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파일] '왈가닥' 중학생들 가르치는 시각장애인 선생님

"소리로 아이들의 모든 걸 기억해요"

[취재파일] '왈가닥' 중학생들 가르치는 시각장애인 선생님
김경민 씨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녀는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그것도 말 안 듣기론 둘째 가라면 서러운 중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녀가 수업을 하는 모습을 지켜 봤다. 특수 자판기로 파워포인트 수업자료를 넘겨 가며 진행하는 모습이 무척 자연스럽다. 판서가 필요할 때만 보조교사가 도와준다.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로 농담과 비유를 적절히 섞어가며 아이들을 들었다 놨다 한다. 2년차 교사 치곤 무척 노련하다. 게다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 200여명의 이름을 거의 대부분 외우고 있다. 이름 뿐만이 아니다. 그 학생이 어떤 아이인지, 오늘 기분이 어떤지도 단번에 눈치 챈다.

"소리로 알 수 있는 게 무척 많아요. 그걸 아이들은 모르죠. '정말 안 보이시는 거 맞아요?' 라고 놀라기도 해요"
이미지


그녀는 12살 때 백내장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맹학교를 졸업하고 숙명여대 교육학부에 입학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인 영어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다. 장애학생이 아닌 일반학생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섞여 살아야 편견의 골을 좁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학입학과 함께 든든한 선물을 받았다. 당시 두 살이었던 시각장애인 안내견 '미담이'었다. 미담이가 곁을 지키면서 도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저녁 8-9시쯤 됐는데 친구가 아이스크림 먹자고 나오라는 거예요. 그때 미담이랑 나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다른 사람이 봤을 땐 아무 일도 아니지만.. 부모님이 일하시기 때문에 저녁 8-9시는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죠. 5시 이후에 혼자 자유롭게 나가 본 적이 없어요. 그 늦은 시간에 길을 걸으면서 너무 신기한 거예요. 이 시간에도 나는 혼자 나갈 수 있구나. 그 때가 대학시절을 떠올렸을 때 가장 행복한 기억이에요."
 
그녀는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노력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일단 공부하는데 걸리는 절대 시간이 몇배 더 걸릴 수 밖에 없다. 일반학생이 공부를 못하면 그냥 좀 놀았구나 생각하지만 자신이 못 하면 장애 때문이야...라고 생각할까 봐 두려웠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공부를 위해 도와주는 분들 생각에 한 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참 치열하게 공부했나 보다. 그녀는 재작년 문과대를 7학기만에 수석졸업을 했다. 임용고시도 단번에 붙었고 지난해부터 당당히 서울 인왕중학교 교사가 됐다.
이미지


그녀가 가고 싶은 스승의 길은 무엇일까?

"선생님이 학생을 포기하면 학생은 이미 선생님을 포기한 뒤에요. 선생님이 끝까지 물고 늘어질 때 학생이 변한다고 생각하고 시작했고,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변하는 모습을 보면 참 잘 선택한 길인 것 같아요."

요즘 제일 행복할 때는?

"잠들기 전에요.(웃음) 5월 들어서면 아이들이 정말 말을 안 듣거든요. 중간고사도 봤겠다. 인제 선생님과도 친해졌겠다. 이것들을 때릴 수도 없고.(웃음)"

2년차 교사 김경민. 천상 선생님이다.

장애인 안내견 미담이는 경민 씨가 아이들과 벽을 허무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귀여운 미담이를 보려고 아이들이 먼저 다가오기 때문이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미담이는 수업이 시작되자 마자 곤히 잠이 든다. 녀석이 풍월을 읊는 모습을 보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