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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수업중에 교실 벽이 무너졌다고?

[취재파일] 수업중에 교실 벽이 무너졌다고?
지난 16일, 학교 교실 벽이 무너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형사고다!"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확인한 건 인명피해였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친 사람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냥 단순히 넘어갈 수 있는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왜냐면,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수업중에 일어난 사고이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학교 교실 벽이, 그것도 수업시간에 무너졌다는 건 그냥 간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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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개요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당시 교실에 있었던 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지난 16일 오전 11시 30분 쯤이었습니다. 4교시 수업이 한창 진행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유난히 공사 소음이 심하고 교실 창틀이 흔들릴 정도로 진동까지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러자 선생님이 도저히 수업이 안되겠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교실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칠판이 있는 쪽 벽면이 무너지면서 마르지 않은 콘크리트가 교실로 쏟아졌습니다. 만약 선생님의 상황 판단이 빠르지 않았다면, 선생님부터 앞줄에 있던 학생들은 다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대체 그 시간에 학교에서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요. 학교는 기숙사 신축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숙사를 짓는 위치가 학교 건물 바로 옆이었습니다. 무너진 벽이 있는 교실은 학교 맨 가장자리에 있는 교실이었습니다. 공사장과 학교건물, 즉 무너진 교실 벽과는 단 35cm거리였습니다.  교실 벽면, 즉 학교 외벽과 신축 기숙사 사이에 콘크리트를 부어넣으면서 콘트리트 벽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고가 났습니다. 이미 1차 공사를 통해 무너진 벽 절반 정도는 콘크리트 벽이 만들어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위에 콘크리트를 부었는데 이 콘크리트가 세어나오면서 기존에 있던 학교 외벽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그냥 무너져 내린 겁니다. 문제는 기존에 있던 학교 외벽이 그냥 벽돌로 올려진 구조였다는 겁니다. 그것도 32년전에 만들어진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외벽 상태가 어떤지 확인도 하지 않고 그냥 공사는 진행됐습니다.

시공사 관계자는 "도면대로 공사를 진행했고, 이미 한번 작업을 했을 때도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외벽 상태는 눈으로 보고 벽돌을 그냥 쌓은 건지, 콘트리트 벽인지 확인할 수 없다. 벽을 까 봐야 알 수 있는데 그러진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거의 30년동안 공사 현장에서 수많은 공사를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학교도 입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공사를 믿고 공사를 진행했고, 같은 작업을 이미 했을 때 전혀 문제가 없어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좀 더 꼼꼼히 챙겼어야 하는 부분은 아쉽다."는게 입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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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나기전부터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공사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었습니다. 사고가 난 교실에 도착한 순간 놀랐습니다. 여기가 공사장인지, 교실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습니다. 교실앞 복도에는 공사장의 먼지와 소음을 막기 위한 판넬로 이미 막혀 있었고, 그 판넬에 만들어진 문을 열고 들어가야 사고 교실로 이어졌습니다. 복도 창문 바로 앞은 공사장이었고, 무너진 벽 뒤도 공사장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공사장 속에 교실이 있었습니다. 소음이 정말 심했습니다. 취재하는 2시간 남짓 끊이지 않고 소음이 들렸습니다. 정확히 수치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먼지도 많다는 것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럼, 왜 이렇게 학기중에 공사를 해야만 할까. 학생들이 학교에 없는 방학이나 야간에 하면 안되는 걸까.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고 학교나 시공사나 입을 모읍니다. 겨울방학 기간은 날씨가 너무 추워서 '물공사'를 하지 못하는 기간이라고 합니다. 콘트리트 벽과 같은 골조공사를 위해서는 콘크리트를 만들어야 하고 여기에는 물이 꼭 필요한데 겨울에는 너무 추워 얼어버리기 때문에 콘크리트가 제대로 굳지 않아 공사자체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리고 혹한에 공사를 진행하기 어려워 겨울방학 기간은 대부분 공사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름방학은 너무 더워서 공사가 어렵다고 합니다. 인부들이 일을 안하려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야간에는 일할 사람도 없고 인권비가 배로 듭니다. 예산이 빠듯한데 이 인권비를 다 충당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학기중에, 수업중인 낮 시간에 어쩔 수 없이 공사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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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이해는 됩니다. 현실의 장벽이 크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교입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학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이유보다 학생들의 안전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 제약을 떠나 이런 저런 이유로 학생들의 안전이 조금 외면받은 건 아닌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번 사고에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공사는 2월에 시작됐고, 사고가 나기까지 거의 2개월 넘게 공사가 진행됐습니다. 이 사이에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수업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공사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사장과 교실 사이가 35cm밖에 되지 않은 너무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그럼 최소한 벽면에 있는 교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그런 노력도 없이 그냥 수개월을 내버려뒀습니다. 공간이 없었다는 게 학교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사고가 나니 벽면에 있던 4개 학급은 바로 다른 공간으로 옮겨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사고가 난 그 시점에 딱 옮길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 걸까요. 이동 시점이 참 아쉽습니다. 조금만 미리 조금만 더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위한 배려가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공사를 담당하는 시공사의 배려도 아쉬웠습니다. 물론 장마가 오기전에 골조 공사를 마쳐야 하는 부담도 있고, 이미 한번 시행한 공정에서 문제가 없어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겠지만, 교실 벽 뒤에다 콘트리트를 붓는 작업을 꼭 수업시간에 했어야 할까요. 물론 주말에도 학생들이 나오긴 하겠지만, 그래도 주말에 진행했으면 어땠을까요. 단 며칠 차이가 공사기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 거 같습니다. 

지금도 전국에 수많은 학교에서 증축, 신축, 리모델링 등 다양한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학교와 교육청 모두 안전하게 공사를 마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기계적인 절차만 준수하는 것 이외에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노력은 얼마나 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럽습니다. 이번에는 다행히 다친 사람이 없었지만, 언제 어떤 작은 틈에서 내가 선생님으로 다니는 학교,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일어나선 안될 사고가 발생할 지 모르는 일입니다. 학교 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학생들의 '안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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