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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리듬체조 손연재, 눈부신 성장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 선수가 귀국했습니다. 지난 1월 13일 출국했으니, 넉 달여 만에 집에 돌아온 겁니다. 그사이 참 많이 변했습니다. 훌쩍 크고 한층 더 살을 빼 외모도 달라졌지만, 리듬체조계에서의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본격적인 전지훈련을 시작한 지난해, 시니어 2년차였던 손연재는 러시아 노보고로스크 훈련장에서 ‘체조 변방’에서 온 영리하고 재능 많은 동료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다릅니다. 지난달 러시아 펜자에서 치러진 월드컵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전 종목 결선 진출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후프 동메달로 생애 첫 월드컵 메달을 따냈습니다. 이달 초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 때는 리본 종목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최근 열린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월드컵에서는 전 종목 28점대 점수를 받아 112.900점으로 생애 최고 점수를 기록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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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호스’로 떠오른 그녀의 근성 있는 모습은 타슈켄트 월드컵 시리즈 리본 결선에서도 여지 없이 드러났습니다. 리본이 끊어져, 빌린 리본으로 연기하는 모습으로 큰 화제가 됐습니다. 다른 선수의 수구(리듬체조 도구)를 사용하면 0점 처리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런 경우 그냥 인사만 꾸벅 하고 퇴장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나 손연재 선수는 “관중들이 박수를 많이 쳐주시고, 지켜봐 주셨기 때문에 끝까지 연기를 마치고 싶어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습니다.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좋은 경험을 했다는 말도 덧붙였고요.

리듬체조에서는 경기장 주변에 예비 수구를 두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선수들이 자신감 때문에 또는 이런 저런 징크스 때문에 예비 수구를 준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예비 수구를 사용할 경우 기본적으로 0.5점 감점됩니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처럼 사소한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무대에서는 사실 예비 수구도 의미가 없고, 실수하는 순간 순위권에서 멀어지는 겁니다.


2011 몽펠리에 리듬체조 세계선수권 안나 알랴브예바(카자흐스탄) 경기 장면 (영상편집 : 이재성)

실제로 지난해 9월 손연재가 런던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던 몽펠리에 리듬체조 세계선수권에서 그런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손연재를 제치고 리듬체조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했던 카자흐스탄의 안나 알랴브예바 선수가 개인종합 결선에서 후프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경기장의 단이 꽤 높았기 때문에 바닥으로 떨어진 후프를 허둥지둥 들고 오는 선수의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알랴브예바 선수는 후프에서 23.700점을 받아 무난히 따낼 줄 알았던 올림픽 출전권을 얻지 못했습니다.(이 선수는 지난 1월 런던에서 열린 프레올림픽에서 극적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습니다!)

손연재는 앞으로 2주 동안 국내에서 훈련과 재활 치료를 병행하며, 두 달 동안의 강행군을 준비합니다. 다음달 3일 러시아로 다시 전지훈련을 떠나, 6월 오스트리아 그랑프리, 7월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리는 월드컵 시리즈에 출전한 뒤, 런던으로 곧바로 갑니다. 8월, 뜨거운 런던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지, 또 얼마나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올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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