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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형마트 강제휴무, 농협은 나홀로 영업

쏙 빠진 농협…원래 법안 의도는?

[취재파일] 대형마트 강제휴무, 농협은 나홀로 영업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강제휴무제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정작 흥이 난 건 전통시장 상인이나 골목상인이 아닌 농협의 하나로마트라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이유는 다름아닌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에서 농수산물의 매출 비중이 51%가 넘는 곳은 강제휴무에서 제외된다는 예외규정 때문입니다. 농협 하나로마트의 경우 거의 모든 매장들이 농수산물의 판매 비중이 51%를 넘기고 있어 규제에서 제외된 것이죠.

문제는 농협이 운영하고 있는 대형마트급의 하나로클럽과 슈퍼마켓형인 하나로마트가 전국에 2000곳이 넘는다는 점입니다. 그야말로 농협이 대기업이 아니라서 그런 것인지 그 수와 영향력에 있어서 전통시장상인과 골목상인들은 하나로마트에 대해서도 대형마트,SSM과 전혀 다르지 않는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로마트가 농수산물의 매출비중이 51%가 넘어서 규제를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 전통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것도 역시 농수산물입니다. 쉽게 말해 주력상품이 같은 것이죠. 당연히 손님들도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고 해서 전통시장을 향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대형마트 수준은 아니어도 깨끗하고 깔끔하고 주차시설까지 잘 갖춰진 하나로마트로 가제 되는 것이죠.

지난 주 토요일 충남 서산 지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지역의 대형마트는 모두 문을 닫았지만 하나로마트만 문을 열어 손님을 끌어 모으고 있었습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전통시장은 여전히 썰렁하기만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농협의 하나로마트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에 대한 규제에서 제외가 된 것일까? 여기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관련법인 유통산업발전법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그 법을 발의하고 의결한 국회로 이어지더군요. 왜 국회는 이런 애매한 예외조항을 둔 것일까? 하고 말이죠.

그래서 처음 발의된 법안을 살펴봤습니다.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법안은 모두 4건이 발의가 됐더군요.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란 제목으로 이춘석, 정갑윤, 강창일, 김재균 등이 발의를 했더군요. 여기에는 중소상인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서는 기존의 유통산업발전법이 부족한 점이 있어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에 대한 영업규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겨 있지만 농수산물 매출 비중 51%이상 매장에 대한 예외 조항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담겨 있지 않습니다.

발의된 법안은 원래 해당 상임위원회에 배당이 되고 상임위에선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거쳐 법안의 전체적인 내용을 결정하죠. 그런 뒤 상임위의 의결을 거치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입법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법안 역시 상임위를 거치는데 전체회의 회의록을 살펴봤습니다.

최종 의결 과정에서 느닷없이 일부 의원들이 농어민 보호를 위한 조항을 끼어 넣자고 주장합니다. “하나로마트가 (농수산물을) 51% 취급하는데가 거의 다라고 하니까 51%이상 우리 농수산물을 취급하는 점을 제외시키면 되지 않겠나...”라고 한 의원이 제의를 합니다. 이러자 몇몇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나서죠. 여기서 중요한 건 농어민 보호를 명목으로 아예 하나로마트를 꼭 찍어서 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가 원안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합의를 한 사항이라고 상임위원장이 말하지만 통하지 않습니다. 특혜라는 반박이 이어지고 예외조항을 둘 경우 통상마찰까지 우려가 된다는 지적에 겨우 원안 그대로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만 최종심사를 맡은 법제사법위원회가 결국에 원안에 손을 댑니다. 요즘 하나로마트의 나홀로 영업을 가능하게 만든 ‘농수산물 매출 비중 51% 매장은 예외’ 조항을 삽입한 거죠.

상임위까지 거친 법안의 내용이 법사위에서 바뀌는 경우는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법사위에서는 벌률안 체계와 자구 심사를 해서 다른 법률과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게 역할인데 법률 개정안의 취지를 손상시킬 만큼 내용을 바꾸는 것은 담당 상임위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런 오해를 무릅쓰고 문제의 ‘51%’ 문구를 끼어 넣은 의원들은 과연 그 결과를 어떻게 예상을 하고 한 것일까? 전혀 모르고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그런 것인지... 그 속마음은 잘 모르겠습니다.

결과적으로 나홀로 영업을 하게 된 농협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앞으로 대형마트수준인 하나로클럽의 수를 50개 늘릴 계획까지 세우겠다는 겁니다. 하나로마트의 수도 계속 늘려갈 계획이랍니다. 겉으로 내세운 이유는 농민의 판로 확대지만 주변에서는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사이 생기는 반사이익을 최대한 키우겠다는 심산이 아니냐는 시선도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전문가가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왜? 를 따져보자는 거죠. 법안의 목적이 대기업과 중소상인의 대결 구도에서 대기업을 규제하는 것인지, 아니면 중소상인과 골목상권의 영업을 보호하는 것인지에 따라 다르다는 겁니다.

먼저 대기업과 중소상인의 대결구도라면 대기업을 규제하는 것이니 제도상 대기업이 아닌 농협은 제외되는 것이 맞겠지만 발의된 원안을 살펴볼 때 아무리 따져 봐도 이 법안의 목적은 골목상권 보호, 종소상인 보호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대상에는 대형마트뿐 아니라 전국에 2천개가 넘게 번져있는 농협의 하나로마트도 규제 대상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과연 유통산업발전법은 원래 법이 원하는 목적을 제대로 거두지 있는지 생각해면 답은 나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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