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대로라면 돈만 들고, 남는 것은 없는 가변축을 화물차 운전자들이 설치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합법적, 비합법적으로 가변축을 장착한 화물차는 전체의 50%나 된다고 하네요. 오늘은 짧은 2분짜리 리포트에서 하지 못 했던 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가변축’ 장착의 취지는 좋습니다. 바퀴가 하나 더 달려 있으니, 화물차의 제동 거리를 줄이는데도 좋고, 운행의 안정성도 높아집니다. 짐을 실었을 때, 지면에 닿는 바퀴가 늘어나니 힘이 분산될 것이고, 그 만큼 도로가 받는 스트레스도 줄어듭니다. 다만, 바퀴 수가 많아지면 기름을 전보다 좀 더 먹는다고 하네요. 이것만 빼면, ‘이론적’으로는 정말 좋은 취지의 제도입니다. 많은 운전자들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서 바퀴를 설치한다면, 도로를 관리하고, 사고를 막아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론적’으로 정말 좋은 제도입니다. 그런데 화물차 운전자 입장에서도 그럴까요?
화물차 운전자 입장에서는 이론상 짐을 더 실을 수도 없고, 연비는 떨어지는데 8백 만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고 가변축을 장착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운전자들이 가변축을 장착하는 것은 가변축이 합법적으로 과적을 할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제도상의 허점과 감독 부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화물차의 적재 중량 단속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경찰이 담당하고, 축 중량 단속은 도로법에 따라서 한국도로공사가 맡고 있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5톤 트럭이 5톤 넘게 실었는지는 경찰이 단속하고, 5톤 트럭의 바퀴 축 하나가 10톤이 넘는지는 한국도로공사가 단속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경찰의 적재 중량 단속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단속 장비조차 없는 실정이니까요. 따라서 화물차 운전자들 입장에서는 축 중량 단속만 피하면 물건을 더 실을 수 있는데, ‘가변축’은 이들에게 희소식이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 처럼 바퀴가 늘면 연비가 떨어집니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평균 연비가 4% 정도 떨어진다고 합니다. 대형 화물차의 연비는 1리터 당 2~3킬로 수준. 그렇다보니 4%만 연비를 올릴 수가 있다면 과적으로 인한 차량 손상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네요. 그렇게 때문에 도로에서 바퀴를 다시 들고 운전하는 운전자들이 많습니다. 짐을 한 번에 많이 실을수록 운송료가 올라가기 때문에 1년 정도면 가변축 장착 비용인 8백만원을 뽑을 수 있다고 합니다.
화물차 운전자들에게는 단속하는 법률이 나뉘어져 있는 현실, 그리고 적재 중량 단속은 사실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은 가변축을 장착이 합리적입니다. 그런식으로 해서 도로가 파손이 되는 것은 자신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운전자 입장에서는 그것까지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운전자 전체 입장에서는 다릅니다. 한 해 고속도로 복구비로만 330억 원이 드는데, 그 비용은 고스란히 운전자들에게 돌아올 수 밖에 없습니다. ‘공유의 비극’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화물차 운전자들이 겪는 고충도 있기는 합니다. 가변축의 장착으로 화물차 운송의 체계가 무너져 버렸다고 하네요. 기존에는 5톤 트럭, 8톤 트럭, 11톤 트럭 식으로 적재할 수 있는 화물차가 분류돼 있었는데, 가변축 장착으로 적재 무게의 가이드라인이 없어져 버렸다고 하네요. 중간에 끼어있는 8톤 트럭 운전자들이 고사되고, 화물을 싣는 사람들도 더 많은 짐을 실을 것을 요구하면서 과적으로 피하고 싶은 운전자들도 고충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는 이런 현실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지 못 했을까요? 아니, 이런 현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요? 현장에 나와서 실제로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기만 했다면 가변축이 이렇게 악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또한 조금만 더 세심한 고려가 있었다면, 도로법과 도로교통법이 야기하는 단속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런 현실에서 비난의 화살을 화물차 운전자에게만 겨눌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법이 허용하는 한에서 화물차 운전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합리적인 결정을 한 것이니까요. 오히려 그것을 사실상 허용해 준 정부의 탁상행정에 더 큰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많은 경우에 입법 취지는 좋지만 현실은 그것과 동떨어진 경우를 목격했습니다. '취지는 좋지만...'이라는 말이 더이상 잘못된 현실을 합리화하는 변명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부의 보다 꼼꼼한 행정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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