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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신들의 전쟁' 그리고 '인간 영웅'들

[취재파일] '신들의 전쟁' 그리고 '인간 영웅'들
'천재 골잡이' 리오넬 메시(스페인 FC바르셀로나)가 마침내 '한 시즌 70골' 고지마저 정복했습니다. 메시는 오늘(5월 6일) 에스파뇰과 정규 리그 경기에서 4골을 폭발시켜 시즌 72골째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3일 68호 골로 유럽 리그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39년만에 갈아치우더니 사흘만에 그 기록을 다시 바꿔놓았습니다. 흔히 경기당 0.5골, 즉 2경기에 1골씩 넣어도 특급 골잡이로 통하는데 메시는 이번 시즌 58경기에서 72골을 터뜨렸습니다. 한마디로 '말이 안 되는' 기록이죠. '신의 영역', '사기 캐릭터'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비록 메시의 기록에는 못미쳤어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활약도 경이적이었습니다. 호날두는 지난 시즌 메시와 나란히 53골을 터뜨렸는데, 올시즌에는 그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54경기에서 59골입니다. 메시와 마찬가지로 '경기당 1골'을 훌쩍 넘겼고, 정규리그 1경기를 더 남겼으니 60골 돌파도 가능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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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두 선수가 동시대에, 그것도 같은 리그에서 만났을까 싶습니다. 현재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 순위를 보면 메시가 50골로 1위, 호날두가 45골로 2위입니다. 3위는 AT.마드리드의 팔카우로 23골에 불과(?)합니다. 다른 선수들과 격차가 얼마나 큰지 실감나죠? 메시와 호날두 모두 정규 리그 1경기씩 남겼기 때문에 득점왕은 사실상 메시로 굳어졌습니다. 45골을 넣고도 득점왕을 못하다니 참... 호날두에겐 좀 불운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메시와 경쟁 덕분에 호날두도 이렇게 많은 골을 넣었고, 메시의 대기록도 호날두라는 훌륭한 라이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요?

자, 여기까지는 '신들의 전쟁'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신'의 그늘에 가린 '인간 영웅'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바이에른 뮌헨의 스트라이커 마리오 고메스입니다. 고메스는 이번 시즌 총 48경기에서 40골을 넣었습니다. 메시와 호날두가 2선과 측면에서 최전방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로운 형태의 스트라이커라면 고메스는 전통적인 의미의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일인자라고 할 수 있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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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는 26골을 득점해 얀 훈텔라르(샬케. 29골)에 이어 2위에 올랐는데, 고메스의 진가는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더 빛났습니다. 메시(14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2골을 터뜨렸습니다. FC바젤과 16강 2차전에서는 한꺼번에 4골을 폭발시켰고, 마르세유와 8강 1차전, 레알 마드리드와 4강 1차전 때도 잇달아 결승골을 뽑았습니다. 닌텐도의 세계적인 게임 캐릭터 이름을 딴 '슈퍼 마리오'라는 별명에 걸맞는 활약이었습니다. 고메스가 뛰는 바이에른 뮌헨은 5월 20일 뮌헨 홈구장에서 첼시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벌입니다. 고메스는 화려했던 2011-2012 시즌의 마지막 페이지를, 어쩌면 가장 하이라이트가 될 수도 있는 한 페이지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다음은 잉글랜드 아스널의 해결사 로빈 판 페르시입니다. 올시즌 판 페르시 없는 아스널은 상상할 수도 없죠. 파브레가스, 나스리 등 주전들이 줄줄이 이적하면서 시즌 초반 하위권까지 떨어졌던 아스널을 3위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어제(5월 5일) 노리치전에서 2골을 보태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30골을 채웠습니다. 2위 루니(맨유)에 4골 앞선 선두로 2004년 아스널 입단 후 첫 득점왕 등극이 유력해졌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한 시즌 30골을 넘긴 선수는 2007-2008 시즌 호날두(당시 맨유 소속) 이후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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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뛰어난 실력에도 부상이 너무 잦아 팀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하고 '유리몸'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는데, 올시즌엔 해결사, 에이스란 무엇인가를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챔피언스리그 등 다른 공식 경기들까지 포함한 판 페르시의 이번 시즌 기록은 총 46경기 출전에 36골입니다.

판 페르시 역시 메시, 호날두와는 다른 스타일의 공격수입니다. 메시처럼 화려하지도, 호날두처럼 폭발적이지도 않지만 판 페르시는 매우 '효율적'인 축구를 합니다. 골문 앞에서의 위치 선정이나 움직임만큼은 세계 최고라도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의 아버지는 조각가, 어머니는 화가였는데, 예술가 부모에게 물려받은 창의성을 손 대신 발로, 예술 대신 축구에서 발휘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유럽 각국 리그는 이번달 안에 모두 종료됩니다. 그렇지만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올해만큼은 유럽 리그가 끝나는 게 그리 아쉽지만은 않습니다. 다음달 8일부터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서 열리는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 일명 '유로 2012'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죠. 호날두는 포르투갈, 고메스는 독일, 판 페르시는 네덜란드 유니폼을 입고 조국의 명예를 위한 축구전쟁에 나섭니다. 그동안 프로리그에서 펄펄 날았던 선수들이 정작 월드컵이나 유럽선수권에서는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데, (그만큼 혹사에 따른 후유증이 있기 때문에) 이 선수들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유로 2012에서 메시를 볼 수 없는 게 아쉽군요. 월드컵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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