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걸렸다가 떼어지는 수많은 사진과 달리 백악관 웨스트윙(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서관) 벽면을 3년째 굳건히 버틴 사진 한 장.
대통령 집무실 책상 앞.
5살 난 야곱 필라델피아가 자기 앞에서 90도로 허리를 숙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웨스트윙 벽에는 대통령 사진이 매주 새로 걸린다.
그런데 이 사진은 3년째 계속 걸려 있다.
재선에 도전한 오바마는 정치적 스승이었던 제러미야 라이트 목사가 인종적 발언을 했을 때, 비무장한 10대 흑인 소년이 총격으로 숨졌을 때 등 불가피한 경우 말고는 인종에 관한 언급을 자제해왔다.
그런 탓에 일부 흑인지도자들은 오바마가 흑인 청소년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 않거나 그들을 위한 정책들을 내놓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이 사진 한 장은 `오바마가 깊은 지지를 보내는 흑인들의 강력한 상징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NYT는 오바마 참모들이 인종에 관해 얘기할 때 종종 겁먹은 것만큼이나 오바마가 흑인으로서 지닌 힘을 흥청망청 즐긴 것도 분명하다고 전했다.
3년 전 국가안보위원회에서 2년간 일하다 백악관 근무를 마치고 떠나는 야곱의 부친 칼톤 필라델피아씨는 먼저 떠난 다른 직원들처럼 오바마에게 가족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요청이 받아들여져 집무실에서 가족사진 촬영이 이뤄졌다.
막 집무실을 나서려던 참에 필라델피아씨는 아이들이 대통령에게 묻고싶은 질문들이 있다고 했다.
야곱은 작은 목소리로 "내 머리가 당신 꺼 하고 똑같은지 알고 싶어요"라고 했다.
잘 듣지 못한 오바마가 다시 얘기해달라고 하자 야곱이 다시 말했다.
이에 오바마는 "한번 만져보고는 게 어때?" 하면서 허리를 숙였다.
주저하던 야곱은 "만져봐"라는 오바마의 말에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바마는 "그래, 어때?"하고 물었고, 야곱은 "예, 똑같아요"라고 했다.
백악관 사진기사 피터 소우저는 "이 사진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금방 참모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 됐다.
미국 대통령이 기꺼이 머리를 숙여 작은 아이가 머리를 만져볼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자신의 시카고 사무실에 이 사진의 복사본을 걸어놓은 오바마의 오랜 고문 데이비드 악셀로드는 "야곱은 `나하고 똑같잖아'라고 말했던 거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이곳에 있을지 몰라'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추론하는 건 어렵지 않다.
쉽게 잊히기도 하겠지만 `그건 값어치 있는거야'라고 상기시켜주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 중인 필라델피아씨는 "흑인 아이들이 흑인을 대통령으로 보는 게 매우 중요하다.
자기가 원하는 자리에 있는 흑인을 본다면 어떤 자리에도 갈 수 있다는 걸 믿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오바마 머리 만져보는 5살 흑인 아이 사진 화제
NYT "오바마는 흑인의 강력한 상징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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