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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페이스북의 굴욕

광고주들은 페이스북의 주가를 납득할 수 있나

[취재파일] 페이스북의 굴욕
수많은 화제속에 상장한 페이스북이, 상장 이후 혹독한 수모를 당하고 있습니다. 상장날인  미국시간 금요일엔 일단 공모가인 38달러를 간신히 지켰지만, 주간사인 모건 스탠리가 돈의 힘으로 억지로 떠받치며 매물을 소화했기에 가능했습니다. 루비니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게 무슨 자유시장이냐"고 일갈했을 정도입니다.

뉴욕타임즈 등은, 초기 투자에 참여했던 주주들이 당초 계획보다 상장때 내파는 물량을 두 배 가까이 늘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지금이 투자금을 회수할 적기"라는 생각이 작용했다는 거죠.

이틀째 거래인 미국시간 월요일 장에서는 주가가 전일 대비 11% 가까이나 폭락했습니다. 다우지수가 오래간만에 반등(1%)하고 나스닥은 2.5%나 반등하는 날이었는데도 유독 페이스북만 급락한 겁니다. 

* 유저 1인당 110달러로 평가된 주가...그러나 지난해 번 돈은 1인당 4달러

왜 그럴까요? 투자가들은 페이스북의 공모가가 너무 높다고 보는 겁니다.  뉴욕타임즈와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런 문제를 분석하는 장문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을 1천억 달러 수준이라고 보면, 시장에선 페이스북 이용자 1인의 가치를 110달러로 본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지난 해 페이스북은 이용자 1명당 4달러를 벌었을 뿐입니다.  페이스북의 시장가치는 그러니까, 미래 기대수익을 대단히 높게 평가해 준 것입니다. 전세계적으로 페이스북을 대체할 소셜네트워크가 없다는 점이 작용했겠죠.

페이스북이 지난 해 (2011년) 벌어들인 돈 (revenue)은 370억 달러입니다. 구글의 10분의 1이 좀 안됩니다. 이중 85%가 광고를 팔아 번 돈입니다. 그렇다면, 광고주들은 광고 수단으로서의 페이스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 GM은 왜 광고를 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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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을 며칠 앞두고, 자동차 회사 GM은 ‘페이스북에서 하던 광고활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GM은 미국 3대 광고주로 꼽힐 정도로 엄청난 광고비를 씁니다. GM의 연간 광고비 지출은 30억 달러인데, 이 가운데 연간 1천만 달러를 페이스북에 써 왔습니다. GM은 그 돈이, 돈값을 못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370억 달러의 수입 중 1천만 달러가 끊긴 겁니다. 돈의 액수만으로 보면 별  손해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GM의 공개 행보는 다른 많은 광고주들에게 ‘생각해 볼 기회'를 줍니다. “페이스북의 광고효과에 실망한 게 나 뿐이 아니었구나" “나도 광고비 지출을 다른데로 돌릴 수 있겠구나" 하는 효과를 준다는 겁니다.

페이스북의 항변도 일리는 있어보입니다. GM이 쓴 연간 1천만달러는 대부분 페이스북용 자체 앱을 개발하는 데에 들어간 비용이라고 합니다. 페이스북은 “앱을 따로 만든다고 돈을 너무 많이 쓰지 말고, 페이스북의 일반 페이지에 광고를 늘리고, 무료 페이지를 활용해 브랜드 스토리를 구축해 나갈 것”을 제안했었다고 합니다. GM은 광고비는 끊었지만, 무료로 유지할 수 있는 브랜드 페이지는 계속 두기로 했습니다.

광고를 많이 하는 대기업들이 모두 GM같은 입장인 것은 아닙니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업계의 맞수인 포드는 “페이스북 광고가 매우 효과있다고 생각한다. 이용자들과의 상호작용,, 뛰어난 콘텐트, 혁신적 방식의 스토리 텔링이 전략적으로 결합된다면 그렇다. “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페이스북이라는 이름의 폐쇄된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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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광고 수단으로서의 페이스북을, 광고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OMD (Omnicom Media Group의 에이전시)의 chief digital officer인 벤 윙클러(Ben Winkler)는, “페이스북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컨텐트를 공유하는 데 있어서는 뛰어난 메커니즘이지만, 광고주에게는 원하는 만큼의 데이터와 분석자료를 주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페이스북을 써 보신 분은 알겠지만, 페이스북은 이용자 개개인의 선호와 일상행동에 대해 엄청난 개인정보를 축적합니다. 그렇지만 이 정보를 다른 광고주와 공유하는 데에는 상당히 인색합니다.

구글에 광고를 하는 기업은 구글 이용자 개인에게 맞춘 타겟 광고를 내보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페이스북에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페이스북은 예를 들어 “뉴욕 퀸즈 일대에 사는 18세~35세 여성" 하는 식으로 페이스북 이용자들을 묶어서 광고를 판매합니다. 광고주가 만든 페이지나 특정 광고에 ‘Like(좋아요)’버튼이 있는데, 이걸 누른 사람이 몇명인지는 알려주지만 어떤 특정 개인이 Like를 눌렀는지, 그 개인의 상세한 개인정보는 무엇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광고주들이 가장 목말라할 정보를 내주지 않고 있는 것이죠. 페이스북은 개인정보를 상업화하려는 많은 기업들의 낙원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외부인 입장불가"라는 강고한 담장에 둘러싸여 있는 겁니다. 대신 페이스북은 광고주들에게 “광고에 대한 개념을 바꿔달라"고 설득한다고 합니다. 페이스북은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브랜드의 스토리를 구축해 나가는 데에 최적화된 장이라는 거지요.

* 오너의 고집…”페이스북은 돈 벌려고 시작한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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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셜 네트워크>에서 창업 초기의 마크 저커버그는 “광고를 붙여 돈을 벌자"는 주변의 유혹과 끊임없이 싸우지요. “사이트의 쿨함을 지켜야 한다. 쿨하고 위대한 사이트가 되면, 돈은 어떻게든 따라온다"는 겁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이 영화의 상당부분이 ‘극화'된 것이며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해 왔지만, 광고에 대한 생각만큼은 다르지 않은걸로 알려졌습니다.  임원들에게는 “페이스북은 돈 벌려고 시작한 것이 아니다 (was not designed to be a business)”라는 소신을 매우 분명히 밝혔다고 합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임원들에게 “사용자 체험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광고 방식을 갖고 오라(Get me ads that make the experience better.)”고 지시했다는 것이 뉴욕타임즈 보도입니다.

“프로덕트의 쿨함, 사용자 체험의 간결함과 완결성을 우선한다 - 광고는 그 다음이다"라며 당장의 단기수익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억누르는 것은, 구글이 갔던 길이기도 합니다. 당장은 힘들지만 올바른 길이며, 더 크게 성공하는 길이라는 확신을, 마크 저커버그는 갖고 있을 겁니다. 실제로, 페이스북에 앞서 한때 잘 나갔던 소셜네트워크인 ‘마이스페이스'가 광고로 도배를 하다 망해간 전례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겁니다.

한편으로는, 회사가 커 나가는 과정에서 “사생활 (privacy) 침해"에 관한 논란을 워낙 많이 겪었기 때문에 지레 몸조심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페이스북 주가는 어떻게 될까요?

페이스북은 공모가 38달러에 시초가 42달러를 기록했다가 어제 34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원래 계획되었던 공모가는 28~33달러정도의 선이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30달러선까지는 더 내려오고, 광고주들이 페이스북의 광고 모델에 대해 좀 더 확신을 가져야만 주가도 안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적지 않습니다. 지금보다도 10% 이상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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