼭 필요한 자금 구하기 더 어려워진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사채 빚 끌어쓰고 협박에 시달리는 피해자들 만나보면, 하나 같이 “누가 위험하고,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 몰랐겠느냐, 이자가 아무리 비싸도, 당장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돈 빌려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고 털어놓습니다. 돈줄이 막힐수록, 더 위험한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는 말이지요..

저축은행 뿐 아니라 정부가 불법 사금융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돈 빌리기 힘든 서민들에게는 악재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대대적인 단속에 최고금리 인하 등의 여파로 반년마다 10% 넘게 늘던 대부업체 대출도 지난 해 하반기부터는 주춤하고 있습니다. 은행이며 2금융권이며 대부업계며, 어지간한 조건으로는 돈 나가기 힘들다는 말이죠. 앞으로는 저신용자는 신용카드 발급도 힘들다고 하니 첩첩산중입니다. 오히려 불법 사금융이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는 환경이 되어가고 있는 겁니다.

서민금융상품 지원 확대… 서민 위한 대책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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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6일, 저축은행 추가 영업정지 발표하면서 서민금융 위축될 것에 대비해 특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긴급 대책회의까지 열었습니다. 햇살론,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상품 지원 적극 늘리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말 뿐인 대책, 실질적으로 뭐가 달라지는지 당국자에게 물었습니다.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지만, 시장 추이 잘 지켜보면서, 적극적으로 잘 대응하겠다는 것"이랍니다.

정부가 대출길 찾아 헤매는 서민들을 위해 마련한 3대 서민금융 지원상품에는,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기관에서 취급하는 햇살론, 시중은행에서 빌려주는 새희망 홀씨 대출, 주로 창업자금으로 나가는 미소금융, 이렇게 세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돈 필요한 서민들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라고 합니다.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재래시장 찾아가 상인들과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급전 필요해서 은행 간다고 금방 돈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햇살론이며 새희망홀씨며 전통시장 대출 확대하겠다고 해서 찾아가봤지만, 제대로 이용해본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겁니다. 까다로운 소득조건에 증빙 서류 갖추는 데 한참 시간을 보내도, 결국 심사에서는 거절당하기가 일쑤여서, 결국 상인들은 다시 급하고 목마를 때 주로 이용하는, 엄청난 이자의 일수를 빌려쓸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일단 급한 불 꺼야 하니까요.

취재진이 신용등급 7등급에 연소득 2000만 원 자영업자라고 가정하고 직접 은행 창구에서 서민대출상품인 새희망홀씨 대출을 신청해봤습니다. 신용등급 5등급 이하 저신용자에게도 6-14%의 낮은 금리로 대출해준다는, 서민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상품입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달랐습니다. '신용등급 7등급 이하는 대출 자체가 어렵다', '급여 증빙 안되면 당연히 대출 어렵고, 심지어 급여계좌가 자행으로 되어있지 않으면, 대출 자체가 안된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연체 관리가 안된다, 못 갚으면 누가 책임질 거냐' 는 거였습니다.

햇살론이나 미소금융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연 4000만 원 이하 등 까다로운 소득조건을 맞춰도 신용보증재단의 보증서류 받는데 한달씩 걸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시간 보내는 동안, 결국 가게 문 닫게 되거나 파산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겠죠..

정부가 집계한 3대 서민금융상품 대출금액은 지난 3월말 기준 4조 5000억 원에 달합니다. 올 들어서만 5000억 원 늘었고, 2010년말 1조 8천억원 이었던 데 비하면 두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무더기 퇴출로 수십조원의 자금줄이 막힌 상황에서 대출 수요를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서민금융상품 무용지물'이라는 언론 보도는 지금까지 수도 없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관련 보도가 쏟아지자, 당국이 서민금융 지원 조건 완화하겠다고 바로 발표했습니다. 햇살론의 경우 500만 원 이하 소액대출에 대해 소득증빙을 간소화하고, 미소금융의 재산요건과 채무비율 기준도 개선하겠다는 겁니다.

캠코의 바꿔드림론도 지원 요건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구체적으로 언제 적용될 지는 모르는 상태에서 큰 골격만 발표한 것이지요. 하지만 이번에는 말만 앞세운 대책이 아니라, 현실적인 실행으로 이어지는 대책이어야 할텐데요. ‘재원 모자라면 금융권에 쌓여있는 법인카드 포인트까지 내놓으라’는 지시도 내려졌습니다. 저신용자들이 어쩔 수 없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사회.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쏟아지는 비난 피하기 위한 면피용 대책이 아닌,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 돌아갈 수 있는 대책이 하루 빨리 마련되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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