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거짓 마케팅 일삼는 보험사 전화판매의 비밀

[취재파일] 거짓 마케팅 일삼는 보험사 전화판매의 비밀
"본사 담당자인 제가 고객님을 위해 특별히 판매하는 상품입니다. 은행보다 몇 배나 높은 이자를 확정금리로 드리는 상품입니다. 아무나 드리지는 못하고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A 보험사 판매원 녹취)

"고객님, 매년 30% 이자 받고 싶어도 아무나 주고 그렇게 하지 못하잖아요. 일부러 광고도 하지 않아요. 여기에 1년에 생활자금 80만 원 받고 하면 2년만 해도 현찰로 160만 원이거든요." (B 보험사 판매원 녹취)

이런 보험판매 전화 많이 받아보셨을 겁니다. 왜 전화내용이 상당히 비슷할까라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항상 특별히 소비자를 위해 나온 상품이고, 이자는 시중 은행보다 2~3배 높은지, 그런 상품이라면 자신들이 들지 왜 힘들게 전화를 걸어 판매하는지 말입니다.

SBS가 입수한 보험사들의 녹취 파일 수십 개와 판매 대본을 보면 이런 궁금증이 풀립니다. 일종의 패턴을 정해놓고 토씨 하나까지 그대로 따라 합니다. 우선 대단한 혜택을 주는 것처럼 거짓말로 시작하고, 특별히 뽑혔다는 '한정 멘트'를 합니다. 그런 다음 장기 상품인 보험 상품을 팔기 때문에 불안한 노후를 강조한 뒤 납입기간을 정하도록 합니다. 조금 불리한 내용은 속사포처럼 빠르게 설명하고, 고객이 어느 정도 넘어왔다 싶으면 판매원이 의무 녹취가 안 되는 자신의 개인 휴대전화로 걸어 설득에 나섭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다 규정위반입니다.

현행 규정상 전화 등 통신판매로 보험을 팔 때는 표준상품설명서라는 것을 보험사에서 만들어 협회의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금융감독당국이 검사를 나올 때도 반드시 보여주고 전화녹취 내용도 표준상품설명서에 맞게 돼야 합니다. 표준상품설명서에서는 상품이 특정 고객에게만 제공된다거나 특정일자까지만 가입이 가능하다고 안내하는 등 절판마케팅을 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습니다. 이자 등 핵심 내용과 특약 사항, 보험료 납입기간 등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내용도 규정 위반입니다. 표준상품설명서를 소비자에게 오해 소지가 있도록 임의로 수정하는 것도 역시 안 됩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보험사들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개인사업자로 보험사와 계약하는 판매원들의 책임으로 돌립니다. 수당을 노리고 과욕을 부려 생긴 일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취재 중 만난 현직 판매원들의 말은 달랐습니다. 일부 보험사들의 경우 영업지점에서 암암리에 이런 판매 행위를 시키고 있었습니다. 방식은 이렇습니다. 실적 압박을 하면서 많이 판 사람들의 녹취를 들려줍니다. 대부분 규정을 위반한 불완전 판매 내용이 가득한 것들입니다. 그런 다음 "원리 원칙대로 해선 안 된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회사가 시켰다고 하지는 말아라"라고 하며 결국은 불완전 판매를 조장합니다. 고객을 속이는 거짓 마케팅을 강요하는 겁니다.

이미지

또 다른 압박수단은 고객 개인정보가 담긴 DB입니다. 영업지점에서는 판매원들에게 DB를 주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판매원들은 소비자에게 전화를 겁니다. 기존에 보험에 가입했던 고객, 우량 고객, 아니면 통화만 됐던 고객, 부재중 전화가 됐던 고객 등 DB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당연히 좋은 DB를 받은 판매원은 영업이 수월하고 그렇지 않은 판매원은 힘들겠죠. 수당은 거기서 차이가 납니다. 그러니 거짓 마케팅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수당 구조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만약 보험료 월 10만 원짜리를 팔았다면 판매원이 8~12만 원을 적게는 6개월에서 2년까지 가져갑니다. 보험사는 판매원에게 줄 수당을 포함해 사업비를 10년 가까이 가져갑니다. 그런데 전화통신판매 철회기간은 한 달입니다. 녹취된 통화내용에 명백한 판매원 또는 보험사 잘못이 있을 경우 석 달까지는 손해를 보지 않고 고객이 철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보험사가 그럴 의무가 없습니다. 그러니 석 달만 지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합니다. 판매원에게 민원이 들어와도 시간을 끌면서 어떻게든 석 달을 넘겨보려 합니다.

금융감독원에서 검사를 나오더라도 수천 개의 녹취 파일 가운데 많아야 10~20%를 들어보는 수준이니 적발된 판매원만 재수가 없다고 여기는 실상이라고 합니다. 억제 효과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보험사가 의무적으로 문제가 생길 때 철회를 해 줘야 하는 '품질보증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 상품인 보험이 이렇게 떳다방 식으로 팔려서야 되겠습니까?

소비자 입장에서는 거짓 마케팅에 속아넘어가지 않도록 몇 가지를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보험상품을 특별히 특정 고객에게만 파는 일은 없습니다. 확정이자를 줄 수 없는 보험상품이 지나치게 높은 이자를 주겠다고 한다면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보험상품은 초기 10년 동안은 회사에서 사업비 명목으로 12% 가까이를 가져가기 때문에 운용하는 원금 자체가 자신이 낸 보험료 전부가 아닙니다. 그보다 적습니다. 그러니 단기 투자 목적, 생활자금 목적으로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고객에게 유리하지 않습니다. 보험은 말 그대로 미래의 위험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