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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뒤덮는 방음벽…미관 해치고 안전문제도

<앵커>

고속도로 주변의 노선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차량 소음을 막는 방음벽을 둘러싸여 있습니다. 도로 옆에 사는 주민들 입장에선 '시끄러우니까 당연한 거지' 라고 볼 수밖에 없지만, 사실 방음벽은 미관문제뿐만 아니라 도로 비상상황에서 안전문제도 안고 있습니다. 고민거리입니다.

장세만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신월동과 인천 용현동을 잇는 경인고속도로.

24km 전 구간이 방음벽으로 에워싸여 있습니다.

방음벽 뒷편은 어떤 모습일까?

철제 구조물은 낡고 지저분해진데다, 관리마저 제대로 안 돼 쓰레기장 수준입니다.

[김남구/경인고속도로 인근 주민 : 잡동사니, 건축 자제 같은 거 아무나 가져다 버리고 그러더만.]

최근 수도권 고속도로를 끼고 대규모 택지가 잇따라 조성되면서 방음벽도 우후죽순입니다.

[민경일/한국도로공사 차장 : 방음벽이 계속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비상사태 시에 탈출로가 없어지는 문제점을 또 유발하게 됩니다.]

고속도로 밖 아파트 단지도 방음벽에 둘러싸이긴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입주한 이 아파트는 투명 방음벽 높이가 12m가 넘습니다.

과거 3~4m 정도였던 방음벽이 갈수록 높아져 도시 미관을 해치고 아파트 단지 안팎 주민간에 단절감을 초래한다는 지적입니다.

[유경석/방음벽 인근 주민 : 공동체감이나 단일감을 느끼기가 힘들겠죠. 담이 낮아도 들어가기 힘든데 이렇게 해놓으면 문 말고는 다르게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

방음벽이 이렇게 높아지는 것은 고층 저층 구분 없이 65dB 이하로 돼 있는 소음 규정 때문.

문제는 창 밖으로 1m 가량 팔을 내밀고 잰 '실외' 소음이 기준이라는 겁니다.

[제해성/도시설계학회 회장 : 고층 아파트의 외부 공간에서 소음을 측정한다는 것은 사람이 거기 존재하지도 않는 곳에서 소음을 측정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실제로 비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소음도를 측정해봤더니 실내와 실외가 25dB가량 차이가 났습니다.

일본, 덴마크, 호주 등 주요 선진국들이 실내 소음을 기준으로 하는데 비해 우리가 훨씬 까다로운 셈입니다.

더욱이 소음 측정 시점을 교통량이 많은 요일과 출·퇴근 시간대를 중심으로 바꾸면서 방음벽 높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도시를 뒤덮고 있는 방음벽. 소음과 경관을 조화시킬 합리적인 기준 마련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 영상편집 : 박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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