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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수입차 운전자, '봉' 아냐!

[취재파일] 수입차 운전자, '봉' 아냐!
몇 년 전만 해도 길거리에서 수입차가 지나가면 행인들의 눈길이 쏠리고 다들 신기해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심심찮게 수입차가 달리는 것이 눈에 띄고 일반 사람들도 슈퍼카가 아닌 이상 눈길을 주지 않을 정도로 어느 정도 보편화 되었다. 게다가 최근엔 2000~3000만 원대의 수입차도 많아졌고 '수입차=사치' 라는 등식이 이제는 더 이상은 성립하기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판매량을 봐도 이는 입증된다. 지난해에는 연간 수입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10만 대를 넘어섰고 올 1분기에만 3만 대 가까이 팔려나갔다. 이른바 '빅3' 라고 불리는 벤츠, BMW, 아우디 등 3개 독일 메이커의 지난 해 매출은 4조 원에 육박했고 순이익만 1000억 원이 넘었다.

하지만 이런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A/S문제가 바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데 차량이 고장도 잦을 뿐만 아니라 수리시간이 좀처럼 빨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국내수입차 딜러사는 142개로 지난 2010년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늘었다. 하지만 A/S센터 수는 240개에서 262개로 고작 9%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 해와 비교해 볼 때 수입차 브랜드 별로 보면 BMW와 폭스바겐은 각각 2곳과 1곳을 늘리는데 그쳤고, 아우디와 미국 브랜드 포드 등은 단 한 곳도 증가하지 않았다. 1년 동안 5,6곳 정도가 증가한 벤츠와 크라이슬러가 가장 많이 A/S센터를 늘린 브랜드일 정도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A/S센터 한 곳에서 맡아야 할 자동차 수가 늘어나는 것은 명약관화다. 센터 한 곳당 할당대수가 600대에서 700대에 이르게 된다. 국산 차량의 경우 A/S센터 한 곳의 평균 할당대수가 170대 가량인 것에 비하면 수리에 3~4배 가량 소요시간이 더 걸리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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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수리가 철저한 예약제여서 센터 한 곳이 맡아야 할 자동차 수를 감안할 때 수리 날짜를 잡는데에만 일주일에서 10일을 보내야 한다. 시간은 없는데다 고객은 재촉하니 꼼꼼한 수리는 어려워 지는 실정이다.
한 수입차 딜러는 "솔직히 말해 차량이 많고 빨리 수리를 해서 고객에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날림 정도는 아닐지라도 면밀히 살펴 볼 시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 놓았다. 또 부품 수급 문제도 과거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불만 사항이다.

한국 소비자원이 발표한 차량 1만 대당 불만건수도 국내차량(5건) 보다 수입차량이(10.8건) 2배나 많았다.
물론 수입차 구매자가 국산차 구매자와 달리 유난스럽게 행동한다고 말할 수도 있고 국산차를 사지 않은 만큼의 기회비용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수입차를 사는 이유는 단순히 자기 과시만은 아닐 것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자동차 모델의 명성과 평판, 품질과 안전성이 국산차보다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주고 구입한 것이다.

수입차 회사관계자들을 만나보면 같은 차량을 한국에서 본국보다 싸게 판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 말인즉 정말 좋은 차를 한국 특성상 싸게 팔고 있다는 의미일 텐데 그렇다면 사후관리 또한 그 차량의 명성에 걸맞게 해야 하지 않을까. 수입차 회사 관계자들도 소비자들에게 싸게 타고 있으니 그 만큼만 대우받으라는 의도는 절대 아닐 것이다. (단순 가격으로 절대 싸지도 않다^^)
  
현재 추세로 볼 때 한국 시장에서 수입차 시장은 해마다 신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실에서 수입차 회사들도 물론 차 한 대 더 파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충성심있는 고객을 잡는 것이 더 큰 이익이 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언제까지 '봉'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정말 큰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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