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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유통기한 지난 닭을 씻어서 또 판다고요?

[취재파일] 유통기한 지난 닭을 씻어서 또 판다고요?
저도 닭고기 요리를 꽤나 좋아합니다. 닭볶음탕이나 찜닭, 삼계탕, 프라이드 치킨 등등 만들수 있는 요리도 다양하니까요.

돼지고기나 소고기가 구제역이나 광우병 등 큰 이슈를 몰고 다닐 때에도 닭고기 요리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지, 한 도매상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닭을 씻어서 식당에 재판매한다는 얘길 들었을 때는 믿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진짜였습니다. 영상을 보니 기가 막히더군요.

도매상 직원들은 닭 포장 용기를 뜯어서 닭을 큰 통에 쏟아 붓습니다. 그리고 그 통에 호스로 물을 부어 넣고 여러차례 휘젓습니다. 두어번 씻기고 난 뒤, 닭을 건조대에 옮겨 담습니다. 그런데 닭이 있던 포장 용기를 보니 유통기한이 지나 있습니다. 이 도매상은 대형 닭 제조업체로부터 물건을 받아 마트와 같은 거래처에 납품을 하는데, 유통기한이 지나 팔 수 없는 닭들을 제조업체로 보내지 않고 이곳에서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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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물로 헹군 뒤 건조시킨 닭을 다른 비닐 용기에 담습니다. 그리고 진공포장 장비에 넣어 포장을 마무리 합니다. 이 포장에는 스티커가 붙어있는데, 자세히 보니 제조일자가 적혀 있습니다. 작업을 한 날과는 무관한 날짜가 찍혀있고, 더군다나 냉장 보관의 경우 10일까지 가능하다고 쓰여 있습니다. 다시 말해 유통기한 지난 닭이 가짜 제조일자가 찍힌 포장용기에 담겨 새 제품으로 둔갑한 겁니다.

이렇게 재포장된 닭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유통처를 추적해 보니 대부분 개인적으로 생닭을 사러 온 소비자나 식당으로 팔려 나갔습니다. 닭이 배달된 식당에 찾아가 봤습니다. 한번에 10마리씩 생닭을 배달받는다는 식당 주인, 닭볶음탕이나 삼계탕 용으로 닭을 주문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생닭의 상태가 어땠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이상할 때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어떻게 이상하냐고 더 물었더니 '냄새가 나거나 색이 누렇게 된 적이 있어 반품해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식당 주인이 알아채지 못하면 닭은 그대로 열로 조리돼 손님들 식탁에 나가는 겁니다. 문제가 발생해도 그때 그때 바꿔주면 그 뿐, 식당 주인은 주변에 닭 유통업체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이 업체에 다시 주문할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습니다.

손님을 가장해 도매상을 찾아가 닭을 사봤습니다. 내부는 너무 더러웠습니다. 물로 씻는 작업(?)이 끝난 직후였는지 바닥 물 청소가 한창이었고, 파리가 날리고 악취도 났습니다. 닭 상태를 볼 수 있는 진열대는 없었습니다. 생닭을 달라고 하자 창고에 들어가더니 닭을 꺼내 봉지에 담아줬습니다. 소비자들이 직접 그 닭을 꺼내 상태가 좋은지 따져볼 수도 없었습니다. 그 닭을 대형마트에서 생닭을 관리하는 전문가에게 보여줬습니다. 처음엔 괜찮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냄새가 더 심해졌습니다. 전문가는 몇번 만져보더니, 육질에 탄력이 없고 모공이 울퉁불퉁하지도 않고, 게다가 냄새까지 나는데 도저히 먹을 수 없는 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음날, 정말 유통기한 지난 닭을 판매한 건지 따져묻고 해명이라도 듣기 위해 도매상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한 켠에는 유통기한이 다 된 닭의 포장 용기가 뜯긴 채 쌓여 있었습니다. 그 안에 담겨져 있던 닭들은 다 어디에 있는지 따져묻자 도매상 주인은 몇차례 횡설수설을 합니다. 닭을 버렸다는 둥, 오늘까지 조리해도 된다는 둥, 여러차례 말을 바꾸다 끝내 개 사료로 팔았다고 말했습니다. 닭을 다시 진공포장하고 식당에 납품한 사실까지 다 알고 왔다고 얘길해도, 반품된 닭들은 다 폐기처분했다며 끝까지 부인했습니다. 게다가 저에게 판 닭은 냄새도 안나고 괜찮다며 뭐가 문제냐며 되물었습니다.

제가 찾아간 도매상은 비교적 영세한 업체였습니다. 그래서 몇차례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리고 도매상을 찾아갔을 땐 솔직히 시청자들을 향해, 아니 그 닭을 먹은 손님들을 향해 적어도 '잘못했다'는 말이라도 할 줄 알았습니다. 돈 몇 푼 벌기 위해 반품된 닭까지 끌어 안았고, 개 사료보다 식당에 파는게 좀 더 이윤이 남았다고 했으면, 한 번 더 고민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끝까지 '개 사료로 팔았다'며 부인하는 그들의 모습에 전 한 번 더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가 먹은 닭들도 혹시 이런 식으로 유통된건 아니었을까, 갑자기 후회도 밀려왔습니다.

시청에 찾아가 그동안 이 도매상이 단속에 적발된 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서류에 '도축장 이름'을 기록하지 않아 적발된 적은 있어도 유통기한이 지난 닭을 재가공하다 적발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단속이 됐더라도 영업 정지 7일 처분이 전부라는 말이 더 기가 막혔습니다. 영문도 모른채 유통기한 지난 닭을 먹는 손님들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날이 더워지면서 닭요리 찾는 분들 많으실텐데, 음식 갖고 장난치는 일 더는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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