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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토크] 상처를 넘어선 사람들

예술가가 장애인을 보는 시선에 대해

‘항상 사람들은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은 날 때 부터 상처와 한 몸이다. 그리고 그 시련을 이미 초월하고 있다.’ [디앤 아버스/ 미국]

평소 잘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던 장애인들을 작품의 전면에 내세웠던 사진작가 디앤 아버스의 말입니다. 디앤은 장애인들을 이용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말을 보면 이미 시련을 초월하고 있는 장애인들에 대한 경이로움이 담겨 있습니다.

사람들이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보통 정해져 있습니다. 불쌍하다고 동정심을 느끼기도 하고, 시간을 투자해 도우미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 주위에 그런 사회적 약자들이 있는지 조차 잊고 살아갑니다.

장애인과 함께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만나보면, 상처와 한 몸인 그들이 보여주는 놀라움에 대해 얘기할 때가 많습니다. 장애인들을 위해 자기가 봉사하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통해 자신의 마음이 치유되는 경험을 합니다.

예술가의 작품은 우리에게 아픔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줍니다. 동정이나 무관심이 아니라 천천히 바라 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합니다. 작은 상처라도 입을 까봐 두려워하며 살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시선을 더 넒은 세상으로 확장시킵니다.

김근태 작가는 지적장애인들을 그립니다. 그림 속의 장애인은 밝고 환한 모습과 어두운 모습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같이 생활하면서 마음속에 자리 잡은 친구들. 불쌍하거나 비참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냥 친구의 모습입니다. 김근태 작가는 자신의 글을 통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술을 끊으니 술친구가 멀어졌다. 술, 상처, 허무, 명예욕에서 나를 건진 건 이 아이들(정신지체아동)이다. 이 아이들은 신의 초상화이다.’

평소에 관심 갖지 않는 진실을 발견하려고 애쓰는 일이 작가의 작업입니다. 예술가들이 발견한 경이로움은 높은 곳에 있지 않습니다. 작품을 보면서 과연 나는 이 아이들보다 더 나은 존재일지 자문해 봅니다.

공진구( jikk99@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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