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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내 수출 대기업 "절세 행위"에 제동 건 국세청

[취재파일] 국내 수출 대기업 "절세 행위"에 제동 건 국세청
4대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동시에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형식은 4~5년마다 이뤄지는 정기 세무조사지만 조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러 가지입니다. 정권 말기에 4대 그룹을 동시에 조사하는 경우는 이례적이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국세청의 조사 배경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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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조사를 받고 있는 4대 그룹 계열사만 LG전자, 기아자동차, 삼성엔지니어링, SK 건설 등 4곳입니다. 삼성은 삼성전자에 대한 세무조사가 두 차례 연장까지 하며 7개월만에 마무리가 되자마자 삼성엔지니어링이 조사를 받고 있고, SK 건설의 경우 SK 해운 등이 조사를 받고 나서 국세청의 특수부라는 조사 4국이 투입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과거 국세청 조사 이후 그 내용이 검찰에 통보돼 수사가 이뤄지고 그룹 회장에 대한 조사까지 이어졌던 악몽까지 있어 SK측은 더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국세청이 얼마 전 정기 조사를 끝낸 삼성전자에 대해 역대 법인세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4천7백억원 이상의 추징금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 점도 긴장하는 이유입니다. 삼성전자는 5년 전 조사 때보다 무려 25배가 많은 액수가 추징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세청은 조사 착수 여부조차 공식적으로는 밝히지 않습니다. 혹시 조사를 하더라도 일정표에 따른 업무이지 의도나 배경은 없다고 앵무새처럼 되풀이 해 말합니다.

다만 삼성전자는 물론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들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해외 계열사가 많고 해외 계열사들과 거래를 많이 한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설령 정기 세무조사라고 하더라도 이번 4대 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의 성격이나 추징 액수가 삼성전자의 경우처럼 다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국세청이 이미 올해 해외 계열사들과의 거래 관계에서 벌어지는 탈세에 관해 깐깐하게 보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국세청은 지난 해 말부터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해외 계열사로부터 받는 지급보증 수수료를 현실화하라는 설명회를 가졌습니다. 일반적으로 국내 글로벌 기업들은 해외 계열사들이 현지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때 싼 이자로 빌릴 수 있게 신용도 높은 본사가 지급 보증을 서 줍니다. 그러면 해외 계열사는 이 지급보증의 대가로 본사에 수수료를 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00전자 헝가리 법인이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현지에서 돈을 빌릴 때 아무 보증 없이 빌리면 신용도가 낮아서 9% 이자를 줘야 하는 데 신용도가 높은 본사에서 지급 보증을 서면 4% 정도로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그럼 이 금리 차이에 해당하는 5% 정도를 본사에 수수료로 주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이 수수료를 턱없이 싸게 받거나 아예 받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국내에서 세금을 덜 내기 위해서입니다. 대부분 이런 거래를 하는 해외 계열사들이 법인세가 우리보다 낮은 지역이기 때문에 이렇게 소득을 해외 계열사에 밀어주면 본사는 법인세를 덜 내게 되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기업 전체로 보면 소득은 그대로인데 세금은 적게 내는 셈 입니다. 해당 기업들은 일종의 ‘절세 행위’를 했다는 것이지만 국세청의 판단은 탈세라는 입장입니다.    

OECD 규정과 현행 법에 따르면 적정한 지급보증 수수료를 받지 않았을 경우 과세 하도록 돼 있는데 지금까지는 국세청이 국내 글로벌 기업들의 해외 계열사 신용을 판단할 근거를 갖추지 못해 자진신고를 하도록 했지만 제대로 안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외부 용역을 통해 적정한 수수료 수준을 제시할 수 있는 모형을 갖췄고, 이를 근거로 과세 부가 가능 시기인 2006년도부터 소급 과세를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국내 글로벌 기업들이 그룹 브랜드가 주는 긍정적 효과 등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런 비재무적 요소까지 반영했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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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한편으로는 긴장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불만입니다.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최근 2년 동안 국내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에 지급보증을 해 준 규모만 해도 70조원에 육박합니다. LG전자만 놓고봐도 지난 해 말 현재 해외 자회사에 대한 지급보증 규모만 2조 5천5495억원에 이릅니다. “소급 적용하는 세금폭탄” 이란 말까지 나오는 이유입니다. 자신들은 자진 신고할 때 나름대로 기준에 맞춰서 했고, 글로벌 경쟁사들과 비슷한 수준에서 신고를 해 왔다는 설명도 하고 있습니다.

실제 삼성이나 LG의 경쟁사인 애플사도 법인세율이 낮거나 조세회피지역에 해외 계열사들을 세워놓고, 그 쪽으로 소득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이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애플이 낸 실효 법인세율이 평균치의 절반도 안 되는 9.8% 수준에 불과하다는 내용이 ‘뉴욕 타임즈’ 탐사보도로 얼마 전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애플은 당당히 '합법적 절세' 라고 밝혔지만, 미국 내에서도 제도적 허점을 보강해야 한다는 여론이 서서히 커지는 양상입니다.

나라 빚 문제로 추가 세금 확보가 필요한 미국이나 유럽 각국 정부로서는 선거 결과에 따라 다를 순 있지만 일자리를 국내에서 만들지 않고 세금을 국내에 내지 않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심해지고 있는 양극화와 나라 재정 상황 악화를 감안하면 글로벌 기업들의 관행적인 '절세 행위'에 대한 잣대가 국내외적으로 점점 엄격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시대 흐름이 바뀌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국내 글로벌 기업들도 이제 '세금폭탄' 이라며 반발하기에 앞서 이런 사회적 변화를 읽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이윤추구 못지 않게 일자리 창출과 세금납부도 기업의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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