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의 허파, 북한산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산 나무의 절반이 '참나무 시듦병'이라는 전염병에 걸렸습니다. 번지는 속도는 걷잡을 수 없는데 뾰족한 대책이 없습니다.
현장취재 이경원 기자입니다.
<기자>
전동 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방제 직원들.
지름 30cm 굵기의 참나무가 힘없이 쓰러집니다.
참나무 시듦병에 걸려 고사한 나무를 베어내는 겁니다.
방금 자른 참나무의 밑동입니다.
이렇게 나무좀이 파고들어간 흔적을 볼 수 있는데요.
밑둥의 단면 대부분이 나무좀이 퍼트린 곰팡이 때문에 암갈색으로 변했습니다.
참나무 시듦병은 매개충인 광릉긴나무좀이 참나무를 파고들어 해로운 곰팡이를 퍼뜨리는 전염병입니다.
잎을 마르게 하고 결국엔 나무를 고사시킵니다.
[박겸수/서울 강북구청장 : 전염되면 거의 대부분이 고사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우리가 부를 때는 참나무 에이즈병이라고 이렇게 부르기도 합니다.]
겉보기에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나무 줄기에는 좀이 파고 들어간 구멍들이 숭숭 나 있고, 바닥에는 구멍을 파다 떨어진 톱밥이 쌓여 있습니다.
'사형 선고'를 뜻하는 빨간 테이프를 두른 참나무와, 이미 방제작업을 끝낸 '나무 무덤'도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한애순/서울 제기동 : 아이고, 예전에는 나무가 굉장히 울창했고. 바짝 마른 나무들이 없었는데, 지금은 병 들은 게 많고, 나무들이 보기에도 바짝 마른 나무들이 굉장히 많더라고.]
실제 북한산 나무의 70%가 참나무인데, 이 가운데 시듦병에 걸린 참나무는 58.5%에 달합니다.
북한산 나무의 절반 가까이가 시듦병 환자인 셈입니다.
문제는 나무좀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5월.
벌써부터 낌새가 심상치 않지만, 치료제가 없다 보니 지금으로선 나무를 베어내 농약을 치고 비닐로 밀봉하는 게 전부입니다.
[최병기/국립공원관리공단 자원보존과장 : 북한산 유사이래 가장 많이 발생한 병이 참나무 시듦병이고. 모니터링을 강화해서 확산이 되는 것을 방지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참나무 시듦병은 2004년 처음 보고됐습니다.
당시에는 약하게 지나갔지만 작년 긴 장마를 거치며 병 매개충이 급증했다는 분석입니다.
산림청과 관할 지자체는 4억 원의 예산을 들여 방제작업을 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만큼 참나무를 소나무로 교체해야 한다는 장기적인 대안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준식, 편집 : 채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