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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정은의 인민사랑?…초도 학생들의 평양 나들이

[취재파일] 김정은의 인민사랑?…초도 학생들의 평양 나들이
북한에서 서해 최전방 지역에 속하는 초도의 학생과 교사들이 평양에 초청됐다.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북한에서, 더구나 외딴 섬지역에 사는 학생들이 단체로 평양 구경에 나선 것은 당의 특별한 배려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들은 평양에서 당창건기념탑과 개선문 등 평양 시내 주요 건축물을 관람하고 동물원 구경과 함께 개선청년공원의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조선중앙TV는 5월 19일부터 계속해서 이들의 평양 방문 소식을 상세히 보도했는데, 초도 학생과 교사들의 얼굴 표정에는 ‘황홀한 평양 구경’에 대한 행복감이 그대로 묻어있었다. “매일 점심마다 평양의 이름난 식당들에서 처음 보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평양 견학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 (초도 교사 인터뷰)” “텔레비전 화면에서만 보던 개선청년공원에 와 보니 정말 희한하고 황홀한 생각 뿐이다. (초도 학생 인터뷰)”

최고지도자 인민사랑의 상징적 장소 ‘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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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의 외딴 섬에 불과한 초도가 이렇게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3월 9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초도방어대 시찰 이후부터이다. 김정은 비서는 본격적인 지도자로서의 행보를 시작한 지 두 달여만에 서해 최전방부대를 전격적으로 방문하면서 최일선 외진 곳에서 조국을 지키는 병사들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북한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초도방어대는 1996년 11월 23일 섬에서 병사들이 기다린다며 쏟아붓는 비와 사나운 풍랑 길을 헤치신 장군님(김정일)의 혁명전설과 더불어 우리(북한) 군대와 인민들 속에 널리 알려진 부대’이다. 또, 김정일 위원장은 초도의 군인 아내 가운데 화상을 입은 사람을 보고 해외로까지 보내 화상치료를 하게 해 주었고 그 덕분에 이 군인 아내는 말끔해진 얼굴로 다시 고향땅을 밟은 뒤 김 위원장의 은덕에 감사하는 노래를 불렀다고 조선중앙TV는 전하고 있다. 한마디로 초도는 최고지도자의 인민 사랑을 표현하는 상징적인 장소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김정은 비서도 이 곳 초도 방문에서 눈길을 끌 만한 장면들을 연출해냈다. 김 비서의 군부대 시찰 소식을 모은 4월 6일 조선중앙TV의 기록영화는 김 비서가 병영 밖 언덕 위에서 환호하는 군인 아내들에게 내려오라는 손짓을 하자 군인 아내들이 무더기로 달려와 김정은 비서의 품에 와락 안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민들을 사랑으로 격의 없이 안아주는 최고지도자의 모습, 사전 각본 없이는 일어날 수 없는 장면이지만, 김 비서의 인민 사랑을 대외적으로 선전하는 데는 훌륭한 장면이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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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초도의 학생들이 평양을 찾았다. 평소 섬 밖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았을 외딴 섬의 학생들, 국토의 최일선에서 조국을 지키는 말단 군인들의 자녀들이 당과 김 비서의 큰 배려로 평양 땅을 밟은 것이다. 사회의 가장 외진 곳까지 직접 살펴보고 그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최고지도자의 모습, 그것이 바로 조선중앙TV가 그리고 있는 김정은의 이미지다.

지방의 평범한 인민들에게 커다란 은전을 베풀고 그들의 감동을 통해 자애로운 지도자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북한의 선전선동 작업은 사실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일례로 2009년 12월 북한은 ‘주체철’을 만들었다는 성진제강연합기업소의 노동자들을 평양으로 초청했는데, 함경북도 김책역에서 평양으로 오는 길목 뿐 아니라 평양 시내에서도 수십만의 인파를 동원해 이들을 환영하고 카퍼레이드를 펼치기까지 했다. 상상을 뛰어넘는 환영 행렬에 감동한 ‘주체철’ 생산자들이 최고지도자의 은덕에 감사하면서 목숨을 바쳐 충성할 것을 다짐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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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초도 이야기’에 눈물 흘린 이유는?


4월 25일 조선중앙TV의 ‘텔레비전 기념무대’에서는 초도의 한 군인 아내가 출연해 김 비서가 초도를 방문했을 당시의 감동을 구구절절한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풀어놓았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과장된 듯한 목소리와 몸짓들, 다분히 가식적이라고 느껴질만한 행동이었지만 텔레비전 카메라는 여기저기서 눈물을 닦는 관객들의 얼굴에 포커스를 맞추기 바빴다.

주변의 눈길을 의식한 가식적인 눈물이었을까? 당시 관객석에는 수 백명의 사람들이 앉아있었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해서 누가 눈치를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김 비서가 초도에서 보여준 인민 사랑에 정말로 감동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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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세상에서 보기에 때로는 유치하기까지한 북한의 선전선동 작업, 하지만, 그 선전선동술이 아직까지는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예전보다 약해지기는 했지만 북한의 주요 계층 사이에선 ‘선전선동을 통한 주민추동의 영역’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영역이 존재하는 한, 28살의 지도자를 자애로운 인민의 어버이로 만들어가는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제2, 제3의 초도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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