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와인 판매를 업무 과제로 삼고 주도하고 있는 곳은 공정거래위원회입니다. 김동수 공정위원장이 앞장서고 있는데 추진 이유는 국내 수입 와인 가격이 다른 나라 보다 2배 이상 비싸고, 물가를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한-미, 한-EU FTA 효과를 소비자가 체감하는 데는 와인만큼 좋은 것이 없는데 유통구조 등의 문제로 인하 효과가 잘 안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와인시장에서 FTA 효과가 잘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타당한 부분이 있습니다.
보도 이후 다른 언론사들도 관련 보도를 했고 소비자 단체 등의 발표도 잇따르면서 독점적인 유통 구조에 대해선 다행히 정책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지금은 대형 유통업체가 마음만 먹으면 수입에서 판매까지 한 번에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국세청이 나서서 와인 수입 업자들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하자 가격도 30% 가까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만족하는 수준의 수입 와인 가격이 되려면 와인 가격 비교 고시 강화 등 제도적으로 보완할 문제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와인판매는 실효성도 별로 없고, 부작용만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물가가 이유라면 수입 와인 가격이 소비자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수입 와인을 주로 소비하는 사람들이 경제적 여건 등을 감안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걸 고려해 보면 물가 인하에는 그리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터넷 와인 판매를 허용하면 경쟁을 통해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 측면으로 인한 물가인하 효과보다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시장 장악력만 키워서 시간이 지나면 중소 경쟁자들은 사라지고 몇 몇 업체들에 의해 시장 가격이 좌우될 빌미를 제공할 우려가 있습니다.
단기적인 부작용으로는 탈세 문제가 생길 소지가 큽니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주류는 납품 물량이 다 신고되기 때문에 이를 역산해서 과세를 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인터넷 와인판매가 허용되고, 비록 신용카드로만 구입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개인 아이디 여러 개로 물량을 구입해 다른 곳에 납품하게 되면 무자료 거래 물량이 시장에 유통될 소지가 많습니다.
청소년들이 인터넷 판매를 통해 쉽게 술에 접근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찬성하는 쪽에선 공인인증서 등으로 미성년자는 못 사게 하면 된다고 하지만 ‘IT 코리아’에서 이미 그런 것이 유명무실하다는 것은 다른 품목들에서 입증됐고, 스위스처럼 인터넷으로 주류를 파는 나라에서도 청소년이 구입하지 못하는 장치를 마련했지만, 전체 통신 판매량의 40% 이상을 청소년이 사고 있는 실정입니다.
와인 가격을 낮추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면 오히려 세금 체계를 바꿔야 합니다. 같은 수입 와인이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비싼 이유 가운데는 유통구조 못지 않게 세금 문제도 큽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와인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방식입니다. 와인이 수입되면 관세가 15% 부과되고, 주세가 30%, 다시 이 가운데 10%를 교육세, 마지막에 부가가치세 10%가 부과돼 세금 비중만 68%가 넘습니다. 정말 수입 와인 가격을 잡고 싶다면 이 부분을 손대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 세금 부과 방식에 관한 논의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세수감소를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와인 인터넷 판매를 추진하는 목적이 진짜 와인 가격을 내리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FTA 효과를 선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싶어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게 하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