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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임기 한달' 보좌진에 친인척 앉힌 의원들

- 국회의원과 보좌진…정치 인생 동반자 돼야

[취재파일] '임기 한달' 보좌진에 친인척 앉힌 의원들
국회의원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야 하나? 이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낙천 국회의원이 자신의 친인척을 보좌진에 앉혔다는 사내 제보를 받고 나섭니다. (사내에서도 기자들 간에 제보 많이 합니다^^) 공분을 자아내는 포인트는 3가지입니다. 첫째는 친인척을 앉혔다는 것. 둘째는 임기를 불과 한 달 앞두고 앉혔다는 것. 셋째는 지금 국회에 할 일이 없어서, 어디선가 엉뚱한 생업에 종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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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을 앉힌 것은 사실인가.

취재 선상에 오른 의원은 두 명이었습니다. 우선 총선에 불출마한 A의원. 이 의원은 자기 조카를 심었다는 풍문이 돌았습니다. 풍문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A의원 보좌진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4월 23일 국회사무처 인사명령을 보면 A의원실의 한 비서관이 면직된 사실이 나옵니다. 본인의 ‘원에 의하여’ 그 직을 면한다고 돼 있지만, 정말 본인이 원했는지는 물음표입니다. 면직된, 즉 그만둔 비서관을 만났습니다. 새로 뽑은 비서관이 조카라고 하던데 진짜예요?

조카 맞다고 합니다. 어떻게 알아요? 의원회관에 와서 일한 적 있다고 했습니다. 본인이 A의원 조카라고 직접 소개했다고 했습니다. 다른 보좌진한테도 물어봤습니다. 신규 채용된 사람이 조카 맞다, 같은 이유였습니다. 신규 채용된 비서관의 몇 달 전 진술이 전부인 상황. 이 '초짜 비서관=의원 조카'한테 마지막 확인할 순서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의원 본인 확인만 남습니다. 방송 예정된 날 전화를 걸었습니다. A의원은 쉽게 인정했습니다. 상황이 그렇게 됐으니, 좀 이해해달라고 했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 없이 어떻게 한 명은 확인했습니다.

역시 총선 불출마한 B의원. 그는 보좌진에 자신의 처남을 앉혔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런데 A의원보다 확인하기 까다로웠습니다. 국회 사무실은 짐이 다 빠져 있었고, 직원도 여비서 혼자였습니다. 국회 취재수첩에는 前 보좌관 연락처만 달랑. 취재 목적 알려줬더니, 의원실 비서관이 전화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비서관 연락은 기다리고 기다려도 안 옵니다. 사흘이 지나고. 몇 차례의 콜백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前 보좌관에게 버럭 전화도 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지역구 사무실에 연락처를 남기기도 수차례. 어느 누구도 확인해주지 않았습니다. 즉, 처남이 맞다는 얘기, 강한 심증을 선물한 셈입니다. 리포트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B의원쪽 전화가 안 오니, 카메라 장착하고 불시에 사무실을 방문하는 수밖에요. 사무실 방 빼는 날, 짐이 곳곳에 쌓여 있는 그림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새로 채용된 직원 연락처를 주지 않으면 못 나가겠습니다, 정중히 말씀드리고 완고히 버텼습니다. 생각보다 짧게 끝난 뻗치기. 새 비서에게 전화로 물었습니다. 어떻게 처남분이 비서로 채용되셨어요? 아니라고 얘기는 안 하고, 이런 저런 해명하십니다. 처남 맞다는 얘기입니다. 의원실 보좌진들도 신규 채용된 비서가 B의원 처남이라는 걸 다 알고 있었습니다. 이로써 조카, 처남, 현장에서 확인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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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을 모셨는데 돌아온 것은 면직 통보.

18대 국회의원 임기는 5월 29일까지입니다. 국회사무처 인사명령을 보면, 면직된 보좌진 정말 수두룩합니다. 불출마 선언이 잇따른 2,3월부터 시작해, 특히 4.11 총선이 끝난 뒤 잔뜩 면직됐습니다. 임기를 불과 몇 달 남기고, 말년 의원이 보좌진을 면직시키는 겁니다. 마지막 한 달은 재취업 준비 기간입니다. 총선에 불출마한 의원과 함께 제 몸 눕힐 새 자리를 알아봐야 합니다. 어수선하고 불안한 마음도 달래야 합니다. 걱정스런 눈빛으로, 그러나 티 내지 않고 바라보는 가족 생각도 해야 합니다. 18대 의원 절반이 19대 국회 입성에 실패했으니, 어림잡아 1,350명이 이런 처지입니다.

마지막 달도 당연히 보좌진 급여가 나옵니다. 3,4백만 원 정도. 다만 국회 일정이 없어서 할 일은 많지 않습니다. 지난 4년을 정리하고,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마음을 다잡는 기간입니다. 마지막 월급은 마치 보너스 같습니다. 할 일 줄어들었다고, 마지막 달의 보좌진 급여를 낮춰야 한다는 건 우리 정서법을 거스르는 것 같습니다. 보너스는 짧게는 1,2년 길게는 4년간 국회의원의 오른팔이 돼 왔던 것에 대한 작은 보상입니다. 보너스를 받지 못하고 방에서 퇴출되는 것이 ‘돈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인 까닭입니다. 모셨던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다는 씁쓸함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새 보좌진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가?

국회에 할 일이 없으니, 어디선가 분명 딴 일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 A의원 조카, 그러니까 신규 채용된 비서관은 의원회관에도 없고, 지역 사무실에도 없고, 겨우 찾아낸 곳이 지역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서울 강남입니다. 그것도 투자자문회사. 정치와 아무 인연도 없는 곳입니다. 국회에 이름 걸어놓고 급여 받으면서, 실제로는 엉뚱한 곳에서 근무하는 겁니다. B의원 처남은 못 찾았습니다. B의원 수행비서로 운전을 해주고 있다 했습니다. 원래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처남이 시간이 남아 도와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의원 모두 남은 한 달만 일할 사람을 어떻게 뽑느냐고 주장하지만, 쉬엄쉬엄 한 달 일하고 급여 준다고 하면, 게다가 경력에도 국회 보좌진 한 줄 추가할 수 있다면, 하겠다는 사람 줄을 설 것 같습니다. '임기 한 달'짜리 보좌진은 아무나 될 수 없는, 일종의 특혜입니다.

A와 B의원의 반론. A의원은 기존 비서관이 갑자기 안 나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사무실 정리도 해야 하는데, 갑자기 안 나오니, 할 수 없이 조카를 채용했다고 했습니다. 잘 이해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안 나와서 면직됐다던 비서관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입니다. 날것 그대로의 표현은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B의원 측은 방송 다음날 대단히 흥분해 항의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직원이 아파 갑자기 안 나와서 ‘면직’된 것인데, 방송에서 ‘해고’라고 썼다는 것입니다. B의원 측은 거짓 보도라면서 정정보도까지 주장했습니다. 자의로 그만뒀든, 타의로 그만뒀든, 계약 관계가 종료됐으면 해고인데, 왜 그러는 걸까요. 원래 직원을 ‘면직’하고, 처남을 채용했으면 떳떳하다는 것인지요.

친인척을 채용한 의원들 입장과 달리, 보좌진들은 남은 한 달, 좋은 자리를 찾지 못한 이상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한 달 빠른 실업자가 될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는 것입니다. 임기가 끝나갈 즈음, 굴러온 친인척이 박힌 보좌진을 빼내는 일은 처음이 아닙니다. 국회의원 친인척을 보좌관에 채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을 정도입니다. 국회 운영위원회에 2년 넘게 계류돼 있다고 합니다. 18대 국회는 대신, 보좌진을 8명에서 9명으로 늘리는 법안은 일찌감치 통과시켜 놓았습니다. 국회의원 1명과 9명의 보좌진. 그들은 길고 긴 정치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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