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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고차량 수리비'에 대한 불편한 진실

운전자, 정비공장, 보험사 '3각' 도덕적 해이가 거품 불러와

[취재파일] '사고차량 수리비'에 대한 불편한 진실
"사고 차량에 중고부품을 갈아 끼워 놓고는 새 순정부품을 쓴 것처럼 속인다."
"견적서에 부품 가격을 조금씩 부풀려서 청구한다."
"차주 동의 없이 일단 분해한 뒤 뻥튀기 수리비를 청구한다."
"판금,도색 보다는 일단 새 부품으로 교체하고 본다."

사고 자동차 수리비 부풀리기와 관련해 우리 주변에 넓게 퍼져있는 허위, 과장 정비에 대한 의혹들입니다. 실제로 이같은 적발 사례도 끊이질 않으니 의심이라고 할 수 만은 없죠.

사고 자동차 수리비 거품이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요? 일반 운전자 대부분이 기술적 '약자'이기 때문일 겁니다. 저 역시 10년 넘게 운전을 해왔지만 제 손으로 후드를 열어본 적이 손꼽을 정도니까요. 여성 운전자들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겠죠.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피해 차량 운전자라도 수리비 부풀리기에 있어선 '공모'의 측면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문짝에 경미한 상처가 났는데도 고쳐 쓰기보다는 갈아끼우기를 원하는 게 대부분 운전자들의 심리입니다. 사실 문짝을 갈아끼울 경우 사고 기록이 남고 감가상각이 높아지기 때문에 중고차로 내놓을 때 시세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또 피해차량이라도 일부 과실이 있기 마련이다 보니 보험료 할증으로 이어지기도 하죠.그런데도 대부분 운전자들은 새 문짝을 원합니다. 중고차 시세가 떨어지는 건 나중 문제이고, 보험료 할증이 되더라도, 5만원 할증에 50만원 짜리 새 문짝으로 갈아 끼우는 게 남는 장사 아니냐는 겁니다.

정비공장은 견적을 부풀리지 않고는 타산이 안 맞는다고 항변합니다. 대부분 정비업소들이 사고차량을 물어다 주는 견인차와 커미션 관계로 얽혀있기 마련이죠. '통값'이란 이름으로 정비 견적 총액의 15~20%를 견인차한테 건네는 게 업계 실상입니다. 게다가 정부가 규제하는 시간당 정비 공임 역시 보험사들의 반발로 올려주지 않아 적자에 허덕이다 보니 허위, 과장 청구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는 겁니다. 

보험사는 어떨까요? 수리비가 적정한지 여부를 손해 사정사들을 통해 점검하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100% 현장 조사를 벌이기 어렵다 보니 정비사 말을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 이면에는 수리비가 높아져 보험사 손해율이 높아질 경우 보험료 할증이나 인상 같은 방법으로 가입자한테 비용부담을 전가하면 된다는 도덕적 해이가 숨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운전자-정비공장-자동차 보험사, 이같은 3각 나선의 도덕적 해이가 자동차 수리비 부풀리기 관행의 구조적 원인인 셈입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점은 이같은 거품의 대가는 결국 소비자들 몫으로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자동차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 인상으로 말이죠.

자동차 숫자는 크게 늘어난 반면 자동차 사고는 10년전에 비해 반으로 줄었는데도 왜 자동차 보험료는 줄곧 오르기만 하는지 궁금하셨죠. 이제는 이해가 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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